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 홈페이지의 첫 이미지. 미국 우선 무역 정책을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사진=홈페이지 화면 캡처)
“미국의 일꾼들이 세계와의 경쟁에서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미국 우선 무역정책(America first trade policy)'라는 제목 아래 맨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문구다.
그런 USTR이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 방향을 예고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썼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는 미국인들이 원한 결과는 아니다."
한미FTA를 체결하고 나서 지난해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가 체결 전인 2011년과 비교해 2배나 늘어난 것은 미국이 원했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 무역정책의 주요하 4가지 우선과제를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세계 주요 시장에 있는 나라들과 ‘새롭고 보다 나은(new and better)’ 무역 거래를 협상한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공정한 무역에서 이익을 얻어야 하는데, 한미FTA는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지 못했고, 이는 '새롭고 보다 나은' 협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명시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보고서는 맥락상 한미FTA에 대한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보고서의 의미를 축소시키는데만 여념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연례보고서가 아직 USTR 대표가 인준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초안이고, 한국에 대한 내용은 단 6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전임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맺어진 한미FTA를 '일자리 킬러'라고 공격했다. 지난달 28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트럼프는 "무역은 자유로워야 하지만 또한 공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자신의 공약 사항을 꾸준히 실행해 온 트럼프의 성향을 감안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미FTA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일본은 미국과 자동차 부문의 적자문제가 불거지자 총리가 직접 투자 프로젝트를 들고 가 트럼프 대통령과 '딜'을 했다. 우리는 대통령 탄핵 국면이라 통큰 거래는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적어도 FTA 재협상이 이뤄질 상황을 대비해 빈틈 없는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 대한 내용은 단 6줄 뿐"이라는 정부의 인식은 외려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