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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파면] "촛불, 스스로 나라가 되어 나라 살렸다"



문화 일반

    [박근혜 파면] "촛불, 스스로 나라가 되어 나라 살렸다"

    [인터뷰] 작가회의 최원식 이사장 "친박집회, 현실 정치 향한 분노가 선동으로 왜곡"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안국역 일대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행동을 비롯한 시민들이 탄핵 촉구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우리나라 헌법을 수호한 헌법재판소가 자랑스럽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이번처럼 실감한 적이 없을 것 같아요."

    한국작가회의 최원식(68) 이사장은 10일 CBS노컷뉴스에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의구심도 없지 않았다. 이런저런 소문도 많이 돌지 않았나"라며 말을 이었다.

    "이 문제(박근혜 파면)를 두고 여덟 명의 재판관 한 사람 한 사람이 보수·진보 성향을 떠나, 그리고 각 재판관을 누가 추천했느냐를 떠나 일치해서 인용했다는 데 굉장히 가슴 벅찹니다. 결국 헌법재판관들의 전원일치 파면 선고를 이끌어낸 것은 우리 촛불 시민들의 위대함에 있어요."

    다만, 최 이사장은 박근혜 파면을 두고 "승패의 관점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고 전했다.

    "누군가의 승리, 누군가의 패배라고 얘기하기에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너무 불행한 사건이니까요. 이런 일이 다시는 있지 말아야 합니다. 그나마 이 나라에 희망을 지핀 것은 우리 촛불 시민들이에요. '이게 나라냐'라고 한탄을 넘어, 그분(시민)들이 스스로 나라가 되어 나라를 살린 셈이죠."

    그는, 탄핵 인용 뒤 일부 친박단체 회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는 데 대해 "(친박집회에서) 선동하는 사람들과 일반 참가자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선동하는 사람들 빼놓고, 소위 태극기 집회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라가 걱정돼 자발적으로 나온 이들도 꽤 있을 겁니다. 선동가들과 나름의 순정을 갖고 참가한 사람들은 구분했으면 해요. 그들 나름대로 오늘날의 현실 정치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을 테니까요. 그러한 분노가 선동을 통해 왜곡된 경우일 겁니다."

    최 이사장은 "이제부터는 '정치의 복원'이 화두"라며 "국민적 분노, 또는 그 분노를 넘어서는 심정을 받들어서 정치의 복원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역설했다.

    "촛불항쟁으로 불타오른 열망을 정치권에서 제대로 수렴할 수 있을까를 보면, 현재로서는 많이 부족하다고 봐요. 이번 촛불항쟁의 중요한 특징은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 괴리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데 있어요.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인 셈이죠. 정치의 복원을 마냥 정치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이번에 헌재의 파면 선고를 추동해낸 촛불 시민들의 힘을 볼 때, 이제는 그야말로 정당과 정당 사이 협치뿐 아니라, 국민들과 정당 사이의 진정한 협치가 화두로 떠올랐다고 생각합니다."

    ◇ "야당도 면죄부 받을 수 없어… 이런 사태 불러온 것 야당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박 대통령 파면 소식을 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분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한국 사회에서 대의 민주주의는 항상 불일치가 있어 왔는데, 이번에는 국민들이 그 불일치에 그대로 순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 최 이사장의 진단이다.

    "국민들이 그동안 이어져 온 불일치를 일치시키려고 노력할 겁니다. 정치권도 (대선까지는) 짧은 시간이 남았지만, 후보들 사이에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애써야 해요. 토론 문화야말로 민주주의의 기초입니다. 촛불이 그것을 보여줬어요. 이런 점에서 불일치의 일치는, 대선 후보들과 시민·국민들 사이에서 벌어질 토론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현재 대선 후보들에게는 큰 그림이 없다"고 꼬집었다. "여전히 정치공학에 매몰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분열되고 혼란스러운 이 나라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 한국은 주변 네 나라와 모두 갈등을 겪고 있으니 외교참사도 이런 외교참사가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갈등은 최소화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모든 나라와 싸우는 형국인 외교적 곤경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지도자라면, 남북 관계를 복원하고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 또는 한반도가 어디로 나아가야할 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해요. 우리 국민들은 지금까지 뚜렷한 비전이 나오면 그리로 힘차게 나아갔습니다. 국민들은 지금 그러한 비전에 목말라 있어요."

    최 이사장이 강조하는 '정치의 복원'은 결국 '갈등 해소'와도 맥이 통한다. 그는 "한국 사회가 갈갈이 분열돼 있는 데는 정치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태극기(친박) 집회는 엉망이 된 한국 정치에 대한 불만이 엉뚱하게 왜곡된 방향으로 터진 거라고 봐요. 결국 우리 국민들은 모두 기성정치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여기서 야당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어요.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이 야당이기도 하니까요. 여당과 야당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이런 여당을 만들어낸 것은 야당이니, 결국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은 야당이기도 합니다. 큰소리만 치지 말고, 세밀한 대책은 말 그대로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지도자는 큰 그림을 그려야죠. (박근혜처럼) 대통령이 째째하게 여기저기 다니며 '돈 달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한국작가회의 최원식 이사장(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그는 무엇보다 "자기 생활의 장에서 민주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제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좋은 대학을 만들자'는 것이 화두였죠. 학내 민주화를 다지면서 바깥에 대고 사회 민주화도 요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정작 학교는 내버려두고 바깥에서만 민주화를 외치면 무슨 소용입니까.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생활과 정치 사이의 분리, 괴리가 만연해 있다고 봅니다. 누구 말대로 촛불 광장에서는 그렇게 자유롭고 훌륭한 사람도 생활로 돌아가면 180도 달라져요. 생활 속에서의 민주주의, 그러니까 촛불 광장에서의 자유롭고 평등하고 우애롭던 기운을 생활 속에서도 이루는 일이 기초 민주주의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제는 '자치'가 강조돼야 해요. '주민 자치'가 잘 되면 저절로 상승해 '지방 자치'가 잘 되고, 지방 자치가 잘 되면 또한 '중앙 정치'가 잘 됨으로써 정치적 과열도 해소될 겁니다."

    블랙리스트 사태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이명박근혜 정권 내내 문화예술인들은 끈임없이 억압 받으면서도 저항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문화예술인들은 이번 탄핵 정국에서도 다양한 실천을 통해 광장의 시민들과 호흡을 맞춰 왔다. 최 이사장은 "문화예술인들은 앞으로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지켜가는 데 더욱 엄숙하게 다짐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 다짐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그 어떠한 침해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은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한 시민적 실천을 확실하게 다져가야 해요. 무엇보다 훌륭한 작품을 내놓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훌륭한 문학을 만들고, 훌륭한 예술을 만드는 것은 상상으로 새로운 세상을 구축하는 거예요. 좋은 작품이 사람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새로운 세상이 그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죠. 그 작품을 통해 이러한 새 세상을 꿈꾸고 그 길로 나아가는 겁니다. 시민적 자유의 실천도 물론 중요하지만, 문화예술인들의 더욱 중요한 임무는 훌륭한, 위대한 문학과 예술을 창조하는 데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것으로 시대에 응답하는 것이 작가의 가장 큰, 명예로운 임무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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