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에 따른 조직 개편을 놓고 벌써부터 관료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파면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리더십 공백기'를 겪고 있는 마당에 국정 공백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조기 대선이 50일밖에 남지 않다보니, 관료들의 관심사도 일제히 차기 정부의 조직 청사진에 쏠려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다보니 폐지나 기능 축소 물망에 오른 부처들은 유력 대선주자 캠프를 상대로 물밑 로비에 들어가는 등 생존 경쟁에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심지어 차기 정부에서의 개인 입지를 위해 '정책 팔이'에 나서는 관료들까지 속출하고 있다는 얘기는 세종청사 주변에선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경제부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지지율이 높은 후보측에 줄을 대려 지연과 학연을 총동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도 여럿 눈에 띈다"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 마음이야 다 똑같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창조경제의 상징인 미래창조과학부나, 세월호 참사로 급조된 국민안전처 같은 조직들은 차기 정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0순위'로 꼽힌다.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으로 분리하고, 국민안전처·행정자치부·인사혁신처는 다시 안전자치부와 행정혁신처 뼈대에 해양경찰청과 소방청을 독립기관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국정교과서 강행의 '전위대' 노릇을 했던 교육부와 메르스 부실방역의 보건복지부 역시 기능 축소나 다른 부처와의 통폐합 가능성이 크다. 초중등 교육은 각 시도 교육청에, 대학 교육을 포함한 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에 맡기는 방안이다.
또 보건과 복지를 나눠 전문성을 살리되, 질병관리본부와 농림부 등으로 산재해있는 방역 기능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증세 없는 복지'를 표방했지만 담뱃세 등 '복지 없는 증세'를 주도했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예산부서와 정책부서로 쪼개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개편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국정농단의 '주요 창구' 역할을 했던 문화체육관광부도 해체해 기능별로 다른 부처에 통합시키거나, 산업부에서 다시 통상 기능을 떼어내 외교부에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여성가족부를 없애자거나,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자는 등 그야말로 백가쟁명식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새 정부의 철학과 가치관을 담은 조직 개편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5년마다 공직 시스템 전체가 홍역을 치르는 게 맞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양승함 명예교수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을 바꾸는 통에 정부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조차 모르는 국민들도 있다"며 "정부 기능은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만큼, 최소한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골간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동안 문제가 됐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결론난 2~3개 부처만 바꿔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특히 차기 정부는 인수위도 없이 곧바로 출범하는 만큼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어, 공직사회도 차분하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5월 9일에 대선이 치러지면 차기 정부는 이튿날인 5월 10일부터 곧바로 5년간의 임기에 들어간다.
하지만 정부 조직안을 만들어 국회 통과를 거치고 이에 따른 내각을 구성해 인사청문회 등을 모두 마치려면 최소 2~3개월 소요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