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현지시간으로 13일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장규석 기자)
미국 국무부는 "한국 사드배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 결정이며, 향후 대선과정에서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대선과 사드 배치는 별개라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온 가운데, 틸러슨 국무장관이 오는 17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드 배치나 중국의 사드 보복 등과 관련해 어떤 논의를 진행할지 주목된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5일 일본을 시작으로 17일에는 한국, 오는 18일에는 중국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암살, 그리고 사드 배치 등 민감한 현안이 쌓여있는 시기라, 틸러슨의 이번 동아시아 방문에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현지시간으로 13일 워싱턴 주재 외신기자 대상 기자회견을 갖고, 틸러슨 장관의 한중일 방문과 관련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수잔 손턴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주권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드배치는 한국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매우 도발적인 위협에 대한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반응"이라며 "정치적 상황이나 다른 고려 사항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사드 배치 문제가 향후 대선 과정에서도 정치적인 논란거리는 안 될 것이라고 보고 있고, 결국 사드 배치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대담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대응방안도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다음달 초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양국 합의했다. 틸러슨 장관이 오는 18일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양해를 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다른 장소에서 열린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도 마크 토너 대변인 대행은 "특히 사드와 관련해 중국이 우리와 다르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잘 알고 있다"고 말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 달래기에 나설 계획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토너 대행은 미 공군이 한국에 최신형 무인공격기를 배치한 사실을 지목하면서 "틸러슨 장관은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이런 일련의 조치들(사드와 무인공격기 배치)을 취하고 있음을 분명히 언급할 것"이라고 말해, 무조건 달래기에만 나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번 한중일 방문 기간 동안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 기업이나 단체에 대한 제재, 즉 세컨더리 보이콧 문제를 논의 안건으로 올려 중국에 대한 압박도 병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사드 반대 집회를 엄격히 통제하는 등 변화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틸러슨의 한중일 방문 이후 중국이 사드와 관련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