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촉발한 박근혜 정권 4년의 막을 내리게 한 건 4개월에 걸쳐 타오른 촛불이었다. 위대한 '촛불혁명'을 이끈 건 연인원 160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었다.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촛불은 없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촛불의 한 가운데로 좀 더 접근한 이들도 있다. 전북CBS는 집회의 새 역사와 함께 새로운 민주주의의 장을 연 촛불 시민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미래를 들어보기 위해 다섯 차례에 걸쳐 전북의 촛불을 만난다. [편집자 주]
지난해 11월 1일 전북 김제지역 중학생들이 촛불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칼바람이 차갑던 겨울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중고등학생들은 봄을 맞이하는 길목 교실에서 TV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지켜봤다.
지난해 11월 1일 전북 김제지역 중학생들의 촛불집회를 진행했던 조윤성(16) 군은 이제 고등학생이 됐다.
(관련기사: 거리에 나선 중학생들, 최순실 게이트 "진실한 사과와 처벌!")조 군은 "선생님들께 부탁해 학교에서 탄핵 심판을 지켜봤다"며 "처음에는 탄핵 인용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여서 조마조마했는데 파면을 한다는 말에 학교 전체에 박수소리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조 군이 중학생들의 촛불집회를 연 것은 자신의 주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바람이 이뤄진 지금 조 군은 촛불 승리의 기억이 한 순간에 멎을 게 아니라 앞으로 일상에 계속됐으면 하는 또 다른 바람을 가지고 있다.
어른들에게 당부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조 군은 "대통령 후보자들이 민주주의를 좀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국민들도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초심이 변하지 않게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전북 전주 오거리문화광장에서 열린 청소년 시국대회. (사진=자료사진)
지난해 11월 24일 전주오거리문화광장에는 전북지역 고등학생 300여 명이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그리고 자신들의 미래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고교회장단연합(JBSD)이 주최한 청소년시국대회에서 학생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시국을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했다.
(관련기사 : "당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죽였습니다" 전북 고교생 시국대회)
JBSD 의장 신유정(18·고3) 양도 헌재의 탄핵선고 심판을 학교에서 TV로 지켜봤다.
신 양은 "처음 촛불을 들었을 때는 여기까지 올 수 있을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작은 촛불의 관심이 우리의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시국대회와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신 양은 분노의 표출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 양은 "그동안 사회 모든 분야에서 청소년은 항상 배제돼 있었다"며 "촛불을 거치면서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힘이 하나로 뭉치고 사회로 뻗쳐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신 양의 생각이다. 신 양은 "우리 청소년들이 촛불을 들고 많은 목소리를 냈지만 여전히 투표권은 없는 게 대부분이다"며 "이번 대선에서 학생층을 대표하는 유권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