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봉만 쓸쓸하게 남겨진 청주시 현도면 양지마을(사진=청주CBS)
3.1독립운동의 상징이었던 태극기가 충북에서도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태극기 거리는 자취를 감췄고, 최근에는 국경일조차 태극기 게양을 고민하는 시민들까지 생겨났다.
2007년부터 365일 마을 곳곳에 태극기가 휘날려 이른바 '태극기마을'로 유명세를 얻었던 청주시 현도면 양지마을.
하지만 지난해 12월 태극기를 모두 내리면서 110여개의 깃봉만 쓸쓸하게 남겨져 10년 만에 태극기 마을도 사라지게 됐다.
마을 이장인 오진흥(65)씨는 "태극기 마을이지만 태극기를 보러 마을에 오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며 "지자체에서도 일년에 두 번 정도 태극기를 주는 것 외에는 지원과 관심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등의 관심 부족으로 청주시 남이면의 한 가구단지 입구를 지켜왔던 15개 태극기도 지난해 10월 만국기로 바뀌었다.
1일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도내에서만 20여년전부터 모두 51곳의 태극기 거리가 조성돼 있는 것으로 집계돼있다.
하지만 21곳이 조성됐던 충북북부보훈지청 관내에는 현재 365일 태극기가 휘날리는 곳은 단 1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충북남부보훈지청은 양지마을과 가구단지에 태극기 거리가 사라진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등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처럼 태극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갈수록 줄고 있는 마당에 최근에는 태극기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의 상징물로까지 사용되면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불에 탄 태극기(사진=청주CBS 장나래 기자)
국경일인 3.1절에 태극기 게양을 고민하는 시민까지 생겨났다.
한모(37, 여)씨는 "태극기를 게양하는 행위가 정권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칠까 우려된다"며 "국경일에는 국기를 게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마저도 고민하게 된 상황이 안타깝다"고 답했다.
김모(25)씨는 "집회로 인해 태극기의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달기가 꺼려진다"며 "특히 어린이들에게 태극기의 이미지가 잘못 인식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태극기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며 태극기에 불을 지른 2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되는 등 국민 갈등의 상징으로까지 전락하고 있다.
태극기의 존엄성이 갈수록 땅에 떨어지고 있는 현실은 98주년을 맞은 3.1절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