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송영훈 기자)
소외된 아이들을 보살펴야할 보육원 내에서 성폭력과 학대·폭행 등 각종 범죄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 보육원들은 아동보호는 커녕 직원들 밥그릇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다.
보육원에 들어가는 정부보조금과 각종 후원금이 정작 아동들 보다는 시설관계자 인건비로 대부분 쓰이는 것인데 관계당국은 여전히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 보조금 중 인건비가 2/3, 아동보육엔 '쥐꼬리'
최근 수년간 서울과 경기도 일대 보육원에서 계속해 아동학대, 성폭행 범죄가 발생하면서 수십 명의 피해아동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와 경기도 부천 소재의 보육원에선 선배가 후배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성범죄가 발생했고 수원과 여주에 위치한 보육원에서도 아동학대 정황이 드러나 수사당국의 수사가 이뤄진 상태다. 보조금 횡령 등 비위행위는 이젠 일상이 됐다.
이에 아동보육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보육원을 관리·감독하는 시청관계자 입에서조차 "(보육원은) 사실상 울타리만 쳐놓았지 방임수준"이라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할 정도다.
한 보육교사는 "보육원에 교육이란 것 자체가 없다"면서 "보육원에서 오래 근무하는 비결이 아이들한테 관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와함께 내부사정에 밝은 한 보육원 관계자는 "결국 허술한 법령과 행정당국의 관리실태가 문제"라며 "모두 행정당국이 자초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아동복지법 시행규칙에는 아동이 30명이 넘는 보육시설에선 보육교사, 영양사, 간호사 외에도 각종 행정인원을 뽑아놓게 해놓았다. 하지만 당국의 사후 관리는 없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 보육원 관계자는 "보육원 직원의 수가 너무 방대한데다 당국의 관리도 따로 없다"며 "정작 아동들에게 투입되는 돈보다 직원인건비로 나가는 돈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경기도 부천 소재 A 보육원은 총 30명의 직원 중 보육교사 18명 외 사무국장, 과장 등 직원 12명을 고용해 운영했다.
그 결과 A 보육원은 2014년 국가보조금·후원금 20억 8400만 원 중 2/3가량인 '12억4000만 원'을 직원인건비로 지출했다. 70여 명에 이르는 원생들에게 쓰인 돈은 5억여 원에 불과했다.
2015년 역시 19억 7300만 원의 국가보조금 중 인건비로 13억3000만 원이 지출됐고 원생에겐 4억여 원이 지출됐다. 원생들에게 지출된 돈은 줄어든 반면, 교사들의 인건비는 1년 새 1억 원 가까이 더 늘어난 것이다.
앞서 만난 보육원관계자는 "A 보육원에 들어오는 정부보조금과 후원금 수십억 원 중 아동들을 위해 지출되는 비용은 극히 일부"라며 "보육원이 아동들을 위한 시설이 아닌 보육원과 재단 직원들 급여를 주기 위한 시설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 보육원과 지자체 유착 의혹까지
성범죄 등 각종 문제로 폐쇄된 보육원 자리에 그룹홈이 들어섰다. (사진=송영훈 기자)
A 보육원은 횡령과 무자격자 채용, 그리고 원생간 성범죄 등이 수년에 걸쳐 이어졌지만 올 2월에야 폐쇄됐다.
그나마도 보육원에 대한 행정당국의 폐쇄조치는 전례가 없던 조치일 정도로 그동안 행정당국은 보육원 문제에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왔다.
현행 아동복지법 56조는 아동에 대한 학대 행위 등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1차 위반 시 6개월 내 사업정지, 2차 위반시 폐쇄한다고 규정했지만 그동안 이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해당 시설에 수용된 원생들이 보육원이 폐쇄·정지될 경우 갈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역 내 보육 관계자들의 말은 다르다. 지역 내 '그룹홈' 등 다른 형태의 보육시설이 많고 아이들을 양육하려는 보육관계자들도 많기에 갈 곳이 없다는 것은 변명이라는 것이다.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회 관계자는 "일반가정에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그룹홈처럼 보육원보다 좋은 환경에서 양육할 수 있는 시설은 많다"며 "그룹홈에 대한 정부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는 보육원을 방만운영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보육관계자들 사이에선 아동 수용 문제라기 보다는 '수십 년간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보육재단이 관할시청과 유착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고 있다.
A 보육원 내부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A 보육원에 대한 문제가 수차례 제기됐지만 관할시청은 미적거렸다"며 "퇴직한 시청 공무원이 재단 간부로 오거나 자녀가 교사로 들어오는 등 이상한 점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시청과 보육원 간의 유착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부천시 관계자도 "지금은 해당 퇴직공무원들이 다 보육원에서 나온 걸로 안다"며 "현재는 퇴직공무원들이 바로 취업하지 못하도록 시 차원에서 규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유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청도 보육원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