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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 모든 국정 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법정에서 또 다시 드러났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정 전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의 말씀자료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준비하면서부터"라며 "박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까지 믿고 밑길 수 있는 사람이 최 씨 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진술했다.
'자료를 선별적으로 보냈는가 아니면 전부 보냈는가'라는 질문에 정 전 비서관은 답변을 회피한 채 "상당히 많은 양의 말씀자료 등을 보낸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좋은 얘기가 있으면 좀 반영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가 최종 의견을 주면 중간에서 묵살하지 않고 박 대통령에게 그대로 모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 씨가 연설자료를 수정하는 것을 넘어 국정에 관여한 것 아닌가'라는 검찰의 질문에는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는데 박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 씨의 의견이 반영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의 의견이 모두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일정 부분 국정에 반영해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특히, 최 씨는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민정수석 통화시 지시사항'이라는 청와대 문건과 당시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접견자료를 입수한 사실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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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 통화시 지시사항에는 박 대통령이 민정수석과 통화하며 지시할 내용이 정리돼 있었다. 미 국무장관 접견자료에는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 정부 정책과 관련된 기조도 담겼다.
검찰은 기재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도 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이 주고받은 것으로 볼 때 최 씨에게 수정을 받았다는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최 씨에게 거의 매일 보냈고 거의 매일 통화했다"며 "최 씨와 통화하는데 사용한 대포폰은 3대 정도"라고 말했다.
최 씨가 청와대에 출입한 사실은 정 전 비서관이 보고를 받았으며, 청와대 대통령 경호실 소속인 이영선 행정관이 최 씨를 태워주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최 씨로부터 자문을 그만 받는 것이 좋겠다고 대통령에게 건의해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은 '그 이후 최 씨에게 한 번도 자료를 보낸 적 없는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RELNEWS:right}
'최 씨가 다른 사람에게 유출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공적업무를 맡을 자격이 없는 최 씨에 맡기는 것이 더 큰 잘못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정 전 비서관은 "그런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지난 2013년 1월 정부 출범 직후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공무상 비밀 문건 47건을 포함해 국정문건 180건을 최 씨에게 넘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