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구 여권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암중모색'을 하고 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탈당 이후 광폭행보를 펼치면서 '반(反)문재인' 전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하지만 대선 전 개헌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데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연대론을 경계하는 등 전망이 밝지는 않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왼쪽)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대통령 비극은 제도 때문" 인명진과 김종인 '개헌' 공감대 형성김종인 전 대표는 탄핵이 결정된 다음 날인 11일 인명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을 만나 개헌과 향후 대선 정국에 대해 논의했다.
탈당 직후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차례로 만난 김 전 대표는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와 문병호 최고위원 등과도 비공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진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김 전 대표 측은 "오래 전부터 알던 분들이 만나자고 해서 본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반-문재인' 진영과 개헌파들을 규합기 위해 한국당 내 탄핵 찬성파들 일부와도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도 8대0의 압도적인 탄핵 인용으로 명분을 잃은 상황에서 대선 주자가 마땅하지 않아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 위원장은 김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직접적으로 우리 둘이 합쳐서 뭘 해보자 그런 얘기를 할 처지는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지금까지 87체제 헌법 하에서 6분의 대통령이 모두 불행하지 않았냐. 제도의 문제 아니냐는 생각을 굳혔다"고 말해 서로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탄핵 인용으로 '탈당'에 정당성을 확인받은 바른정당이 김무성 의원 등을 중심으로 '반문재인' 연대의 깃대를 들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바른정당은 탄핵 직후 지도부 총사퇴를 통해 자리를 비워두며 대통합에 시동을 걸고 있다. 한국당의 일부 중진 의원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대표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 자신을 후보로 추대한다면 직접 대선 주자로 나서는 방식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얘기를 하는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적폐청산 요구 확실해져, 반문 연대의 명분 약해하지만 '반문연대'의 전망이 밝지는 않다. 우선 압도적인 탄핵 판결로 적폐청산의 명분은 더욱 확실해졌다.
이같은 촛불 민심의 요구를 받아 민주당의 경선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고, 개헌이 정치권의 야합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반문재인'의 명분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연대론에 선을 긋고 있는 것도 반문 연대가 단일대오로 형성되기 힘든 이유 중 하나이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 등과의 연대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며 내부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손학규 전 대표는 대연정의 가능성을 열어두는데 반해 안철수 전 대표가 연대에 부정적이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박지원 대표와 김무성 의원가 지난 10일 저녁 자리에서 나눈 얘기도 의미심장하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김 의원에게 '국민의당과 연대하자고 제안하지 말라. 우리는 정체성이 다르다'고 노선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대선 전 개헌'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 점도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 연대의 가능성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민주당 내 개헌파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때 개헌을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당의 중재안을 사실상 받아들인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헌을 주창하는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반문 진영의 정치적인 모색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