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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늘의논평/사설/시론

    [오늘의 논평] 사드 배치 왜 서두르나

    미군의 사드 미사일 발사 테스트 (사진= The U.S. Army flicker)
    돌이켜보면 서울광장에 성조기가 등장하기 시작한 무렵인 듯하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사드 대못박기'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온 시점 얘기다. 2월초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할 때 이런 입장을 미국에 전달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나 국방부와 롯데가 사드 부지제공 계약을 체결한 뒤 한미 국방장관이 사드배치를 4, 5월에 마무리 짓기로 이미 2월초 합의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드 조기배치가 탄핵정국에 이어 예상되는 조기 대선정국에서 외교안보는 물론 핵심적인 경제이슈로 부상했다. 이 번엔 중국이 한국 관광상품의 전면적인 판매중단 조치 등 사드 보복조치에 나서면서다.

    2012년 중·일간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와 같은 광기 어린 폭력시위 사태로 번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8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고도 한심하다. 3일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사드 보복 대책에 대한 황교안 대행의 발언은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는 게 전부였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지난해 7월부터 개점 휴업상태다. 어느 채널로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얘긴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치졸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중단돼야 한다. 또 사드 배치는 북핵 미사일과 관련된 문제로 한국이 약한 고리라고 보복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중국의 반발은 사드배치 얘기가 나올 때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국가적인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굳이 지금, 사드배치를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한·미당국이 사드배치를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흔적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은 당국이 아무리 입증됐다고 외쳐도 여전히 논란이다.수도권은 사드의 보호망에서 벗어나 있다. 주 요격대상이 무수단과 노동미사일이라는 점에서 보호 대상이 미국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국은 설득력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자파 위해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고 경북 성주와 김천 주민들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당초 올해 말 배치를 완료하겠다던 계획이 7월에서 9월 사이로, 다시 4, 5월로 바뀐 것은 차기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아예 대못을 박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국방부가 먼저 제의했는지는 모르지만 미국의 이해관계와는 한치의 오차도 없다.

    사드 조기 배치에 따른 피해는 당장 중국 진출 기업들이 일선에서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 최대 수혜자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사드 보호망에 들 일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드를 왜 빨리, 그것도 시끌벅적하게 효과음을 내면서 배치하려 하는 것일까?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여권의 목소리가 비례해서 커지기 시작한 것은 우연의 일치인가.

    3일 자유한국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사드배치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밝히라며 이들을 졸지에 '국익도 생각지 않은 사람들'로 매도한 뒤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3.1절인 1일 오후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정국으로 잔뜩 위축돼 있던 이들에게 사드 조기배치는 가뭄에 비 소식으로 여겨지는 듯 하다. 이들은 그동안 북한이 미사일을 쏘든 김정남이 피살되든 크고 작은 북한 이슈가 터지기만 하면 사드 문제를 꺼내들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 왔다.

    사드배치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집요한 추궁도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해 상대 진영을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궁지에 몰아넣은 것도 사실이다.

    국가의 리더십이 정비된 뒤 군사적 효용성을 정확히 따지고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지형을 판단해 다시 추진하자는 주장은 종북으로 몰아부칠 태세다. 벌써부터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위력을 떨쳤던 NLL대화록 사건의 기시감(déjà vu)이 온다.

    사드 문제를 한낱 안보장사 거리로 취급한다면 우리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이 초래될 수도 있다. 중국의 보복공세에는 단호히 대응해야겠지만 조기 대선국면에서의 정치적 활용도 철저히 배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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