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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꾸는 방역당국'…구제역 요리조리 거짓 핑계

2014년 이후 구제역 발생 초기 '농민 탓', 결국에는 물백신 '정부 탓'

 

구제역이 지난 5일 충북 보은의 젖소농장에서 첫 발생한 이후 불과 5일 동안 4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국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구제역은 젖소농장 2곳과 한우농장 2곳 등 소 농장에서 발생하면서 과거 돼지에 집중됐던 구제역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농장들이 백신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인 반면, 농장들은 백신의 효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계속해 변이를 일으키고 있는데 정부는 2011년 이후 7년 동안 한 차례 바꿨을 뿐 거의 똑같은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방역당국은 물백신 논란과 관련해 계속해서 말을 바꾸며 책임회피로 일관해 정부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 정부, 말 바꾸기 사례 1...“백신 접종하지 않았기 때문”→“접종해도 방어력 떨어지면 감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4년 12월 충북 진천에서 혈청 O형인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당시 영국의 메리얼사가 제조한 3가(O형, A형, Asia1형) 백신을 공급했다.

그러면서, 3가 백신을 한 번 주사하면 O형과 A형, Asia1 형 바이러스에 동시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헌데, 진천지역 돼지농장들의 백신 항체 형성률이 30%대로 낮게 나오자 방역당국은 농장들이 제대로 백신접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항체 형성률이 80%가 넘는 돼지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자 방역당국은 뒤늦게 백신 적합성 검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가 O형 백신균주인 ‘O 마니사’와 진천지역 구제역 바이러스와는 면역학적 상관성은 0.10~0.30에 불과하다고 밝힌 것이다.

면역학적 상관성은 1에 가까울수록 예방 접종 효과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최소 0.3 이상이 돼야 접종을 추천할 수 있는 것인데, 정부가 엉뚱한 백신을 공급한 꼴이 되고 말았다.

결국 농식품부는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자, ‘O 마니사’에 ‘O 3039’가 혼합된 O형 단가 백신을 부랴부랴 수입해서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농림축산검역본부 고위 관계자는 “백신 접종으로 항체가 형성된 돼지도 주위에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에서 바이러스가 뿜어져 나오면 구제역에 걸릴 수 있다"며 ”방어 면역력이 떨어지는 돼지가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구제역에 감염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O 마니사는 돼지 보다는 소에 더 적합하고 항체 형성률도 높게 나왔다”며 “현재(2015년 3월) 남아 있는 5백만 마리분의 3가 백신은 소에 공급하겠다”고 슬그머니 한발 물러섰다.

◇ 정부 말 바꾸기 사례 2...“O 마니사 백신, 소에 적합하다”→“백신 접종 미흡”

정부는 2011년 이후 소와 돼지에 대해 3가(O형, A형, Asia1 형) 백신을 공급하다가 2014년 12월 이후 물백신 논란이 빚어지자 돼지는 O 마니사와 O 3039 제품이 혼합된 O형 단가 백신으로 전환하고, 소의 경우는 2가(O형, A형) 백신으로 바꿨다.

그런데 이처럼 소에 접종하는 2가 백신이 최적화됐다며 안심하고 있는 사이에 이번에 젖소와 한우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5일 처음 발생한 충북 보은 젖소농장의 항체 형성률이 20%, 전북 정읍 한우농장은 5%로 적정 항체 형성률 80%에 크게 못 미친다며, 농장들이 제대로 접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12월 충북 진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당시 초기에 주장했던 농가의 방역책임을 이번에도 되풀이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9일 구제역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연천의 젖소농장이 혈청형 A형인 구제역 바이러스로 드러나면서 얘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은과 정읍 농장이 O형, 연천이 A형으로 나왔다는 것은 현재 사용 중인 2가(O형, A형) 백신이 양쪽 모두에 제대로 약효가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 본부장은 “연천지역에 그동안 2가(O형, A형) 백신이 접종돼 왔는데 저희가 A형에 대한 항체를 분석을 해보니까 대부분이 방어를 할 수 없는 수준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소 사육농장들이 정부 매뉴얼에 따라 백신을 정상적으로 접종해도 항체 형성률이 떨어져, 구제역에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처음에는 농가가 백신접종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몰아세웠으나 이제는 백신 효능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다시 말을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충남대 서상희 교수는 “지난 2010년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계속해 바이러스 변이가 이뤄져 왔다"며 “문제가 생기면 농민들이 접종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탓을 하다가, 결국에는 변이된 바이러스에 백신의 효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해 놓고 7년 동안 변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따라서, "영국산 백신만을 고집하지 말고 이제라도 국내에서 발생하는 구제역에 맞게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돼지 A형 바이러스 감염 시....상상 초월한 피해 우려

이처럼 정부가 구제역 백신에 대해 오락가락하면서, 앞으로 돼지에서 A형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문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해진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그나마 소에 대해서는 효능이 떨어질지언정 O형 단가 백신과, O형과 A형 2가 백신을 접종해 왔다.

그러나, 돼지는 O형 단가(O 마니사 + O 3039) 백신만을 사용하고 있다. 만에 하나 돼지가 A형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현재 정부가 확보한 2가(O형, A형) 백신은 국내 330만 마리에 달하는 소에 접종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190만 마리 분량 정도다. 돼지에 접종할 2가 백신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돼지는 O형만 발생했기 때문에 앞으로 A형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며 "하지만 이번에 연천 젖소농장에서 A형이 발생했기 때문에 A형 단가 백신을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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