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던 여고생의 죽음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지난 1월 23일 오후 1시께 전북 전주시 아중저수지에서 한 구의 시신이 떠올랐다.
전주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A(17) 양이었다. A 양은 전날 저녁 저수지 인근에서 여자 친구와 어울리다 헤어졌으며, 다른 친구에게 죽겠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다.
숨진 지 40일 남짓 흐른 지금 A 양의 얘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자살 가능성이 농후하고, 현장실습생으로 전주의 한 콜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했으며, 3년 전 이 콜센터에서 A 양과 같은 부서에 근무한 30대 여성도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A 양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A 양의 부모를 만났다.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
아버지(58)는 오후 6시를 넘겨 딸에게 전화한 어느 날, 이같은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A 양은 지난해 9월 초순부터 한 통신회사의 관계사인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했다. 퇴근은 거의 대부분 오후 6시를 넘겼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A 양은 교육 뒤 SAVE 부서에 소속됐다. 해지를 요청하는 고객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내부에서는 해지 방어 부서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팀장님이랑 직원들이 날 에이스라고 한다'고 자랑하기도 했지만 차츰 짜증을 내고 성격이 변했다"며 "죽기 며칠 전에는 '스트레스 받아서 못하겠다' 했고 회사에도 사표를 낸다고 얘기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A 양은 애교가 없는 편이었고 집에서는 과묵했다. 어머니(50)는 딸의 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을, 딸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다.
어머니는 "서너 번 '엄마 나 회사 그만두면 안 돼'라고 묻길래 어려워도 참고 이겨내야 한다고 얘기했었다"며 "죽을 이유가 없는 애였는데 그 때 말했던 게 정말 힘들어서였는데 새겨듣지 않았다"고 가슴을 치며 울었다.
어머니는 "나중에 친구들에게 들은 바로는 소비자들에게 심한 말을 듣고 몇 시간씩 울기도 했다"며 "실적이 나쁘면 남아서 타박도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3일 전북 전주시 아중저수지에서 A 양이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2014년 10월 22일 이 회사에 근무하던 이모(30·여) 씨는 '부당한 노동 착취 및 수당 미지급이 어마어마하다'는 내용의 고발성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했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자살한 사람이 있다고 딸이 얼핏 얘기했다"며 "아직 고등학생인데 왜 그렇게 힘든 일을 맡겼는지 모르겠다. 이런 줄 알았으면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고 후회했다.
회사 측은 A 양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지만 부모의 주장과는 입장이 다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성과가 잘 나오는 친구라 예뻐하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갑작스런 상황이 벌어져 당혹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장실습생은 의무적으로 사회복지사가 심리상담을 하고 이후에도 개별 면담을 하지만 이상징후는 없었다"며 "소속 팀장이 다섯 차례 정도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도 힘들다는 등의 말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RELNEWS:right}
이어 "부서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SAVE 부서가 가장 힘든 부서는 아니라고 본다"며 "업무 실적이 있긴 하지만 오후 6시 이후에도 근무하거나 실적을 이유로 질책을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또 "3년 전 사건 역시 많은 조사가 있었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전주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애완동물 관련 과 졸업을 앞둔 A 양은 콜센터에서 감정노동자로 현장실습을 했고, 이른 죽음을 맞이했다. 이 콜센터에는 전북지역 특성화고 학생 30여 명이 현장실습을 나갔고 현재 10명 남짓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