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손석희 현상: 신뢰받는 언론인이란 무엇인가?'



책/학술

    '손석희 현상: 신뢰받는 언론인이란 무엇인가?'

     

    '손석희 현상 신뢰받는 언론인이란 무엇인가?'에서 강준만 교수는 ‘손석희 저널리즘’의 특징과 한국 언론사에서 그것이 놓여 있는 맥락을 파헤친다. 손석희가 재벌 미디어그룹 JTBC에 몸담고 있어 언론 문제와 재벌 문제는 분리할 수 없긴 하지만, 언론 문제를 곧장 재벌 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고 제안한다. 언론 상업주의와 재벌의 기득권 유지·강화 사이엔 작은 균열이 있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면 그 균열을 이용할 것인지가 주된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손석희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이 재벌의 한국 사회 지배를 도울 가능성 못지않게 전혀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언론개혁에 관심을 갖고 실천의 길로 나서는 것은 그런 다른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다.

    균형, 공정, 팩트, 품위는 손석희 저널리즘의 4대 가치라고 할 만하다. 손석희는 2013년 5월 JTBC 보도국 기자들과의 첫 회의에서 4대 가치로 한 방송 뉴스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팩트’는 팩트대로 인정하고 가치관이 부딪치는 사안은 ‘균형’ 있게 다룬다. 팩트를 과감하게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 뉴스는 많은 이해관계를 다루기 때문에 ‘공정’하고 균형 있게 잘 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뉴스를 ‘품위’ 있게 전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JTBC 뉴스 홈페이지의 상단 제목은 ‘균형 있는 보도 JTBC 뉴스’다. 어쩌면 손석희는 저널리즘의 이론과 실천, 그 두 세계를 연결하는 데에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다.

    손석희는 ‘어젠다 세팅’ 못지않게 ‘어젠다 키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JTBC는 세월호 참사를 200일 동안 보도했으며, 4대강 보도는 6개월 가까이 다루었다. 그렇게 해서 세월호 보도를 기점으로 JTBC에 특종이 몰리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손석희는 모든 정보가 빠르게 소비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언론사가 해야 할 일은 많은 정보 가운데서 중요한 정보를 고르고 이것을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어젠다 키핑이 중요한 것은 ‘소비자’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뉴스 소비자들은 단순히 ‘뉴스를 보는 존재’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정보를 제공하는 존재’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어젠다 키핑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사회적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빨리빨리’ 이루어지는 변화를 통해 그 문제를 건너뛰거나 비교적 사소하게 만드는 방식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문화 말이다.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손석희는 ‘어젠다 키핑’을 통해 그런 흐름에 정면 도전했다.

    손석희는 JTBC 뉴스는 진영 논리에 속해 있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합리적이고 건강한 시민사회는 진영 논리 속에 있지 않다고도 단언한다. 그러면서 진영 논리에 빠져 있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수익 모델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하면서도 모험을 시작하겠다고 말한다. 사실 진영 논리에 미쳐 돌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일이 쉽지 않겠지만, 손석희가 끊임없이 그 방향으로 가려고 애써온 건 분명하다.

    언론장악방지법은 낙하산 사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취지로 정부 여당에 쏠린 공영방송 이사회 중립화, 사장추천위원회와 특별다수제 도입, 노사 동수 추천의 편성위원회 구성 등을 뼈대로 한 방송 관계법이다. 야당과 언론단체들은 언론개혁을 위해서는 이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 공영방송은 정권의 애완견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신뢰도와 시청률 모두에서 철저하게 망가졌다. 공정방송을 요구한 기자와 PD들은 해직되거나 제작 현장에서 쫓겨나 유배생활을 하고 있다. 하루빨리 공영방송을 정권의 영향력 아래에서 벗어나게 하고, 언론이 권력의 감시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책 속으로

    손석희는 자신의 간결미에 대해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실수를 피하려 훈련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 말을 듣고 손석희가 너무 겸손하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그에겐 하늘을 찌를 정도의 강한 자부심이 있고, 이게 그의 고독을 지켜주는 동력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사실 내가 손석희에 대해 가장 놀란 건 ‘과대포장’에 대한 손석희의 강한 부정이었다. 손석희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이 바로 “과대포장 됐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나리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손석희는 “미디어가 인물을 담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포장은 시작되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제3장 “‘신뢰받는 언론인’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본문 72쪽)

    손석희의 JTBC행이 응원만 받은 건 아니었다. 진보 진영의 일각은 실망감과 배신감을 드러냈다. MBC PD 출신인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평호는 손석희의 발언에 대해 “김영삼 씨가 3당 합당하면서 했던 말과 비슷하다.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간다는 거였는데, 결국 잡아먹힐 게 불 보듯 뻔하다”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김평호는 “(손 교수가) MBC에 대해 큰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 무슨 사정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손 교수는 (정론 저널리즘을 실천하겠다는) 자신의 공식적 발언들이 허망하다는 것을 모를 사람이 아니다”라며 “JTBC 보도도 곁가지 정도만 나아지는 수준일 텐데, 과연 본인 인생을 바꿀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제5장 “스트레스로 새벽에 식은땀 흘리며 깬다”」(본문 131쪽)

    MBC는 어떠했던가? MBC는 2017년 10월 29일 “태블릿PC, 최순실이 쓰다 버린 것 맞다”고 ‘단독’ 보도했음에도 12월 들어 최순실 태블릿PC 증거 능력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MBC 기자들은 사내 게시판에 《뉴스데스크》의 태블릿PC 의혹 보도에 대해 “어쩌다 MBC 뉴스가 이 지경까지 됐느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보도국 오현석 기자는 “지금 MBC는 큰 물을 먹어 놓고 뒤늦게 ‘태블릿PC는 조작되었을 수도 있다’라고 전 국민을 상대로 우기고 있다”며 “MBC가 자랑스레 ‘단독’을 붙여 ‘태블릿PC, 최순실이 쓰다 버린 것 맞다’고 보도해놓고, 이제는 검찰도 국민도 의심치 않는 ‘태블릿PC’를 문제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8장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본문 237쪽)

    손석희가 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二)의 『나는 길들지 않는다』가운데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아무도 지배하지 않는 것. 요는 살아 있을 것이냐, 살아 있지 않을 것이냐이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라는 구절을 소개한 것과 관련, 김도연은 “해직 언론인들의 지난했던 투쟁을 ‘길들지 않은 사람들의 독립운동’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싸움의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이 앵커 브리핑 직후 박성제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스룸》 앵커 브리핑에서 해직 언론인 다큐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을 소개했다”며 “곧바로 네이버, 다음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고맙습니다. 손석희 선배”라고 감사를 표했다. 2008년 MB 정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해고된 조승호 YTN 해직기자는 ‘앵커 브리핑’을 페이스북에 공유한 뒤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제9장 “독립된 나라에서 독립운동하듯 살아가는 사람들”」(본문 273~274쪽)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