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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뢰 회복 지름길은 "글로벌 스탠다드"



경제정책

    삼성 신뢰 회복 지름길은 "글로벌 스탠다드"

    대주주인 국민연금 제대로 의결권 행사해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첫걸음"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한 때 삼성은 대한민국에서 신뢰의 상징이었다. IMF 외환위기가 난 다음 97년 삼성자동차 투자 때문에 삼성그룹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 어려운 때도 삼성이 ‘우리는 그런 기업이 아니다’라고 말해서 잠재웠다. ‘은행은 안망한다’는 은행의 말은 안 믿었어도 삼성의 말은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서 누구도 삼성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최대 재벌기업인 삼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말이다.

    ‘신뢰의 상징’이었던 삼성이 아무리 법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특혜상장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고 경영권을 승계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발단은 삼성이 무리하게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나선데 있다는 지적이다.

    그 시작점은 2000년에 불거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1996년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발행한 뒤 이재용 부회장에게 배정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삼성은 막대한 세금을 물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의 길을 열었지만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는 땅으로 추락하는 계기가 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사건이다.
    합병을 둘러싸고 정경유착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 삼성은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국면에 처했다.

    그룹계열사 시가총액이 유가증권시장 시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의 위기는 우리 경제의 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기 대처에 따라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삼성측에서는 과거와 단절하고 새롭게 거듭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우찬 고려대교수는 “재판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모르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삼성은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사태가 약이 되려면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경유착으로부터 단절하고 지배권 승계를 하더라도 정정당당하게 정부에 로비를 하지 않으면서 해야 할 것이다. 승계가 오래 걸릴 수 있고 심지어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사태는 앞으로 삼성이 당당하게 경영해 나가는데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기준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서 가는 것이다. 글로벌한 기업치고 세금 안내고 증여하겠다는데는 없다. 삼성도 이제라도 글로벌 기업들이 가는 행태대로 가면 된다. 이를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는 삼성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남이 강제하지 않더라도 삼성 스스로 앞장서 추진하리란 전망도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소비자든 국민이든 정부든 모든 사람이 삼성 뿐만 아니라 재벌기업들에 대해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신뢰는 완전히 땅에 떨어지게 되고 글로벌 기업으로 복귀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휴대폰 보상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존립의 문제라는 것을 삼성 측에서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변화를 통해 얻을 것은 시장의 신뢰이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삼성이 최근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다. 전경련을 탈퇴하고 미래전략실을 없앤다고 했다. 주주친화정책도 썼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얻기에는 아직 미진하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이사회 개혁이다. 제대로 된 사외이사를 영입해서 전문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모든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하고 총수 한 사람이 아닌 이사회 멤버들의 견해가 반영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도 “이번 사태로 지금까지 미래전략실이 해왔던 무리하고 불법행위까지 동반한 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그룹 운영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당장 필요한 것은 이사회 순혈주의를 버리고 외부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받아들여 각 계열사 이사회가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컨트롤타워에서 나온 안을 독립적으로 재검토하고 승인하는 구조를 갖추는 등의 시장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지난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삼성 스스로의 뼈를 깍는 변화 노력과 함께 외부적인 여건 변화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대주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국민연금이 제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요청된다.

    이원일 대표는 “우리 재벌기업 대주주들은 지분이 조금 밖에 없으면서도 큰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정경유착이 가능했다고 본다.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주주의 몫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은 기관투자자, 특히 국민연금 밖에 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들이 독립적으로 의결권행사를 통해 견제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당장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의 영업은 대부분 해외에서 한다. 매출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이번 사태로 총수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건네고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타격인데 유죄 판결까지 나면 그 충격은 훨씬 클 것이다. 이에 대비해 삼성전자가 전혀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지분을 현재의 8, 9%에서 16, 17%까지 늘려 실제적인 지배권을 갖고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사태를 계기로 삼성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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