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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동화 '북극성' … 삶과 죽음의 순환



책/학술

    프랑스 철학동화 '북극성' … 삶과 죽음의 순환

    북극성을 사랑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프랑스 철학자 미셸 옹프레의 철학 동화 '북극성'이 출간되었다. 샹송 가수 밀렌 파르메르가 그림을 그렸다. 이 책은 아주 함축적이고 암시적인 이야기로,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무의식 세계를 여행하는 느낌마저 준다. 육신은 사라졌을지언정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 빛나는 그 누군가들을 소중히 되새기게 하는 보편적 주제를 다룬다. 독특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수채화가 함께한다.

    이야기는 평생 묵묵히 밭을 일궈온 농부 아버지와 말이 많은 아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말 많은 아들의 꿈속에서 고래자리를 항해하는 하늘의 뱃사공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늘과 땅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농부 아버지는 아들에게 제일 먼저 떠서 제일 늦게 지는 별, 북극성에 대해 알려주었다. 어디서든 북극성만 보면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또한 별들은 저기서는 죽었지만 그 빛이 도달한 여기서는 살아 있는 거라고.

    어느 밤, 잠든 아들의 꿈속에 아기를 잉태해 배가 불룩해진 여인이 나타난다. 여인의 배꼽에서 피어난 나무는 신들 세계와 인간 세계를 아우르는 세계수 '위그드라실'로 자라난다. 이 위그드라실은 북유럽 신화 속에서 우주의 기원과 만물의 탄생을 상징한다. 어느 순간 세계수는 다시 줄어들고, 여인이 숨을 크게 내쉬자 '태양의 돌'을 목에 건 아이가 태어난다. 북극성과도 같아 지니고 있으면 절대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돌이다. 어른이 된 아이는 도사공이 되어 배를 타고 은하수를 항해하며 고래자리로 향한다. 몇 년 동안 항해하던 중 미지의 땅을 발견한 도사공과 사공들은 그 땅에 정착한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도사공은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오래전 타고 왔던 배를 다시 꺼내 홀로 바다로 나아간다. 도사공은 다시 고래자리를 지나 고향 땅에 이르러 죽음을 맞고, 고향 땅에서는 그를 위한 장례 의식이 펼쳐진다. 아름답게 치장된 도사공은 불붙인 배에 태워져 바다로 돌려보내진다. 도사공은 죽은 채로 다시 항해를 시작한다.

    여기서 아들은 잠에서 깨어나고, 다시 여러 해가 지난다. 너무 흐려 북극성도 보이지 않는 어느 밤, 일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던 아들과 아버지는 마을 광장에 있는 교회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그곳에서 아버지는 선 채로, 떡갈나무 같은 모습으로 죽는다. 아들은 아버지의 영혼이 어디론가 떠나가는 것을 바라본다.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바라본 별들처럼 아버지 또한 여기서는 죽었지만 저기서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는다. 언젠가 아버지를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미셸 옹프레는 실제로 교회 앞 광장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했다. 아들 품에 안긴 아버지는 눈을 감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고, 옹프레는 아버지에게서 무언가 강력한 것을 물려받았음을 느꼈다고 한다. 꿈속 노인의 죽음과 죽은 채로 또 다른 항해를 시작하는 모습은, 우리가 겪을 수밖에 없는 자신 혹은 타인의 죽음과 잇닿는다. 여기서는 죽은 이가 저기서는 여전히 살아 있다. 우주의 중심축으로서 하늘과 땅과 물을 아우르는 존재인 세계수 위그드라실에서 태어나, 은하수를 건너 고래자리로 멀리멀리 항해하고, 정착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죽음을 맞이하고, 죽음 이후 다시 항해를 시작하는 모습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의미한다.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주제를 포근하게 감싸는 밀렌 파르메르의 여리고 환상적인 수채화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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