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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 농민 잘못이냐? 화가 치민다"…쑥대밭된 연천

사회 일반

    "구제역이 농민 잘못이냐? 화가 치민다"…쑥대밭된 연천

    • 2017-02-10 06:00

    외부접촉 기피…예민해진 농민들 '두문불출'

    구제역이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 이어 수도권인 경기 연천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사실상 전국 모든 지역이 구제역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정부도 구제역 위기 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CBS노컷뉴스는 구제역 공포가 휘몰아친 지역 세곳을 찾아 현장 상황을 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주민들 '완전 고립'…섬이 된 '구제역 마을'
    ② 사상 최악 AI에 구제역 까지…축산농 '망연자실'
    ③ AI에 구제역까지 쑥대밭…연천 A형 北 유입 의심

    올해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 연천 군남면의 한 젖소농가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구민주 기자)

     

    9일 오전 비무장지대(DMZ)에서 10㎞ 가량 떨어진 경기 연천 군남면의 한 젖소농장.

    흰색 방역복과 마스크, 덧신을 신은 방역관계자들이 농장 출입구 앞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출입구에는 '구제역 발생농장으로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과 함께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었고, '출입금지'가 적힌 붉은색 띠가 둘러져 있었다.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영하 8도의 날씨에도 평소 인적이 드문 축사에는 방역 관계자들이 오고가고 있었으나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농장주는 어디에서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불과 이틀전만해도 110여 마리의 젖소들이 우유를 생산하고 있었던 농장.

    이날 논 너머로 보이는 축사는 텅텅 비어 있었고 살처분 한 젖소들을 담은 매몰통을 묻기 위해 포크레인들이 분주히 내부의 흙을 퍼나르고 있었다.

    또 먹이로 사용된 볏짚과 관련 물품들을 태우는 듯 농가 안쪽에서 하얀 연기도 피어올랐다.

    이 농장은 지난 8일 오전 10시40분쯤 젖소 10마리가 침 흘림, 수포 발생 등의 증상을 보여 구제역 의심신고를 했다.

    이후 간이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자 곧바로 살처분이 진행됐고, 매몰 작업은 다음 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 연천 군남면의 한 젖소농가에서 방역당국이 오염물 처리를 하고 있다. (사진=구민주 기자)

     

    연천지역 축산 농가들은 지난달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8만7000여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했고 구제역까지 덮치자 망연자실해 졌다.

    인근 농가들도 구제역 확산이 두려워 두문불출 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

    인근 농장주인 A씨는 농장 앞을 아예 통나무로 막아놓고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A씨는 "접종도 하라고 해서 했는데 이렇게 구제역이 발생하니 화가 치민다"며 "차들이 계속해서 오가는데 이제 와서 막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또 "정부가 구제역이 발생한 것을 농민 잘못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며 "정부도 사태가 발생하고 뒷북만 칠 게 아니라 미리미리 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농업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에서 소 20여 마리를 키우는 B씨도 구제역 발생 이후 집 밖으로 나가보지 못했다.

    B씨는 "오늘도 방역당국에서 전화와 목장 밖으로 나갔는지를 물어보며 외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구제역이 잠잠해질 때까지 친목모임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천군은 현재 구제역 발생 농장 반경 3㎞ 이내 우제류 이동 제한 조치를 하고, 발생지 주변으로 방역소독을 실시했다.

    또 이날까지 지역내 우제류 사육농가 470여 곳, 소와 돼지 등 12만3997마리에 대해 백신접종을 마무리 하고, 통제소를 기존 10개 소에서 13개 소로 확대 설치했다.

    연천군 관계자는 "AI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구제역이 오니까 곤혹스럽다"며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연천의 구제역 바이러스 유형은 A형으로,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서 발생한 O형 바이러스와 다른 유형으로 판정돼 방역당국은 북한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구제역 유형 가운데 'O형', 'A형'이 처음으로 동시 발생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구제역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위기경보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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