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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금융계 조로(早老)…정년 60은 '빛 좋은 개살구'



금융/증시

    심각한 금융계 조로(早老)…정년 60은 '빛 좋은 개살구'

    40대 후반이나 50대, 임원 되지 못한 직원은 퇴출되는 '조로 현상' 공고해져

     

    금융계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희망퇴직’ 등의 이름으로 상시화되면서 종사자들이 조로(早老)하는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올들어 KB국민은행이 2,800명, 신한은행이 280명을 내보내는 등 지난해에 이어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이 대대적으로 실시됐다.

    삼상화재에선 인사고과가 우수했던 부장급 보직간부가 보직에서 해임되자 50줄로 들어선 자신에 대해 ‘나이를 들어 차별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일이 벌어졌다.

    회사측은 당사자에 대해 비위가 적발된 때문으로 “연령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50대 초반 부장급 직원 10여 명이 동시에 보직에서 해임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올들어 임원급인 ‘부원장보’에 오르지 못한 62년 상반기 출생(만 55세)의 국장급 보직자들이 대거 자리에서 물러나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가 됐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금융·보험업종의 취업자는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한 후인 2009년말 76만 6천명에서 2013년 86만 4천명으로 늘었다가 지난 1월말에는 79만 2천 명으로 떨어졌다.

    금융·보험업계에서 ’희망퇴직’으로 대표되는 인력 구조조정이 2013년이후 상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의 임원이 되지 못한 금융회사 직원들은 결국은 희망퇴직 등으로 떠날 수 밖에 없어 금융계 전체에서 정년을 채우고 나가는 사례는 찾기가 어렵다.

    ‘60세 정년’이 지난해 종업원 3백명 이상의 기업체들에 시행된 데 이어 올해부터 모든 기업으로 확대됐지만 금융계에선 “빛좋은 개살구”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계의 이런 ‘조로 현상’에 대해선 ‘경쟁이 심하고 새로운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변화가 심한 상황인데다 인터넷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고객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 거래)가 확산되는 추세 때문’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본다.

    업무는 갈수록 전문성과 집중력, 심지어 체력도 요구되는 반면 공채를 통해 금융회사에 입사한 뒤 순환보직과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제도 안에서 전문가(specialist)보다는 일반행정가(generalist)로 경력을 쌓아온 중·고령자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현재 기대수명이 82.1세에 도달한 한국사회에서 이런 조로현상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나 금융회사 측에서는 현재로선 별다른 대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 금융위원회는 고용부, 기재부와 함께 금융권 인력 구조조정에 대응해 ‘맞춤형 고용지원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용유지지원금, 임금피크제 지원금, 시간선택제 적합직무 개발 및 전환촉진 등으로 고용감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되, 불가피하게 고용조정이 이뤄지는 경우 금융사들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고 훈련비 등을 지원한다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위가 회사들의 임직원 대상 전직 지원 프로그램 운영실태를 파악조차 하지 않는 등 손을 놓고 있어 당시 대책이 1회성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여서 보험회사들의 경우 한화생명만이 은퇴자를 대상으로 사회적 기업에 취업하도록 하는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용철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4,50대들이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해 기여할 부분이 있는데도 금융회사들이 직무개발을 소홀히 하면서 비용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용철 위원은 한양대학교 임상훈 교수, 노동사회연구원 우상범 연구원 등과 함께 2015년 1월 발표한 ‘금융산업 실질 정년 연장 확립을 위한 중고령 근로자 인력활용 방안’에서 중고령자에 적합한 직무개발의 방향으로 ▲ 정보유출 및 피해 방지▲탄력적 근무제 활성화 ▲유능한 중고령자 인력풀 형성 등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예를 들면 CRM(고객관계관리), 기업금융 RM(관계관리), PB(거액 예금자 대상 금융 포트폴리오 전문가) 등에 대한 경력개발 프로그램에서 중고령자의 노하우가 유용하고, 베이비 부머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 및 상담, 대출심사 적격성 여부 판단 등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용철 위원은 “최근 연구자들 사이에선 중고령자에게만 촛점을 맞춘 직무개발 보다는 20대부터 정년까지를 아우르는 직무설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산업에서는 핵심인력에게만 노동강도가 높게 업무가 몰리고, 중고령자에겐 역할이 없는 현실이어서 직무 분석 등을 통해 일자리 전체를 합리적으로 재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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