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민의당을 이끄는 박지원 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가 개헌 추진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현실적으로 대선 때 개헌을 붙이는 안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반면, 주 원내대표는 발의 시도 자체가 대선 주자들의 압박용으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개헌 발의에 동참한 것을 두고 거리를 둬야한다는 입장과 협조가 불기피하다는 입장이 엇갈려 의원총회에서 격론이 예고된다.
지난 15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원내대표들과 함께 단일한 개헌안을 내놓고 발의해 대선 때 개헌을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파격적인 합의를 한 주 원내대표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16일 당 원내정책 회의에서 작심하고 개헌 추진 필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다음주까지 발의를 못하면 대선 전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번 대선 전에 개헌안이 통과 안 되면 역대 정권에서 그랬듯이 개헌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흔들림없이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특히 개헌에 소극적인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서는 "조금만 기다리면 제왕적 대통령이 될 것이라 착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강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원내지도부의 판단과는 달리 박지원 당 대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축사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아무리 정치라고 하지만 자유한국당도 함께 도모하는 것은 이 정국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정국에 게나 고동이나 함께 할 것인가 생각 좀 해봐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을 찬성하지만 물리적으로 대선이 50여일 남았는데 개헌이 되고 단일안이 나오겠느냐"며 "후보가 공약을 하고 단일안을 도출하는데 좀더 공론화를 해야지 느닷없이 (3당 원내대표들이) 합의해 받으라고 하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신중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자유한국당과 함께 한다면 지지층이 뭐라 보겠느냐"고 신중한 접근을 거듭 주문했다.
박 대표와 주 원내대표는 평소 원활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사드 배치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입장을 달리하기도 했다.
이같은 두 사람의 입장차는 국민의당이 처한 곤란한 상황을 대변한다. 국민의당은 일찌감치 '즉각 개헌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등 개헌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내왔다.
김동철 의원을 비롯해 중진 의원들이 수년 전부터 개헌에 대해 연구하는 등 개헌파들이 유독 많은 원내 구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헌의 당위성과는 별도로 자유한국당과의 협조가 부각되면 경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을 자극할 수 있어 당 지도부에서는 극도로 조심하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이 개헌에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그은 안철수 전 대표와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가자"며 신중론으로 돌아선 손학규 전 대표도 바로 이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민의당 전략을 맡은 관계자는 "개헌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원들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데 다만 현재 시점에서 자유한국당과 함께 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의원총회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 같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개헌 추진 논의는 근본적으로는 '자유한국당을 국회 파트너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해 당의 정체성과도 긴밀히 연결되면 향후 노선 논쟁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오는 20일 열리는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