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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가이드들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사건/사고

    "그 많던 가이드들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르뽀] 사드 직격탄 맞은 인천 국제여객터미널을 가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사라진 제2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 모습

     

    중국이 15일부터 한국행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면서, 전체 한중 카페리(화객선) 여객 수송의 60%를 담당해온 인천 국제여객터미널이 휘청이고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물론 보따리상(소무역상)까지 뚝 끊기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16일 오전에 찾은 제2국제여객터미널은 적막감이 흘렀다. 중국 칭다오(靑島)발 위동항운 ‘뉴골든브리지 5호’가 11시 30분에 입항했지만 탑승객은 정원(731명)의 10%를 조금 넘는 85명이 전부였다.

    20여 분 뒤 1층 입국장 자동문이 열리자 짐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들이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물론이고 개별 보따리상조차 아예 찾아 볼 수 없었다.

    입국장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안 모(50대·여)씨는 “평상시는 가이드들도 왔는데 며칠 전부터는 굉장히 조용하다. 많을 때는 입국장 밖에 차량이 10대 가량 대기할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전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중국 단체관광객 사라지자 가이드마저 자취 감춰

    오후에 찾은 제1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 역시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초 예정보다 30분 늦은 오후 1시에 입항한 옌타이(煙台)발 한중훼리의 ‘향설란호’는 정원 392명에 승객은 100명 밖에 없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없었고 모두가 중국인 개별여행객이나 한국인이었다.

    중국이 단체관광객이 사라지면서 평소 깃발이나 안내 푯말을 들고 기다리던 가이드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여객터미널 관계자는 “평소에는 입국장 앞에서 20~30명의 가이드들이 있었다. 그많던 가이드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제1·2국제여객터미널에는 모두 4척의 카페리호가 입항했는데, 단체관광객을 싣고 온 배는 친황다오(秦皇島)발 진인해운의 ‘신욱금향호’가 유일했다. 376명 정원에 78명이 탑승했는데 이 중 56명 마지막 중국인 단체관광객이었다.

    제1국제여객터미널 지하 1층에 자리잡은 텅빈 식당 모습

     

    진인해운 관계자는 “이번이 마지막 단체관광객들”이라며 “다음주 월요일 입항 선박 승객은 20명 미만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날 인천 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한 총 4척의 카페리호 승선률은 16.%(정원 2009명, 승선 338명)에 그쳤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가 손님없이 컨테이너 화물만 싣고 운항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 여객 터미널 입주 식당, 상점들 큰 타격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여객터미널에 입주한 식당이나 상점들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오후 1시쯤 찾은 제1국제여객터미널 지하 1층 식당에는 10명 안팎의 손님밖에 없었다.

    식당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170석이 다 찼는데 지금은 3분의 1도 안 찼다”며 “지난해 이맘 때는 일주일에 단체손님을 600명에서 1천명 정도 받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엊그제도 중국인 단체손님이 있었는데 모두 취소됐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안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상승세를 타며 손님들이 많이 찾았는데, 사드 사태가 터지고 나서 손님들이 많이 줄었고, 요 며칠 사이에는 확 줄었다”고 말했다.

    제1국제여객터미널 인근에서 길게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한모(63)씨는 “손님이 차츰차츰 줄다가 지난 주말부터 확 줄었다”며 “요즘엔 한국 사람만 타지 중국 사람은 없어서 승객이 5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 ‘보따리상’으로 먹고 사는 무역상 거리 ‘울상’

    국제2여객터미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인천시 중구 사동 ‘무역상 거리’.

    이곳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이모(53)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이 1인당 1~2만 위안(164만원~328만원)을 환전해가곤 했는데 지금은 교통비로 1~2천 위안(16만원~32만원) 정도를 환전하는 수준이고, 이번 주부터는 손님이 아예 없다”며 “당장 때려칠 수 없어 접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낮인데도 한산하기만 한 중구 사동 ‘무역상 거리’

     

    환전소 한쪽에는 단골 보따리상들이 맡겨놓고 찾아가지 않은 여행가방 10여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인근에서 20년 넘게 무역상을 하고 있는 김모(62)씨가 운영하는 점포에는 수십개의 박스가 쌓여 있었다. 박스에는 중국 정부의 제재로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으로 보내지 못한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화장품 판매업도 함께 하고 있는 김씨는 “많이 나갈 때는 보따리상에게 화장품을 하루 5백만~1천만원 어치씩 팔기도 했는데, 15일부터는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번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지나 않을까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카페리 선사 관계자는 “여행업계에서는 과거 일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처럼 1년은 갈 것으로 보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고, 희망적으로는 5월 대선이 끝나고 나서 6~7월쯤 풀리지 않을까하는 예상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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