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숨진 여고생 아버지(익명)
우리가 감정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해서 여러 번 다뤘었는데요. 이번에는 한 고등학생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40일 전쯤. 졸업을 앞둔 여고생 홍수연 양이 저수지에서 변사체로 발견이 됐습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자살 가능성이 높은데 부모들은 콜센터 현장 실습생으로 근무하면서 받은 극도의 스트레스가 결국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거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묻혀졌던 사건이 어제 저희 노컷뉴스가 첫 보도를 하면서 하루 종일 관심을 모았는데요. 도대체 이 여학생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아버지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익명으로 연결을 하죠. 아버님, 나와계십니까?
◆ 아버지> 네.
◇ 김현정> 참 어려운 상황에서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일단 감사드리고요. 아이가 저수지에서 발견이 된 게 지난 1월 23일.
◆ 아버지> 네네.
◇ 김현정> 한 40여 일 지나긴 했습니다마는 여전히 실감은 안 나시죠?
◆ 아버지> 그렇죠.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고 어디를 가도 애 생각만 나고 그렇죠.
◇ 김현정> 애 생각만 나고... 조금 힘드시겠지만 딸 수연이가 살아 있던 그때로 돌아가보도록 하죠. 고등학교 3학년. 그런데 통신회사 콜센터에서 실습을 했어요.
◆ 아버지> 특성화고등학교거든요. 3학년 2학기 때부터 취업을 나갈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9월 2일날 회사하고 계약체결을 하고 9월 8일부터 거기서 근무하게 되었어요.
◇ 김현정> 통신회사 콜센터라면 주로 수연이가 어떤 일을 맡았던 겁니까?
◆ 아버지> 제가 알기로는 그냥 A/S 콜센터인지 알고 저희는 그냥, 우리가 가서 일 한번 열심히 해 봐라. 그렇게 승낙을 했거든요.
◇ 김현정> A/S 콜센터, A/S 접수하는 콜센터라고 생각을 하고?
◆ 아버지> 네, 저희들은 그거인 줄 알고.
◇ 김현정> 그런데 아니었습니까?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음. (사진=자료사진)
◆ 아버지> 네. 그게 아니고 통신사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려고 하면 그걸 방어하는 일이더라고, 나중에 알고 봤더니.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이 콜센터의 세이브 부서라는 곳에 근무를 했는데 이 세이브 부서라는 곳은 이 통신사에서 해지하려는 사람들을 잡는 일을 하는 거예요?
◆ 아버지> 해지방어팀이라고 그러더라고, 그쪽에서는.
◇ 김현정> 해지방어부서.
◆ 아버지> 네.
◇ 김현정> 해지하겠다고 한 사람한테 전화 걸어가지고 설득하는 일이네요.
◆ 아버지> 그렇죠. 그러니까 수연이 같은 경우는 소비자들한테 욕이라든지 그런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듣는가 보더라고요.
◇ 김현정> 다른 데로 가게 되면 벌점 같은 게 혹시 있는 거예요?
◆ 아버지> 많이 방어를 못하면 위의 상사들한테 많은 압박을 받는가 보더라고. 집에 와서 그래요. 소비자들한테 많이 욕도 얻어먹고 심한 소리 들으면 몇 시간 울었다고 그런 소리를 몇 번 하고. 수연이 입장에서는 그래요. 나도 자기가 소비자 입장이 되면 조금은 그럴 수가 있는데 그 상사들이 위에서 압박주는 거 그건 정말로 못 참겠다고 스트레스가 너무나 쌓인다고 그러더라고.
◇ 김현정> 그러니까 소비자들이 욕하는 건 그래도 그럴 수 있겠다 하는데 그것도 화나지만 그것도 콜수 못 채웠다고, 설득 제대로 못했다고 상사한테 스트레스 받는 건 정말 싫다, 이렇게?
◆ 아버지> 네, 그게 정말로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고. 자기 엄마한테 그러니까 자기 엄마는 그랬나봐요. 네가 그런 줄 알았으니까 네가 힘들면 그만두지만 네가 참고 좀 견뎌봐라.
◇ 김현정> 참고 견뎌봐라? 그러면서 다독이셨어요, 아버님.
◆ 아버지> 네. 엄마는 그랬는가 보더라고요, 몇 번. 나한테도 그러면 나는 그러거든. 여기서 네가 물러나면 네가 지는 거니까 한번 견뎌봐, 견딜 때까지. 정 안 되면 그만두고. 그랬더니 알았어, 저한테는 그랬거든요.
◇ 김현정> 이제 와서 생각하면 부모님들 그 말씀하신 것도 응어리가 맺히시겠네요.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아버지> 그렇죠. 죽기 며칠 전에도, 죽기 한 3-4일 전에도 엄마한테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
◇ 김현정>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실적 때문에?
◆ 아버지> 네. 회사 그만두고 사직서 내야겠다고.
◇ 김현정> 그만두고 싶다고.
◆ 아버지> 자기 엄마한테 또 그렇게 말을 했는가 보더라고.
◇ 김현정> 그런데 부모님들 심정은 그게 아니니까 참아봐라, 어떻게 어렵게 얻은 직장인데 참아봐라, 참아봐라 하셨을 수밖에 없겠죠.
◆ 아버지> 네네.
◇ 김현정> 그래요. 잠깐 듣기에도 이 업무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건 분명해 보이는데. 이제 회사 측 얘기를 들어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업무 스트레스를 받은 건 아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일을 하는데 왜 수연이만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간다. 특히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이 회사는 평소에 심리상담도 하고 개별면담도 하는데 수연이한테는 어떤 이상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거거든요. 어떤 징후가.
◆ 아버지> 회사 자기네들은 거기 입장을 말하겠지만 우리 집에 와서는 친구들한테나 저한테나 일주일이면 두세 번은 계속 스트레스 받고 거시기한다고 자기가 너무나 힘들다고 하는데 서로 입장 차이가 나겠죠, 그거는. 자기네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하겠죠.
◇ 김현정> 회사에서는 뭐 티를 안 냈더라도 집에서는 분명히 스트레스 받았다는 걸 여러 번 표시했다는 말씀이시군요?
◆ 아버지> 그렇죠.
◇ 김현정> 도대체 회사에서 줬다는 그 압박, 그 스트레스가 어떤 정도였는가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은데.
◆ 아버지> 회사에서 말을 안 하니까 저희들은 모르죠. 저희들은 그래요. 모아놓고 직원들끼리 모아놓고 그런 거시기, 안 좋은 소리를 하는 모양이더라고. 거기다가 자존심이 무척 강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모아놓고. 이제 업무 다 끝났어요. 쭉 모아놓고 콜수를 가지고서는 자존심 상하는 소리를 하면서?
◆ 아버지> 네, 그까짓 것도 못하냐고 하면서 그러니까 왜 이따위로밖에 못하느냐 그런 소리를 하더라고.
◇ 김현정> 이따위로밖에 못하느냐?
◆ 아버지> 네, 이거뿐이 못하느냐 네가. 그런 소리를 했다고 하더라고. 친구들 입에서는.
◇ 김현정> 자존심 강한 학생 같은 경우에는. 특히 또 미성년자 아닙니까, 아직. 이런 아이들 같은 경우에도 누구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단 말씀이에요. 그런데 이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요?
◆ 아버지> 자살사건도 있었고 수연이 말로는 회사가 17층이니까 거기서 콜을 받다가 많이 울고 그 위에 옥상 올라가서 뛰어내린 적도 있었다고 그런 소리를 저에게 하더라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이렇게 일하고 얼마 받았습니까?
◆ 아버지> 수연이 일 있고 난 뒤 한 10여 일 있다가 회사에서 전화가 오더라고. 수연이 월급 조금 남았다고 찾아가라고. 수연이 월급, 나머지 월급이라고 94만 이천 얼마를 넣었더라고.
◇ 김현정> 94만 원? 채 100만 원 안 되는 그 돈 보면서 우리 수연이...
◆ 아버지> 많이 울었죠.
◇ 김현정> 그러니까요. 우리 수연이가 이거 벌려고 그 모욕을 당하고 고생했는가. 마음이 정말 아프셨겠어요.
◆ 아버지> 그렇죠. 이제 20살도 안 된 그 어린 것을 베테랑들도 가기를 꺼려하는 그곳에 넣어놨다는 자체가 잘못된 거죠.
◇ 김현정> 베테랑들도 가기를 꺼려한다는... 저희도 사실은 감정노동자의 그 고통에 대해서 여러 번 다뤘는데 이게 어린 학생에게 벌어진 일이라서 마음이 지금 더 아픕니다.
◆ 아버지> 왜 그러냐 하면 그 사람들은 소모품으로 생각하더라고.
◇ 김현정> 소모품?
◆ 아버지> 실습 온 사람들을. 힘든 부서는 서로 안 가려고 하니까 실습생들을 넣어버리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런 곳에 고등학교 실습생들이 파견이 된 거군요.
◆ 아버지> 네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소모품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하실 수밖에 없는. 아이고, 마음이 아픕니다. 수연이 생각이 많이 나실 것 같아요. 어떤 딸이었습니까, 우리 부모님들한테는.
◆ 아버지> 내가 그래서 일반 고등학교를 한번 가봐라. 일반 고등학교 가서 대학교 한번 가봐라. 너는 똑똑하니까. 그랬더니 집안 형편도 그렇고 거시기 하니까 자기가 나중에 돈 벌어서 가고 싶으면 대학교 간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네 뜻이 그러면 해라.
◇ 김현정> 아이고... 그랬군요.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아빠, 내가 돈 많이 벌어서 그때 대학 갈게.
◆ 아버지> 네, 그런 소리를 하더라고. 자기가 벌어서 어느 정도 거시기 되면 대학교도 지가 야간대라도 간다고 자기가 그러더라고.
◇ 김현정> 효녀였네요, 아버님.
◆ 아버지> 그렇죠. 말은 그렇게 막 애교 있게 말은 안 했어도 내가 피곤하다고 방에 들어가서 누워 있으면 울더래요, 수연이가 아빠 미안하다고. 내가 더 잘해야 하는데 이렇게밖에 못해서 울더래 거기다가.
◇ 김현정> 아니, 뭐가 미안하다는 거예요?
◆ 아버지> 성질도 부리고 거시기도 한 걸 미안하다고. 더 잘해야 하는데 하면서 울더래. 자기가 봐도 늙어 보이니까, 나이 들어 보이니까 다른 아빠들보다. 그런 짠한 마음이 생기는가 보더라고요. 자기가 말은 안 해도 속으로 갖고 있는가 보더라고.
◇ 김현정> 수연이 떠올리면 뭐가 제일 떠오르세요?
◆ 아버지> 내가 못해 준 거 내가 자기 마음을 덜어주고 거시기해야 되는데 그걸 못해 준 것만 자꾸 떠오르고 동네에 있다 보니까 수연이가 간 그곳만 지나가도 울컥하고 지금도 그러고 그래요. 자기 엄마는 밖에 나가려고도 안 해요, 지금.
◇ 김현정> 그러시겠죠.
◆ 아버지> 그때부터 밖에 나오지 않았으니까.
◇ 김현정> 이게 얼마나 기가 막힌 일입니까? 어떻게 좀 일이 마무리되기를 바라세요?
◆ 아버지> 제2의 제3의 수연이가 절대 나오지 않았으면, 사회가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 한마음 때문에 지금 제가 이렇게 언론에 호소도 하고 있고 그런 입장이에요, 제가.
◇ 김현정> 참 어려운 상황인데 이렇게 나서서 언론 인터뷰하는 것은 제2의 수연이,제3의 수연이 우리 딸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면 안 되겠다 이 생각으로 나오신 거네요, 아버님.
◆ 아버지> 네네.
◇ 김현정> 힘내시고요. 참 우리가 감정노동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 많이 다뤘는데 오늘처럼 이렇게 마음이 아프기는 또 처음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재발방지책 만들어질 수 있을지 이 부분도 깊이 있게 다시 한 번 고민해야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오늘 어려운 인터뷰 고맙습니다.
◆ 아버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전주에서 벌어진 일이죠. 콜센터 실습생 홍수연 양 사건의 아버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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