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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 꽃뱀' 50대 절도범의 결말…징역형·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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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장 꽃뱀' 50대 절도범의 결말…징역형·손해배상

    • 2017-03-19 10:11

    '알고 보니 남자'에 금품 털린 30∼60대 남성은 9명

     

    택시기사 A(55)씨는 작년 6월 서울에서 한 중년 여성손님을 태웠다.

    조수석에 탄 중년여성 B(53)씨는 조금 뒤 "오늘이 생일인데 외롭다"며 A씨를 유혹했다. 함께 있고 싶다며 성관계를 하자는 말에 넘어간 A씨는 택시를 목적지가 아닌 자신의 집으로 몰았다.

    둘은 함께 집에 들어갔다가 "불편하니 모텔로 가자"는 B씨의 말에 다시 택시에 올라탔다. 모텔로 출발하려는데 B씨는 "휴대전화를 놓고 왔다"며 "가져다 달라"고 했다.

    A씨가 잠시 택시를 비운 사이 B씨는 차량을 뒤지기 시작했고 지폐와 동전을 모조리 끌어모아 달아났다. A씨가 쏟아지는 잠을 참아가며 밤새 운전해 번 현금 16만원이었다.

    B씨에게 당한 남성은 A씨 외 8명이나 더 있었다. 수법은 비슷했다. 성관계를 하자며 유혹해 모텔에 함께 들어간 뒤 남성이 샤워하거나 화장실에 간 사이 지갑에 든 현금과 소지품을 훔쳐 달아나는 식이었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의 한 경찰서에도 피해 신고가 접수됐고 B씨는 결국 지난해 7월 중순 체포돼 구속됐다.

    조사결과 B씨는 지난해 4월 14일부터 6월 23일까지 서울, 인천, 대전 등지에서 30∼60대 남성 9명을 상대로 현금과 귀금속 등 금품 1천400만원어치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2009년 12월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범행 1여 년 전인 2015년 5월 출소했다.

    그러나 범행 내용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B씨가 여장을 한 중년 남성이었다는 것이다. 감쪽같이 속은 피해 남성 9명 모두 B씨가 남자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B씨는 경찰에서 "10세 때부터 여자처럼 하고 살았고 성전환 수술을 하려고 했지만, 돈이 없어서 못 했다"며 "생활비를 벌려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절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2월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많은 피해자에게 비슷한 수법을 반복해 범행했다"며 "같은 종류의 범행으로 4차례나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해 남성 중 나이가 가장 어린 C(35)씨는 형사 재판과 별도로 B씨를 상대로 도난당한 금팔찌값(800만원 상당)과 위자료 등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는 "B씨가 경찰에 잡힌 뒤 여장한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충격으로 이성 교제에 어려움을 겪는 등 정신적 고통이 크다"며 "금팔찌 구매 당시 가격과 위자료 등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민사51단독 오천석 판사는 원고인 C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할 것을 B씨에게 명령했다고 19일 밝혔다.

    오 판사는 "절도 행위가 벌어질 당시 금팔찌 가액 800만원 중 이미 형사판결에 따라 C씨가 받은 3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500만원도 B씨가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물 절취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물품 가액에 상응한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회복된다"며 "B씨가 여장한 채로 접근한 행위는 범행 수단에 불과하고 그것으로 C씨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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