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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아니라 박정희 '시대'의 유산



사건/사고

    '박정희'가 아니라 박정희 '시대'의 유산

    • 2017-02-16 04:00

    ['아스팔트 할배'의 탄생…왜 그들은 아스팔트 위에 섰나 ④]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친박 보수세력의 결집이 심상치 않다. '어버이연합' 등 노인 층이 주축이 된 탄핵 반대 운동은 진보 진영이나 젊은 세대는 물론 기존 시장보수세력과도 성격이 다른, 섬과 같은 존재다. 도대체 무엇이 이 어르신들을 추운 날 아스팔트 위에 서게 했는가. CBS노컷뉴스는 6차례에 걸쳐 개인사와 현대사를 관통하며 '아스팔트 할배'의 탄생 배경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잡아죽이자!"…폭력과 혐오 발언 그리고 눈물
    ② 집회 때마다 군복, 왜?…"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③ "얼마나 어려웠는지 아느냐"…'밀알'의 외침
    ④ '박정희'가 아니라 박정희 '시대'의 유산
    ⑤ 21세기에 남은 박정희 시대의 한줌? 아니 '절반'
    ⑥ 젊은 보수주의자가 '아스팔트할배'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해 거침없이 폭력적 언행을 일삼는 '아스팔트 할배'들의 공통적 인식은 박정희 군사정권에 대한 '찬양'에서 시작한다. 전쟁과 굶주림 속에서 자신들이 성장을 일구었다는 자부심은 당시 정권이 독재 통치를 합리화하는 주요한 재료이기도 했다.

    문제는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났음에도 '아스팔트 할배'들의 인식이 그대로라는 것이다. 일단 그들의 사고방식이 20년에 달하는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동안 체계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는 데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 교수는 '아스팔트 할배'들이 "어린 시절 사회화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교육을 내면화하지 못한 세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민주주의나 인권은 박정희 정권 시절처럼 후순위로 밀릴 수 있는 가치다.

    구 교수는 '아스팔트 할배'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 행위까지 옹호하는 것에 대해서도 "통치 과정에서 대포폰도 쓸 수 있고, 세월호 7시간도 재수가 없었던 것 뿐 그 정도 통치를 할 수 있지 않냐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기자를 폭행하거나 "잡아 죽이자"는 구호 등 집회 과정의 과격한 행태 역시 민주적 소양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전태일 열사 사례에서 보듯 일반 노동자들의 의지와 삶의 조건은 극단적으로 핍박을 받았지만, 이 시기 실질적인 물질적 혜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1957년 미국으로부터 원조식량을 받던 한국은 1964년 수출 1억달러를 넘긴 것을 시작으로 1977년 100억 달러를 돌파한다. 1인당 국민소득 역시 70년대 가파르게 높아졌다.

    김창진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는 "지금의 노년층은 젊은 시절 개인의 소득 증가를 몸으로 경험했고 많은 부모들이 그 돈으로 자녀들을 교육시켜 실제 교육 수준이 높아졌다"며 "이 시기 신분상승이 가능했고 부동산 차익으로 인해 막대한 이득을 챙긴 그룹도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젊은 세대와는 달리 '아스팔트 할배'의 젊은 시절은 고통 속에서도 체감할 수 있는 물질적 효용이 분명 존재했다는 것이다.

    사회의 변화와 그에 따른 가치관 재정립의 가능성이 차단된 것은 '확증 편향'으로 설명된다. 나진경 서강대 사회심리학 교수에 따르면 '아스팔트 할배'들은 믿어 왔던 신념이 있으면, 이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정보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특히 남은 생이 얼마 없다는 조건까지 더해져 노인들은 자신에게 긍정적이거나 기존의 가치관을 유지하는 정보만 선택하게 된다. '사회 정서적 선택 이론'이다.

    '아스팔트 할배'가 기본적으로 이러한 인식 위에 있다고 한다면, 이를 자극하고 조직화해 불러내는 것은 정치인과 관변단체다. 비민주적인 인식을 가진 노인들을 일단 행동하게 하고, 이 행동을 통해 과거의 신념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조직한다는 것이다.

    나 교수는 "폭력 행위나 과격한 구호에 처음에는 조금 불편함을 느끼며 친박 집회에 참여하던 노인도, 일단 행동에 옮기면 그 것이 맞다고 여긴다"면서 "기존의 신념이 아니라 행동을 하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나치 독일의 관료들이 일단 상부 명령이라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르다가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선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실장은 "범보수 세력 가운데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시작한 '아스팔트 할배'는 5% 정도일 것"이라면서 "이들은 공고한 이념으로 무장돼 있는 만큼, 탄핵이 인용될 경우 더욱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고, 이 점은 보수 진영에서도 우려하는 바"라고 말했다.

    ※사회 정서적 선택 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자신에게 사회 정서적으로 가장 큰 보상을 제공하는 대인관계에 집중하는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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