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정 역사 교과서 사용을 위한 연구학교 신청이 전국 1,450여개 대상 중고등학교 가운데 3군데만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정 역사 교과서는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오후 8시 현재 각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국정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기 위한 연구학교를 시도 교육청에 신청한 학교는 경북 항공고등학교와 경산의 문명고등학교, 구미 오상고등학교 등 경북지역 3개 학교 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학교는 모두 사립이다. 문명고는 학부모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교장의 설득 끝에 연구학교 신청 안건이 학교운영위원회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고의 경우 재단이 신청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연구학교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던 경북 김천고등학교는 이날 신청 유력 보도가 나간 뒤 교사와 학생,학부모들이 반대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신청을 미루고 있다.
경북 지역 연구학교 신청업무를 담당하는 경북교육연구원은 "15일이 연구학교 신청마감이지만 마감시간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며 "15일 밤 12시까지 신청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타 시도 교육청은 대부분 업무 마감시간인 오후 6시까지 신청을 받고 있다.
보수진영의 이영우 교육감이 재직중인 경북교육청은 그동안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교원 80%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연구학교를 신청할 수 없도록 한' 연구학교 신청 제한규정을 이번에는 적용하지 않아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교육부는 당초 중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 역사와 한국사 교과를 편성한 전국 1,450여개 학교 가운데 20% 정도인 300여개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 올해부터 국정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고 내년부터는 전체 학교에서 국정과 검정 역사 교과서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주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었다. 연구학교를 징검다리 삼아 국정 교과서를 일선 학교에 보급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연구학교 계획이 무산되면서 국정 역사 교과서 정책은 사실상 추진력을 잃게 됐다.
교육부 일각에서는 국정 교과서를 주교재가 아닌 보조교재로 일선학교에 배포해 정책의 정당성을 내보이고 정책의 추진력을 유지하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 교과서를 주교재로 삼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치고 연구학교로 지정돼야 하는 등 절차가 있지만 보조교재로 사용하는 것은 교사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가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교과서 외에 다양한 교수학습자료를 이용할 수 있고, 국정 교과서도 이런 차원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런 방안도 국회에서 '국정화 금지법'이 통과되거나 야권인사(더불어민주당 또는 국민의당 인사)가 차기 대통령에 선출될 경우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국정 역사 교과서 추진 일지◇2014.2월
▲13일 박근혜 대통령,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균형잡힌 역사 교과서 개발"지시
◇2015.10월
▲12일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22일 박근혜 대통령, 여야지도부 회동에서 "역사교과서 필진 80%가 편향된 역사관, 국정교과서 불가피"
◇2015.11월
▲3일 교육부, 국정화 확정고시
▲23일 국정교과서 집필진 구성완료(비공개)
◇2015.12월
▲국정 교과서 집필 시작
◇2016.11월
▲28일 교육부,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14개 시도교육감 "국정교과서 채택 안한다"
◇2016.12월
▲27일 교육부, 국정교과서 적용 1년 유예해 2018년부터 국검정 혼용하되 2017년에는 연구학교만 국정교과서 사용 방침 발표
◇2017.1월
▲10일 교육부, 연구학교 운영계획 발표(2월 10일까지 신청, 15일 지정 확정)
◇2015.2월
▲8일 교육부, 연구학교 신청 마감 연장(2월 15일까지 신청, 17일 지정 확정)
▲15일 연구학교 신청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