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경제현안 점검회의 '위기의 한국경제, 블랙스완에 대비하자'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영입 인사들의 잇단 돌출행동으로 곤욕을 치렀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에는 지난 총선 당시 영입했던 양향자 최고위원의 문제 발언에 대해 7일 사과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 최고위원은 전날 일부 기자들과 만나 10년 동안 삼성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 문제를 제기해온 인권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활동가들을 전문시위꾼으로 폄하해 논란이 됐다.
양 최고위원은 반올림 활동가들에 대해 "전문시위꾼처럼 귀족노조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면서 "삼성 본관 앞에서 반올림이 농성을 하는데, 그 사람들은 유가족도 아니다. 그런 건 용서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사과한 것으로 안다"며 "어쨌든 삼성 백혈병 피해자들과 유족은 저와 우리 당이 늘 함께 해왔다. 그분들께 상처가 됐다면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총선 때 양 최고위원과 함께 영입한 표창원 의원의 '박근혜 대통령 나체 풍자 그림 논란'과 대선 캠프에서 영입했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각종 구설수, 자문단 공동위원장으로 영입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김정남 피살 비유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사과한 바 있다.
다만 전윤철 공동선대위원장의 "악성 노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그분 모든 말을 책임지라는 것은 무리"라고 일축했다.
양 최고위원과 문 전 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다른 야당들은 문 전 대표의 노동관까지 문제 삼고 나섰다.
김정화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양 최고위원과 문 전 대표는 '삼성공화국 시즌2'를 준비하고 있는가"라며 "문 전 대표가 기본적인 노동관의 정립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도 없는 '어마어마한 영입' 한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문 전 대표 주변 인사들이 이 같은 반노동 발언들은 결국 대선에 나선 문 전 대표의 노동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에 도전하는 문 전 대표가 노동문제 등 적폐청산의 진정한 의지를 보이려거든 본인이 영입한 인사들의 잇따른 반노동, 반개혁 발언에 대해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노동적대 발언을 한 주변인사에 대해 문 전 대표가 책임 있는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 시장은 이날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정책협약식에 참석해 "민주당은 당론으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당이자 서민과 노동자, 중산층을 위한 당이고 그것이 민주당의 정체성"이라며 "노동 적대적 발언은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이어 "최근 악성노조 발언, 전문 시위꾼 발언 등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적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에 대해서는 문 후보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한다"며 "그런(노동적대) 발언으로 민주당을 오해할 여지가 있는 국민들과 노동계에 문 후보가 직접 충분한 입장 표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문 전 대표 주변 인사들의 설화가 이어지자 문 전 대표 캠프에서는 문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주요 인사들에게 '신중한 언행'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 측은 "지금 문 전 대표는 '득점 최대화'보다 '실점 최소화'가 더 중요하다"며 "문 전 대표 주변 인사들의 작은 실수가 의도와 무관하게 문 전 대표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만큼 보다 언행을 신중히 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