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과거 행동과 발언이 그의 대선가도를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선 과거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시절 본인이 만들었던 징계 조항에 걸려 출마가 불가능한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한국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으로 당내 반발을 야기한 점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 제 덫에 걸린 '홍트럼프'…징계 해제 요청 못하는 속내는?홍 지사는 한국당의 유력 주자로 인식되고 있지만, 현재 당에서 출마가 불가능한 상태다. ‘비리 혐의로 기소 시 자동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의 덫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 재판이 남은 상황이어서 그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는 계속되고 있다.
해당 징계 조항은 홍 지사가 2005년 한나라당 혁신위원장을 지내면서 공직자의 도덕성을 강조하며 만들었던 것이다.
당시 혐의만으로 징계를 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있었지만 홍 지사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홍트럼프’ 특유의 마이웨이식 과거 행보가 현재의 장애물이 된 셈이다.
때문에 그는 최근 줄곧 무혐의를 주장하면서도 대선 출마를 위해 징계를 풀어달라는 말은 꺼내지 못하고 있다. 홍 지사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만든 조항이라 내가 시비를 못 건다”고 했다.
다만 당규에는 ‘예외조항’도 있다.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홍 지사는 당이 이 같은 절차에 따라 징계를 해제해 줄 것을 내심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당론 배치 발언도 걸림돌…입장 선회할까?징계 해제의 키를 쥔 한국당 지도부는 그를 “모래 속 진주”라고 추켜세우면서도 홍 지사의 요청이 있어야 해제 논의가 가능하다는 식의 애매한 태도로 시간을 끌고 있다.
당이 홍 지사를 ‘모시는’ 식이 될 경우, 이미 출마를 선언한 당내 다른 주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논리지만, 실상은 ‘홍트럼프 길들이기’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 지사가 후보가 될 경우 그의 독자행동에 따라 ‘후보 맞춤형 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징계 해제를 조건으로 ‘당 맞춤형 후보’가 될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당 지도부는 홍 지사의 개헌과 바른정당에 대한 입장을 주목하고 있다. 홍 지사는 최근 "개헌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유력 대선주자가 반대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분권형 개헌을 당론으로 정한 한국당의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게다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대선후보들의 활동은 분권형 개헌의 당론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천명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기에 한국당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홍 지사는 또 바른정당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부부싸움이 있어서 별거했을 뿐, 이혼한 건 아니"라고 했다. 한국당 내 친박계 등 일부는 바른정당을 감싸는 듯한 해당 발언에 강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오는 9일 인 비대위원장은 홍 지사와 만나 이 같은 당내 기류를 우회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인의 과거 행보와 발언으로 '자승자박 국면'에 놓인 홍 지사가 대선출마를 위해 입장을 선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