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주년 3.1절인 1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왼쪽). 경찰 차벽 넘어 오른쪽 광화문 광장에서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 주최 탄핵 촉구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늘은 98주년을 맞는 3·1절이다. 이 날은 일본 제국주의 지배를 거부하고 3천만의 한민족이 한 마음으로 독립을 선언한 날이다. 한반도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의 한민족 터전에서 한목소리로 대한의 독립이 선포된 이 날부터 대한민국의 임시정부는 태동하게 되고, 태극기는 독립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뿌리내렸다.
그래서 그 어떤 국경일보다 태극기라는 상징과 그 의미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날이며 태극기로서 대한의 역사를 지켜온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대해 깊이 묵상하고 되새겨야 하는 날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 도심에서는 태극기가 둘로 나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들고 나와 이 나라를 악한 세력으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노란색 리본을 태극기에 달고 나오며 변질된 태극기의 의미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 와중에 마땅히 둘로 갈라진 태극기를 하나로 만들어야 할 기독인들 역시 둘로 갈라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함께 남북 공동합의문을 발표했지만 한국기독교총연맹과 한국교회연합은 '3.1절 구국기도회'를 광화문 앞에서 개최했는데 정치적으로 경도되지 않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공산당 귀신들이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해 달라"라는 기도까지 나오며 사실상 탄핵반대 집회 사전모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3.1절인 1일 오후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3·1 운동을 사실상 주도한 사람들은 당시 기독교 지도자들이었고, 실행의 주체는 기독교 학교에서 역사와 주체성을 바르게 공부한 10대 여성들이었다. 하지만 일제가 물러날 때까지 3·1운동의 정신을 저버리지 않고 태극기의 상징을 지키며 약자를 위해 싸운 사람들은 유관순 열사 같은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예수의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학교에 있을 때엔 독립선언문과 태극기를 만들어 공급했고 학교의 문이 강제로 닫히자 고향으로 돌아가 십자가를 의지하며 독립만세운동을 이끌었다. 그들이 죽음의 위협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십자가 때문이었고 그들이 현실 권력과 맞서 싸울 무기는 태극기였다. 노회한 교계의 지도자들이 신사참배를 통해 예수를 버리고 권력과 돈을 선택했을 때에도 그들은 만주에 가서 총을 잡았고, 일제의 심장부에 폭탄을 던졌고, 끝까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 위해 헌신했다.
그들이 죽어가면서까지 품에 안고 있던 것이 태극기와 십자가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 두 상징물은 오늘 광장에서 자주독립국의 기본 원칙을 능욕하고 국가 권력으로 사익을 추구했다는 범죄피의자를 지키는데 동원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해방 이후, 신사참배의 과오 앞에서 올바른 회개운동과 자정운동을 하지 않고 반공을 내걸며 다시 교권을 잡은 친일파들이 제일먼저 신사참배를 반대한 순수한 신앙인들을 내쫓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박정희와 전두환의 유신정권 시절엔 올바르지 못한 정부에 신앙인으로 맞서기보다는 정교분리 원칙에 숨어서, 오히려 기도로 그들의 반헌법적 범죄들을 축복하면서 부와 권력을 마음껏 누려왔다. 교회의 외형은 그렇게 성장했지만 예수는 교회에서 밀려났고,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그렇게 성장했지만 예수가 지키고자 했던 사회적 약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렸다.
오늘은 3.1절과 수요일이 만나 제1272차 수요시위도 열렸다. 일본제국주의에 능욕당하고 조롱당하다가 이제 또 다시 국가 권력에 의해 구제의 대상으로 전락한 위안부 피해자들이 다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예수는 그 옆에 계셨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