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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 민주주의의 도전'



책/학술

    '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 민주주의의 도전'

    학생과 교사의 시각으로 현실을 담아낸 '이야기'

     

    학교는 여전히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곳으로 남아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을 탄압하고 교사들의 입을 틀어막는 일이 반복된다. 학교에서 민주주의는 현판과 교과서에 갇혀 있는 죽은 글자일 뿐이다.

    '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 민주주의의 도전'은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현실에 도전했던 학생·교사들을 소개한다. 학교의 종교 강요와 보충수업 강요 등에 반대하여 문제를 제기했다가 끝내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던 학생의 이야기, 재학생들과 함께 잘못된 한국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인 졸업생, 고등학교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였다가 침묵을 강요당한 상처의 기억, 학생인권과 만나면서 새로운 배움을 경험한 학생의 증언, 동료 교사에 대한 부당한 인사에 문제 제기하며 겪은 학내 정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계기교육을 했다가 교육청 조사를 받은 교사의 성찰,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다가 징계를 받은 교사의 후일담, 학생들이 자유롭게 신문을 만들 수 있게 하려는 교사의 시행착오, 교사의 체벌 거부 선언과 학생들의 권리선언, 학생들이 게시판에 '박근혜 하야'를 써 붙이면서 학교 안에서 벌어진 사건들…….

    이 책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사람들은 학교 안에서 매일 접하면서도 눈감고 참았던 일상의 문제들에 맞서 저항한 이들이며,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운 이들이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최근 수년간의 세월호 참사, 한국사 교과서 문제, 학생인권 등 다양한 이슈들을 아우르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미래의 시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인권을 존중받고 자유롭게 참여하는 오늘의 시민으로 살고자 한다. 교사들은 국가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종복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우리 시대의 문제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 그들의 글은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를 꿈꾼 '민주화운동가'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학교 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고찰이나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필자들의 경험담 속에서는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했다가 벽에 부딪혀 좌절한 이야기, 도전하고 움직여도 어느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현실 등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작은 변화 하나를 얻기 위해 수많은 어려움과 부대낌을 넘어서야 한다. 이 책의 시사점은 이렇게 침묵하지 않고 말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학교가 변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1부인 '오늘을 살다' 편은 학교 안에서 저항한 학생들의 이야기 다섯 편을 담았다. 종교재단 사립학교에서 종교 강요를 고발했던 홍서정(2012년 참여연대 의인상 수상)의 이야기부터, 학생인권조례 시행을 겪으며 학교 안에서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낀 밀루와 김동이 등 자신의 인권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또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인 성동석의 글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인 이만희의 글에서는 학생이 학교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의 의미와 어려움이 교차된다.

    작은 제보나 신고 하나를 할 때도, 자기 생각을 벽에 써 붙일 때도 많은 상처를 받아야만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학교가 과거의 독재 시대와 다를 바가 없음을 고발한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바꾸고 살아 있는 배움을 찾아 가만히 있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이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사례를 보여 준다.

    2부 '부당한 지배를 거부한다' 편은 교사들의 현실을 담은 여섯 편의 글을 모았다. 부당한 인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 교사들이 내린 결단(정은균), 자신의 교육 철학에 따른 평가 방식조차도 학교장과 동료 교사들에 의해 방해받은 경험(최병우), 중립과 침묵을 요구받는 교사의 처지(미나리),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계기교육을 한 교사들의 이야기(조영선·강성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했다가 징계를 받고 그 이후 소수자와 권력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진 교사의 성찰과 실천의 후일담(이용석)이다.

    2부의 글들은 교사들조차도 국가의 정책과 제도에 의해, 그리고 교직 사회의 관행과 문화에 의해 침묵과 굴종을 요구받고 있음을 드러낸다. 교사들의 이야기는 국가로부터 요구받는 '정치적 중립성'이 교사들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명분임을 폭로하고, 노동자이자 시민으로서 교사들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마지막 3부 '민주주의는 연습이 아니다'는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교사와 학생이 노력하고 실천한 다섯 편의 글들을 통해 교사와 학생의 권리가 함께 가야 한다는 주제 의식을 담았다. 가령 김수현은 '자치 불능의 학교, 신민의 왕국을 만들다'에서 학생회 선거를 관찰하며 학교에서 말하는 학생 자치가 허울뿐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런 현실을 비민주적 관행을 겪는 교사들의 상황과 연결하여 학교의 총체적 비민주성을 드러내며, 이희진은 '조폭이길 거부하는 교사, 스스로의 권리를 외치는 어린이'를 통해 교사에게 체벌과 강한 통제력을 강요하는 사회의 문제와 학생들의 인권 문제가 같은 선상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필자인 교사들은 학교가 학생회 선거를 검열해서 생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좌충우돌하기도 하고(이윤승), 학교의 검열 없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신문을 만들게 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임동헌). 학생회가 설치한 게시판에 학생들이 '박근혜 하야'를 써 붙이면서 시작된 학교 안의 사건을 전한 조영선은 자신이 학생들의 배후라는 오해를 받을까 봐 침묵해야 했던 '찌질함'을 고백하고 학교에서 정치가 금지된 상황이 학생과 교사 모두를 침묵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조영선은 아무리 광장에서 민주주의가 불타올라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말하고 행동하고 민주주의를 이룰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묻는다. 필자들의 이야기는 민주주의는 연습이나 교육해야 할 대상이 아니고, 바로 지금 자기 삶에서부터 살면서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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