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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헌법 사랑에 빠진 대한민국



칼럼

    [칼럼] 헌법 사랑에 빠진 대한민국

    • 2017-02-25 09:41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공개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이 뜨고 있다. 지난해 겨울부터 우리 국민들은 헌법과의 사랑에 빠진 모양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헌법 분야 책은 2015년의 1542권에 비해 413%나 급증했다. 촛불 집회가 시작된 11월 한 달 만에 1860권이 팔려 15년 한해 판매량을 훌쩍 뛰어넘더니 12월에는 3442권이 팔려 기록적 신장을 보였다. 같은 기간 법 분야 내 헌법 관련 책 판매 비중도 22.8%를 기록해 전년(6.5%)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교보문고에서도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정치·사회 분야 내 '법학' 분야 책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1.4%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법학 관련 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가운데 특히 헌법 분야 신장률은 두드러졌다.

    시민들이 지난해 3월 '우리헌법읽기 국민운동(이하 국민운동)'을 시작하며 내놓은 소책자 '손바닥 헌법책'의 인기도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헌법의 효시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령1호 ‘대한민국임시헌장'(1919년 4월11일)과 현행 ‘대한민국 헌법'(1987년 10월29일), 그리고 유엔이 선포한 ‘세계인권선언'(1945년 12월10일)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지난해 2월 초판을 낸 뒤 지난달까지 16쇄를 찍었다. 1쇄당 1만 권이니 벌써 15만 부 이상 배포된 셈이다.

    헌법 강좌도 인기다. 국민운동이 마련한 길거리 헌법강좌의 열기는 뜨겁다. 은평대학의 무료 헌법강좌를 비롯해서 각종 인문학 강좌의 중심에 헌법강좌가 자리를 잡았다. 학교에서 특별수업의 형태로 헌법 강좌가 진행되기도 한다. 헌법을 바로 알고자 하는 시민들의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우선은 버락 오바마의 말대로 “헌법이 놀랍고 아름다운 선물”임을 깨달은 국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은, 반헌법적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서 고사되고 있던 이 '아름다운 신의 선물'을 되살려 놓았다.

    단지 종이에 적힌 글자에 불과하다면서 헌법을 능멸하고 훼손하고 심지어 도전했던 그들에게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반격을 시도한 것이다. 국민의 참여와 선택으로 헌법에 힘을 부여한 것이다.

    지금도 반헌법적 국정농단 세력은 헌법을 수호하는 재판정에서도 다분한 고의로 재판을 농락하고 헌법 재판관을 공격하고 있다. 국민이 선택한 여소야대의 국회를 조롱하고 국민을 대신해서 권력자를 감시하는 언론을 모욕하고, 국민의 명을 받아 최선을 다해서 수사를 하고 있는 특검의 발목을 잡고, 가짜 뉴스와 선동으로 국가와 국민을 분열시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자신들의 사익 수호를 위해서 법 질서를 유린하고 폭력을 자행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그들은 이제 국민을 살해하라고 외치기까지 하고 있다. 그들에게 국민만이 제정할 수 있고 국민만이 다듬을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이란 것은 사실 산산조각 내어 쓰레기통에 처박아 두고 싶은 손오공의 머리띠일 뿐이다.

    실제로 그들은 1952년 이래로 1987년에 이르기까지 이 머리띠를 엿가락으로 대체했었고 그 시간동안 국민들은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 패악한 자들 때문에 수십 년 간 온갖 고생을 한 이 나라의 주인들은 담담히 촛농 하나까지도 치워가면서 헌법을 수호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준동하면 할수록, 헌법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더욱 강력하게 보완하고 더 성실하게 지킬 것이다.

    궤변으로 헌법을 일그러뜨리지 않고 담담히 지키는 것이 그들에게 가장 무섭고 강력한 방법의 주문임을 알고 있는 국민들은 이제 원래의 힘을 되찾은 머리띠를 이들에게 씌워줄 셈이다.

    그 첫 단추가 탄핵이며, 헌법재판소의 인용이 바로 새롭게 힘을 얻은 머리띠를 회복하는 축제가 될 것임을 국민들을 잘 알고 있다. 거부하는 자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지만, 순순히 따르고 함께 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건설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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