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10일 오전 부산역에 모인 시민들이 탄핵 심판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송호재 기자)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인용 결정을 내리자 부산시민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며 여·야 정치권에 국론통합을 주문했다.
이날 오전 11시 부산역을 찾은 시민들은 역사적인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선고가 생중계되자 가던 길을 멈추고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20분쯤 뒤 헌재가 주문(主文)을 통해 8명 만장일치로 대통령을 파면하는 '탄핵인용'을 결정하자, 시민들 사이에서 박수와 함성이 흘러나왔다.
이날 부산역을 찾은 정지홍(36·부산진구)씨는 "당연히 합당한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를 바로 세우는 교과서에 나올 만한 사건이다"라며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앞으로 남은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올바른 선택이 나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파면은 환영하지만, 세월호 사건 책임 문제 등에서는 아쉬움이 많다며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부산 출장 중 탄핵 소식을 확인한 강태숙(57·세종시)씨는 "국민이 바라던 결과가 나왔다. 거짓은 진실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다만 세월호와 관련한 판결이 다소 아쉽다. 자연인이 된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명확한 진상 규명이 벌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터 곳곳에서도 중계방송이 나오는 시간대에 잠시 업무를 중단하고 삼삼오오 TV 앞에 모여 역사적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10일 오전 부산역에 모인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탄핵이 확정되자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송호재 기자)
제조업 종사자 박성철(43·사상구)씨는 "시민들은 오래전 이미 마음속에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면서 "헌재의 이번 결정은 다시 한번 사법적으로 탄핵 인용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운영에 중대한 차질을 빚은 박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정중하고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회사원 이선영(33·여·북구)씨는 "시민들은 그동안 촛불집회를 통해 탄핵소추 결정부터 헌재의 선고 과정까지 모두 지켜보면서 의식이 상당히 성숙해진 것 같다"며 "정치권도 이젠 분열을 멈추고, 국민 불안과 국가혼란을 진정시킬 때"라고 강조했다.
이른 점심시간 식당 TV를 통해 선고 과정을 숨죽여 지켜보던 취업준비생 강모(26·여·남구)씨는 "헌재의 탄핵안 인용 결정이 자칫 야당에 대한 지지로 받아들여지면 곤란하다"며 "여·야 정치권 모두 탄핵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공동이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진정 성숙한 자세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새 대통령을 어서 선출해 국정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졌다.
택시기사 이만수(40·서구)씨는 "부산은 조선업 불황에 국정 공백까지 겹치면서 서민 경제가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란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어서 대선에 돌입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고, 안정을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부 정순희(60·부산진구)씨는 "보수파들도 헌법재판소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국민통합에 중요하다"며 "여·야 유력한 대선 후보자들도 국민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잘 헤아려 선의의 경쟁을 펼쳐가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