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4차 산업혁명, "말만 하고 변화 없었다"
-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공한 혁명 될 수 있어
- 플랫폼도, 데이터도 없고, 불필요한 법률 규제만…
- 비식별 데이터 활용하면서 개인정보 보안 철저히 하는 기술개발 필요
- 일자리의 양극화, 불평등 더 심해질 위험성 높아
- 일자리 다각화, 노동시간 축소, 그리고 기본소득 같은 새로운 제도 검토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7년 2월 24일 (금) 오후 19:0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재승 교수 (카이스트)
◇ 정관용>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은 아직 시작이 안 됐다고 보시나요?
◆ 정재승> 작년 내내 사람들이 제4차 산업혁명을 얘기했어요.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별 변화가 없었어요. 말만 하고.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이 우리나라는 없죠.
그래서 사물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다음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전 세계 사람들이 활용하는 그런 소셜 미디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 설령 얻은 데이터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데 법률규제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비식별 데이터라 하더라도 우리는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거든요. 그러니까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많고요.
◇ 정관용> 대형 포털들은 그래도 데이터를 많이 모으고 있지 않습니까?
◆ 정재승> 모으고는 있습니다마는 그것이 아직 제대로 된 서비스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잖아요. 지금까지는 그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그 비식별 데이터를 잘 분석하는 데 기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어려움들이 많은 거죠.
예를 들면 금융 데이터 이런 데이터들은 너무 좋은 데이터들이 많은데. 그걸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많죠. 우리나라의 경우에 규제가 심각. . .
◇ 정관용> 법적규제가 있어서.
◆ 정재승> 그래서 그러다 보니 제도도 갖춰져 있지 않고 또 인공지능이 알파고 이후로나 이렇게 우대받았지 그 이전에는 별로 투자하지도 않는 분야거든요.
그러니까 갑자기 인공지능 연구자를 뽑으려고 보니 사람이 너무 없고. 인공지능 연구자를 운 좋게 뽑았는데 그들이 활용할 데이터가 없고. 데이터가 있어도 규제가 있어서 서비스화되지 못하고. 이제 이런 첩첩산중에 놓이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과연 실체가 있느냐 이게 우리나라, 오지도 않은 혁명을 왜 먼저 선언하느냐 같은 비난들이 있고. 그러다 보니 다보스포럼 같은 세계경제포럼 같은 사설단체에게 놀아난 건 아닌가라는 비판도 있고요.
또 3차 산업혁명과 기존 1, 2차 산업혁명의 결합이니까 이거는 3차 산업혁명이 확대된 거다. 그래서 그 3차 산업혁명의 성숙기라고 해석해야 된다.
◇ 정관용> 그렇게 부를 수도 있죠.
◆ 정재승> 이렇게 바라보는 분도 계시고요. 다 의미 있는 그런 주장들이시죠.
◇ 정관용> 개념 규정을 3차 산업혁명의 성숙기라고 하든 4차 산업혁명으로 하든 저는 그건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 정재승> 맞습니다.
◇ 정관용> 어차피 이건 해야 되는 거군요.
정재승 교수(사진=시사자키 제작팀)
◆ 정재승> 큰 변화는 그 방향으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지금은 제조업이 물건을 팔고 나면 사람들이 어떻게 쓰는지 관심이 없었죠.
친절한 회사는 어떤 회사냐 하면 고장났을 때 애프터서비스해 주는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건설업 회사가 아파트를 제공하면서 그 안에 있는 모든 IoT(Internet of Things, 사물 인터넷)를 함께 제공하고 그래서 그냥 아파트를 분양해 팔면 끝이 아니라 여기에서 우리 아파트를 사준 고객이 어떻게 살고 불편 없이 사는지를 계속 보듬고 돌봐줘야 되는 그런 서비스로 나아가는 겁니다. 그리고…
◇ 정관용>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걸 선호하게 되겠죠.
◆ 정재승> 선호하고 그걸 잘하는 회사의 제품을, 아파트를 구입하겠죠. 그리고…
◇ 정관용> 이 추세는 거역할 수 없는 거죠.
◆ 정재승> 맞습니다. 그리고 제품도 그냥 물건 팔고 나서 내년에 좀 더 조금 바꾸고 좀 더 개선해서 또 새로운 제품 내놓고. 이런 일들을 반복했는데 제4차 산업혁명이 돼서 이렇게 제조업이 IT와 결합하면 내가 예전에 산 물건이 날마다 업데이트되면서 개선되는 즐거움. 또 혹은 그걸 굉장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조업이 근본적으로 물건을 팔고 서비스를 고객에게 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되고요. 어디서 누군가가 성공하고 나면 "어, 그거 우리 바로 따라하면 우리는 투자 없이, 시행착오 없이 바로 그 비슷하게 언저리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 이게 새로운 시대에서는 정보가 가치이고 기름이고 그래서 오랫동안 고객의 정보들을 모아서 그걸 어떻게 고객에게 서비스로 환원해 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제조업 회사들이 늘어나야 되죠.
결국은 그런 가치관이, 그 경험과 시행착오를 없애려고 하지 않고 그게 사람들의 몸 속에 사실 다 쌓이고 축적되거든요. 그래서 사람이 굉장히 귀해지고 그리고 그 시행착오가 헛되지 않고 그리고 남들보다 먼저 다양한 시도를 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모습들을 우리 사회에서도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그러자면 각 분야별로 규제에 대해서도 새롭게 접근을 해야 되고.
◆ 정재승> 맞습니다. 그러니까 빅데이터 시대가 됐다고 해서 개인의, 예를 들면 프라이버시 문제, 사생활 보호. 이런 건 여전히 중요한 거잖아요.
◇ 정관용> 포기할 수 없죠.
◆ 정재승> 그걸 유지하면서 어떻게 활용하면서 서비스를 허용할까. 지금은 그게 사생활 침해가 될까 봐 아예 분석을 못 하게 하고 있는 상황인데. 비식별 데이터라 하더라도 그걸 결합하면 식별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아예 못 하고 있는데 우리도 서양처럼 비식별 데이터를 활용하고 공공 데이터를 공유해서 서비스로는 활용하되 그걸 식별해서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범죄로 악용하는 회사를 엄벌하는. 그리고 각자 회사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에 대한 보안을 철저히 하게 기술개발을 맡겨야 되는 겁니다, 그 책임을 그 회사에 물어야 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규제가 정부가 하라는 그 지침을 그대로 따르면 설령 해킹을 당해도 회사는 사과만 하면 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정재승> 그런데 정부는 어차피 책임지는 곳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그렇게 각자 회사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정보를 귀하게 여기는 상황으로 가야 보안기술에도 돈도 투자하고.
◇ 정관용> 그러니까 스스로 보안을 지키지 못했을 때 엄벌에 처하는, 그래야 자기 투자를 하는 거죠.
◆ 정재승> 맞습니다.
◇ 정관용> 그나저나 빅데이터분야, 인공지능분야, 로봇분야, 사물인터넷 분야에 우리 연구 수준이나 기술수준, 인력수준은 괜찮아요?
◆ 정재승> 아직은 그렇게 인력이 풍부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가 앞서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죠. 어려운데 저는 그런 기술이라는 게 특별한 기술이 아니어서 누구나 다 자신의 분야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다 보면, 하려고 하다 보면 그런 기술이 필요하고 배우고 그 경험을 쌓아서 빨리 학습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 있거든요.
◇ 정관용> 있죠.
◆ 정재승> 그래서 저는 기술적으로는 별로 걱정할 필요 없이 마음껏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토대만 잘 갖춰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다양한 결합을 시도해서 그러다가 망하는 데도 많을 것 아닙니까? 그러나 재기하고 있고.
◆ 정재승> 사회적 안전망을 잘 갖춰서 그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토대만 만들면 그런 창의적인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바로 이런 현상들이 이제 좋은 측면이 있으면 또 나쁜 측면이 있잖아요. 명과 암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주로 밝은 측면, 좋은 측면만 얘기했는데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서 어두운 측면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첫 번째가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 아닙니까?
◆ 정재승> 맞습니다.
◇ 정관용> 그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정재승> 그게 쉽지 않은 문제고요. 실제로 일자리가 저는 그러니까 양극화,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이 들고요.
◇ 정관용> 소수의 창조적 인재가 거의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 정재승> 그러니까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에서 우리가 로봇보다 더 힘이 세고 인공지능보다 더 지적으로 뛰어난 시기가 몇 년이나 되겠습니까?
그러면 내 남은 생물학적 수명은 길어지고 있는데 나의 사회적 수명과 경쟁력은 줄어들고 있죠. 그러니까 그 남은 삶들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까 이게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바뀌어가고 있고요.
그래서 일자리가 줄어들기도 하지만 또 변화하기도 하고요. 또 우리나라는 단순히 그런 문제만이 아니라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사람 자체가 또 줄어서 또 일자리 문제가 경감되는 부분도 있고. 또 반면에 외국인 노동자들 또 외국에서 온 뛰어난 인력들, 우수한 인력들과 함께 생활해야 되고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터전도 만들어야 되고. 그러니까 굉장히 복잡한 문제들이 여기 얽혀 있습니다.
◇ 정관용> 어렵습니다.
◆ 정재승> 그래서 저는 뭐 어떤 방식을 이용하면 갑자기 일자리가 늘어난다거나 아니면 일자리를 줄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하지 말자는 대안이 될 수 없을 것 같고요.
점점 이제 세상은 평평해지고 있고 우리가 안 하면 이제 글로벌 회사들이 와서 우리 땅에서 그런 일들을 하게 될 테니까. 어떻게 하면 나름대로 경쟁력도 키우면서 일자리를 좀 다각화하고 노동시간을 좀 줄이고 나누고 그걸로도 안 되는 부분들은 기본소득 같은 새로운…
◇ 정관용> 제도를 도입하고.
◆ 정재승> 그래서 새로운 개념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하고. 이런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천천히 이런 변화가 온다면 복잡한 과제도 우리가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갈 텐데 큰 걱정은 이게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될까 봐 두려운 거 아니겠습니까? 준비 없이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되겠고요.
마지막 질문인데. 우리나라의 대재벌들. 삼성, 현대, LG, SK 이런 회사들도 이런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이죠?
◆ 정재승> 물론입니다. 그리고 나름 이런 문제에 적응하고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데 우왕좌왕하거나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고. 그런 면이 있어요.
왜 그러냐 하면 지금 이렇게 이런 기술들이 결합하면 굉장히 좋은 서비스가 나오고 제조업에서 성공한다는 걸 우리가 모두 목격한 상황이 아니거든요. 진짜 이런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하네. 이러면 그 방향으로 가겠네라는 비전만으로 우리는 미국 사람들은 엄청난 투자를 하고 그 기술을 발전시키고 결합하는 시행착오를 지금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대기업들이 해외 성공 사례를 따라하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거든요. 그러니까 최전선에서 성공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비전만 훔쳐보고 거기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에는 다들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사실은 이 방향이 맞다라고 아무도 말할 수 없는 지금 안개 속에 있는 상황이고요. 누군가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해 차곡차곡 준비하고 투자하는 그런 회사들이 여럿 나올 거고.
그런 회사들 중에 많은 회사들은 사실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그리고 그중에 성공한 회사를 보면서 그 경험들이 이제 축적이 되면서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성숙해지겠죠.
그래서 저는 "지금 이렇게 하면 제4차 산업혁명을 우리가 돌파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기회이자 성장동력이 될 겁니다",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예전하고는 굉장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우리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대해야 되고 사람을 대해야 되고 고객을 대해야 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그 다양한 시도들을 품어안는 제도부터 만들면서 각 회사들이 애써야 되고요.
또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벤처기업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서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필요하죠.
◇ 정관용> 교육도 바뀌어야 될 것이고.
◆ 정재승> 맞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하죠.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과 같이 사람의 뇌를 인공지능처럼 대하는 이 교육. 정확하게 지식을 똑같은 지식을 머릿속에 넣어주는 이 틀로부터 벗어나고.
◇ 정관용> 벗어나야죠.
◆ 정재승> 뇌를 한줄 세우기에서 성능평가를 하는 이 평가 프레임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나냐, 이게 제일 중요한 문제입니다.
◇ 정관용> 혁명 맞네요, 이쯤 되면. 우리 사회 모든 게 바뀌어야 된다는 점에서 혁명 맞습니다.
◆ 정재승> 혁명이 이루어져야 되고 성공해야 되고. 그래서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가 저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미 혁명은 시작됐고 이미 혁명이 됐다라기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공한 혁명일 수 있고요. 그 혁명이 다 지나가고 우리한테는 별일 없는 그렇지만 점점 뒤로 처지는 또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 정관용> 대선후보들이 좀 제대로 알고 좋은 공약들, 제도개선안들. 지금 들고 왔으면 참 좋겠네요. 오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재승> 감사합니다.
◇ 정관용>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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