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지지도 높지만 민주당 지지층 내에선 문재인에 많이 뒤져
- 중요한 건 '후보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 "문 대표 좋은 분이지만 내가 더 좋다"만으로는 더 이상 확장 어려운 상황
- 민주당 결선투표 가면 성향상 이재명 표 끌어오기 힘들 것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7년 2월 10일 (금) 오후 18:30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윤태곤 (의제와 전략 그룹 '더 모아' 정치분석실장)
◇ 정관용> 안희정 충남지사 기세가 아주 무섭네요.
◆ 윤태곤> 거의 20% 육박했어요. 거기다가 이게 일주일 전에 비하면 거의 2배가 됐거든요. 전 지역, 전 연령, 전 계층 급상승입니다.
◇ 정관용> 특정 지역, 특정 연령대에서 올라가는 건 자주 있지만 모든 곳에서 올라간다. 이거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 윤태곤> 그렇죠. 보통 보면 한쪽에서 먼저 쫙 올라가서 따라서 가는 식이거든요. 그런데 안 지사는 매우 독특해요.
◇ 정관용> 그 이유가 뭘까요?
◆ 윤태곤> 몇 가지 짚어볼 수 있겠습니다. 일단 이제 안 지사가 뭐니뭐니 해도 안정감을 주는 거죠. 보수가 볼 때도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니냐. 중도, 심지어 중도보수적인 이야기까지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 반면에 복지 논쟁 때 ‘공짜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지난 주에 저희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서 새누리당과의 대연정 이야기를 했던 거요. 진보진영이라든지 야권 지지층에서는 되게 비판받기 십상이에요.
사실 다른 후보들은 이것보다 덜한 이야기를 했어도 융단폭격당하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안 지사를 보면 보수진영에서는 아주 높이 평가를 하고 진보진영은 비판을 잘 안 해요. 그러면 이제 칭찬하는 사람들은 많고 욕하는 사람들은 없으면 올라가는 거죠.
◇ 정관용> 비판을 잘 안 하는 이유가 뭘까요?
◆ 윤태곤> 안 지사 본인이 지금도 젊지만 어려서부터 야권에 쭉 몸을 담아온 점, 자기는 "30년 민주당 사람이다", 이러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윤태곤> 그리고 지속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가문의 적자다, 이런 이야기를 해 왔지 않습니까. 그런 점이 방어막 역할을 한다는 거죠. 그래서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정체성에 대해서 별로 의심을 받지 않는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 후광효과가 클 겁니다.
◇ 정관용> 그렇죠. 최측근이었으니까.
◆ 윤태곤> 그러니까 이게 사실은 야권 주류, 혹은 친노 지지자들이 이른바 전투력이 강하잖아요. 문자도 보내고. 그래서 이런 분들이 날을 안 세우고 있으니까요.
◇ 정관용> 안희정은 우리가 놔둔다?
◆ 윤태곤> 그러니까 후방이 좀 안심스러우니까 전방을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거죠. 다만 앞으로도 계속 이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지지율이 높아지면 검증도 날카로워지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 정관용> 당연하죠.
◆ 윤태곤>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는 것이고요. 지금 보면 안 지사에 대해서는 진보고 보수고 간에 꽤 호의적입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달라질 거예요. 올라갔기 때문에 검증 받아야 되는 것이고.
전에 제가 말씀드린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오르는 건 바람 타면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 내려가는 거. 위기가 올 때 버티는 건 진짜 자기 내공이거든요. 안 지사가 이제 내공이 어떻게 되는지 이제부터 시험을 받겠죠.
◇ 정관용> 그리고 어찌 보면 재수도 있는 것 같아요.
◆ 윤태곤> 재수라기보다 딱딱 들어맞는 점이 있었어요. 사실 그게 재수인데, 예를 들면 안 지사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서 좀 주목을 끄는 상황에서 반기문 전 총장이 딱 낙마했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윤태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딱 흡수했죠. 그리고 이번 경우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주춤거렸잖아요.
◇ 정관용> 맞아요.
◆ 윤태곤> 인재영입 논란, 현장에서 언론과의 잡음. 공공 일자리 81만 개를 둘러싼 지속적인 논란. 이게 안 지사한테 반사이익이 됐을 겁니다. 오늘 여론조사 보면 문 대표 계속 고공행진하다가 오늘 소폭이나마 조금 빠졌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자, 단도직입적으로 이러다가 문재인 이길 수 있어요, 안희정이?
◆ 윤태곤> 그러니까 사실, 후보가 돼야 대통령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 정관용> 우선 후보가 돼야죠.
◆ 윤태곤> 5년 전에 안철수 전 대표도 그랬어요. 인기가 좋았는데 후보가 못 되니까 효용이 없었던 건데.
◇ 정관용> 경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 윤태곤> 경선이 문제인데 지금 추세를 보면 문 전 대표를 꺾지 말라는 법 없습니다. 그렇지만 넘어서기 어려운 산 몇 가지가 보입니다.
◇ 정관용> 어떤 산들이 있습니까?
◆ 윤태곤> 지지층의 구성과 강도의 문제입니다. 안 지사 지지율이 급등했는데 특히 강세가 50대 중도층에서 초강세예요. 그런데 야권 지지층에서는 그중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문 전 대표한테 많이 뒤져요. 국민의당 지지층은 또 안 지사를 꽤 좋아하더라고요.
◇ 정관용> 그렇죠.
◆ 윤태곤> 그런데 경선이라는 게 전 국민이 참여하는 게 아니거든요.
◇ 정관용> 그래도 국민경선제도는 하잖아요.
◆ 윤태곤> 그러니까 국민경선이라는 게 전 국민이 참여하는 게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있는 거죠. 선거인단 등록을 받아주니까.
◇ 정관용> 적극적 의지를 갖고 참여해야만 참여되니까?
◆ 윤태곤> 예를 들어, 평소에 여당을 지지했던 TK지역의 50대 안희정 지지자를 상정해 보죠. 여론조사에서 안희정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문재인 대신에 안희정을 민주당 후보로 만들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민주당에 유권자 등록을 하겠느냐? 그러니까 이렇게 하게 만들려면 끌어내야 된다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윤태곤> 그럼 지지자들을 훨씬 더, 지금보다는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될 겁니다.
◇ 정관용> 지지의 강도를 끌어올려야 되는데.
◆ 윤태곤> 그렇죠. 그리고 이게 조직적으로 뽑아올 수 있는 것들. 전에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경우 당 밖의 지지자들을 조직화할 수 있는 노사모라는 강한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경선에 돌풍을 일으켰던 거거든요. 안 지사한테는 아직 그게 안 보여요.
그리고 자발적으로 이게 만들어지기에는 중도 50대, 이쪽은 사실 그런 건 약하지 않습니까?
◇ 정관용> 행동력이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죠. 또 어떤 산들이 있습니까?
◆ 윤태곤> 두 가지 정도가 보이는데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 어떻게 각을 세울 거냐. 지금까지는 윈윈(win-win)으로 왔습니다.
◇ 정관용> 우리 프로그램에 와서 인터뷰 할 때도 문재인 전 대표 비판을 하나도 안 하더라고요.
◆ 윤태곤> 지금까지는 윈윈(win-win)으로 왔는데 이제부터는 제로섬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 정관용> 빼앗아야죠.
◆ 윤태곤> 이번 주부터 그게 보입니다. 문 전 대표 걸 뺏어와서 내 걸 채우면 플러스 마이너스 합쳐서 1 플러스 1, 2의 효과가 있는 거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럼요.
◆ 윤태곤> 그냥 “문 대표는 좋은 분인데 내가 더 좋다”, 이게 가능할 것인가.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각을 확 세워버리면 지금까지 구축해 온 안희정다움이라고 할까요. 이것도 잃을 수가 있는 거지 않습니까.
◇ 정관용> 또 하나는요?
◆ 윤태곤> 결선투표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지금 민주당의 빅3죠.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문재인 후보가 그중에서 가운데고 안희정이 오른쪽, 이재명이 왼쪽이지 않습니까. 만약에 결선투표로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그러면 그때는 3등이 이재명 시장이라는 뜻이잖아요.
◇ 정관용> 그러니까 문재인 전 대표도 50%는 못 얻고.
◆ 윤태곤> 그러니까, 잘 될 경우에.
◇ 정관용> 안희정 지사는 2등 했고.
◆ 윤태곤> 그럼 결선투표 가면 이게 간단한 산수인 게, 3등 표를 받아와야 1등을 이기는 거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런데 3등은 매우 진보적이고.
◆ 윤태곤> 그렇죠. 지금 성향상 예를 들어서 안희정에서 빠지면 그게 이재명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문재인으로. 이재명에서 빠지면 그게 바로 안희정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문재인을 거쳐서 간다는 거죠.
그럼 이 두 단계를 당겨낼 수 있느냐, 결선투표 기간에. 이것도 쉽지가 않은 문제입니다.
◇ 정관용> 아마도 지금 안희정 지사는 국민 지지율을 더 끌어올려서 문재인 전 대표는 조금 비토세력이 많다, 그래서 본선에 가면 위험할 수도 있다, 내가 본선에 나가면 가장 안심하고 집권 가능하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은. . .
◆ 윤태곤> 맞습니다. 지금 급격한 전략변화도 어려운 거고요. 하던 대로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바깥의 지지율을 많이 올려서 당심을 흔들게 만드는 그 전략이겠죠.
◇ 정관용> 그렇게 되면 민주당의 열성 지지자들도 이쪽이 좀 더 안심인가 보다, 이렇게 만들어야 된다는 거죠. 만들어낼 수 있을지 한번 지켜봅시다.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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