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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왜 촛불집회에 태극기가 등장하나?

사회 일반

    [Why뉴스] 왜 촛불집회에 태극기가 등장하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촛불집회에 태극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냥 태극기가 아니고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리본이 달린 태극기를 말한다. 그래서 친박단체들의 태극기와는 차별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왜 촛불집회에 태극기가 등장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열린 '제12차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태극기 기피현상이 정말 있는거냐?

    = 아이러니 하지만 박사모 같은 친박단체이 태극기를 든 집회를 이어가면서 태극기를 기피하는 이상한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쩌다보니 태극기를 기피하게 되고 태극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싫어하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65세 이희영 씨는 "태극기는 우리 대한민국 국기잖아. 안그래요? 태극기 자체는 신성하잖아 우리 국기인데. 그걸 아주 교묘하게 이용하는거야. 아주 잘못된 사람 아니에요?"라고 말했고 40세 정현영 씨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태극기는 하나인데 꼭 자기네만 애국심에 있는 듯 그렇게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대문에 거주하는 50세 오모 씨는(여성) "정신나간 사람들 같다. 왜 태극기를 들고 하는지 그사람들은. 그래야만이 자기네 뜻대로 이루어지는 건지"라고 말했고, 26세 박정은 씨는 "그 사람들이 주장에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게 아닌데 국가적인 국기를 상징물로 국가적인 국기를 쓴다는 게…"라고 말했다. 김모 씨는 "원래 그런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닌데 박근혜를 옹호하려고 태극기를 이용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한 대학생은 "그냥 뭐든지 태극기를 가져다 붙이면 이미지가 좋아질 거라는 생각이 되게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태극기를 보면 혐오감이 드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서 '어쩌다 우리가 태극기를 기피하게 됐을까?'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촛불집회에서도 태극기를 들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에 세월호 리본을 매달아 흔들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 실제로 촛불집회에 태극기가 등장했나?

    = 그게 지난 주말(2월 11일) 제15차 촛불집회에서 처음 시작됐다.

    노란리본을 단 태극기는 세월호천막에 있는 '노란리본 공작소'에서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세월호 추모 노란리본을 만드는 봉사단체 노란리본공작소는 노혜경 시인과 그 지인들이 기부한 태극기 750개에 노란리본을 매달아서 만들었다.

    노란리본 태극기를 만든 자원봉사자 김덕희씨는 "처음에는 태극기에 세월호 추모 노란리본을 달았는데 리본 크기가 작아서 멀리서는 구분이 어려워서 노란 천으로 별도로 리본을 만들어서 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노혜경 시인 페이스북 캡처)

     

    ▶ 어떻게 시작된 거냐?

    = 노란리본을 단 태극기를 만든 것은 노혜경 시인과 그 지인들이 뜻을 모았다고 한다.

    노혜경 시인이 집회 하루전인 2월 10일 페이스북에 '리본공작소에서 내일 태극기를 드립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어버이연합들이 태극기를 더럽힌 것 같아 속상하시죠? 속상해하지 마시고 그냥 되찾아요. 딱 한 번만 광화문 촛불광장이 태극기로 뒤덮여도 저 음습한 무리들의 태극기모독은 힘을 못씁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내일(11일) 오후 본집회 시작 전 4시경부터 이순신장군 동상 앞 세월호리본공작소에서 이렇게 예쁜 손태극기를 선착순 700분께 드립니다. 깃봉에는 노란 리본이 묶여 있고 천으로 되어 있어 돌돌 말아 탄핵배낭에 넣을 수 있어 계속 사용 가능합니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리본공작소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리본이 달린 태극기 (사진=권영철 선임기자)

     

    김덕희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쩌다 태극기를 보면 염증을 느끼거나 기피하게 됐다"면서 "(태극기를 든다는 게)약간 불편한 마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태극기의 의미를 되살리고 되찾는게 맞다. 그렇다면 저들과 차별화 하는 방법이 노란리본을 붙이는 거다. 멀리서 보더라도 확연하게 구분이 되도록"이라고 말했다.

    친박단체집회에서 태극기를 드는데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어졌다.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댓글에 왜 친박단체들의 집회가 '태극기 집회'로 불리느냐? 태극기가 언제부터 극우단체나 친박성향의 단체, 또는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단체들의 전유물이 됐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않았다.

    오비이락인지 15차 촛불집회가 예정된 11일에만 그런 문제제기들이 많았다. CBS노컷뉴스에서 오전 8시에 출고된 ([뒤끝작렬] 차라리 '성조기 집회'라 부르자)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태극기집회'라고 부르는 데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사진=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도 11일 저녁 페이스북에 "태극기는 존엄의 상징입니다. 어느나라 국민이나 자국의 국기에 대한 충성심과 존경심은 형언키 어렵습니다"면서 "최근 태극기집회가 진행되면서 나쁜 의미로 태극기가 부각돼 언짢습니다. 언론에서 '태극기집회'란 용어를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태극기와 촛불은 하나입니다. 재고바랍니다"는 글을 올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란리본을 단 태극기가 등장했고 SNS에서는 이에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노란리본을 단 태극기와 '박근혜를 구속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함께 들고있다 (사진=권영철 선임기자)

     

    ▶ 태극기를 들고 촛불집회에 참석하면 혼란이 있지 않을까?

    = 실제로 그랬다. 어떤 중년의 부부가 노란리본을 단 태극기를 들고 가길래 부탁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박사모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어떤 어르신은 태극기를 들고 있는 걸 보고 시청쪽을 가리키면서 "(태극기는)저리로 가라"고 하기도 했다.

    '노란리본공작소' 앞에서는 '왜 태극기를 나눠주느냐?' '태극기를 들려면 친박단체 집회장소로 가라'는 등의 항의로 일시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촛불과 노린리본이 달린 태극기를 들고 있어서 그런지 가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경우는 있었지만 마찰이나 그런건 없었다.

    (사진=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 트위터 캡처)

     

    ▶ 친박단체들이 '태극기 집회'를 하기 전에 촛불집회에서 태극기를 먼저 들었다고 하던데?

    = 그런 사실이 확인됐다. 물론 친박단체 또는 극우성향의 단체들이 집회에 태극기를 들고 나온건 사실이다. 세월호 반대 집회에도 태극기를 들기도 했다.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 태극기를 들자고 가장 먼저 제안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은 1차 촛불집회가 열린 직후인 2016년 11월 3일 트위터에 "<태극기를 들고="" 애국가를="" 부릅시다="">11월12일 민중총궐기때는 태극기들고 애국가를 부릅시다.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일이 곧 나라를 구하는 길입니다. 이번 집회는 나라를 구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절절한 마음으로 임합시다. 박근혜가 망친 나라 국민이 구합시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사흘뒤인 11월 6일 페이스북에 <12일 광화문 집회에선 태극기를, 공화국의 깃발을 되찾읍시다>는 글을 올렸다. 이 시장은 "태극기는 자유 평등 인권 정의 평화 복지를 추구하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상징 깃발"이라면서 "3.1 만세혁명 때 민중들이 들었고 만주의 삭풍속을 헤매는 광복군 가슴 속에 간직되었으며,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이들의 관뚜껑 위에 덮였다"고 강조를 했다. 이 시장은 이어서 "민주공화국을 회복하기 위한 투쟁과정에서 태극기와 애국의 가치를 저들로부터 되찾읍시다"면서 "이번 12일에는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를 태극기로 가득채웁시다"고 밝혔다.

    정청래 전 의원이 11월 7일에 이재명 시장의 페이스북 글을 링크하면서 "독립운동 3.1운동정신으로, 나라를 바로세우겠다는 8.15 정신으로, 반독재민주화 6.10항쟁정신으로 태극기를 듭시다. 나라 구하는 심정으로 애국가를 부릅시다. 하야하라!"는 글을 다시 트위터에 올렸다.

    이런 주장에 호응해 실제로 촛불집회 초기에는 태극기를 들고 참석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 그런데 왜 태극기를 들자는 운동이 확산되지 않았을까?

    = 정청래 전 의원에게 두 가지를 물어봤다. 첫째는 촛불집회에 태극기를 들자는 제안을한 이유였고, 두 번째는 왜 그 운동이 확산되지 않았는가? 였다.

    정 전 의원은 당시에는 탄핵을 반대하는 이른바 '태극기집회'가 예상도 안 되는 시기였다면서 첫째 질문에 "이번 촛불집회는 나라를 구하는 심정으로 나와야 한다. 태극기를 손에들고 나가자, 촛불집회는 일제시대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애국심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어떤 정파가 어떤 정파를 밀어내고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만큼 손에손에 태극기를 들자는 취지였다"고 답했다. 당시 실제로 모금을 해서 태극기를 나눠주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태극기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노란리본을 달지는 않았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이재명 시장도 동참하고 그랬는데 불이 붙는 듯 하다가 시들졌다"면서 "나도 좀 시들해져서 더 이상 얘기를 안했다"고 답했다.

    정 전 의원이 저렇게 답한 이유는 실제 촛불집회의 흐름이 도도해지면서 다른데 신경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는 주최측 추산 3만여명이 참석했지만 2차에는 20만이던 것이 11월12일에는 100만명을 찍었다. 그리고 법원이 처음으로 청와대 200미터 앞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엄청난 촛불집회 열기에 다른 집회방법이나 태극기 드는 문제를 고심할 사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단체들의 집회가 일부 열리긴 했지만 촛불집회와는 비교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지난 11일 '태극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태극기를 이용하자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권영철 선임기자)

     

    ▶ 왜 지금와서 다시 촛불집회에 태극기가 등장하게 된거냐?

    = 첫 번째는 태극기가 친박단체들이나 수구단체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목소리에서 들었듯이 원래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탄핵소추 되고 뇌물수수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려고 태극기를 이용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여론 때문이다.

    그동안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나 인터넷에서는 태극기를 들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두 번째는 촛불과 태극기, 태극기와 촛불이 양극단으로 나뉘어 편가르기 프레임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단체들의 집회 참석자 중 일부는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이라는 구호를 적은 천을 몸에 두르기도 한다. '태극기는 애국'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그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공격한다. 심지어 성조기를 들고 집회에 참석하면서 일각에서는 '성조기집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노혜경 시인은 태극기를 드는 이유 중 하나를 "가짜 상징, 상징조작에 너무 쉽게 넘어가서 니편내편 가르는 우리 안의 전체주의를 돌아보는 효과"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태극기를 든 친박단체들이거나 또는 극우성향의 단체들이 사실은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지지하거나 주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 친일반민족 행위자들의 후예이거나 그들을 옹호하는 인물 또는 단체들이 포함돼 있다.

    이재명 시장이나 정청래 전 의원이 제안한 대로 태극기를 드는 이유는 '독립운동 3.1운동정신'과 '반독재민주화 6.10항쟁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 앞으로도 촛불집회에 노란리본을 단 태극기가 계속 등장하는 거냐?

    = 그렇게 될 것 같다. 이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노란리본을 단 태극기를 들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개인적으로 태극기를 100장씩 구입해 노란리본을 달아서 집회 참석자들에게 나눠주려고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RELNEWS:right}

    또 월드컵 때처럼 세월호태극기, 촛불태극기, 탄핵인용검정리본 태극기 등등 다양하고 개성있는 태극기를 들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한다.

    SNS를 중심으로 '#태극기를되찾자' 등의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일었던 '#박영수특검힘내라' 해시태그 운동 (사진=표창원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SNS에서 '#태극기를되찾자'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어지기도 한다. 해시태그 운동은 '#그런데최순실은' 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에는 '#박영수특검힘내라' 또는 '#특검힘내라'는 해시태그로 확산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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