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 (사진=박종민 기자)
경남은 5월 9일 대통령 선거 못지 않게 중요한 게 '도지사 보궐선거'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선 30일 전인 4월 9일까지 사퇴해야 하고, 잔여 임기가 1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도지사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홍 지사가 "대선 본선에 나가기 직전 사표를 제출하면 보궐선거는 없다"는 방법까지 제시하며 보궐선거를 없애려 하면서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선거에 들어갈 예산 낭비와 줄사퇴 혼란 등을 막겠다는 이유지만 1년 3개월간의 도정 공백, 참정권 침해라는 반발도 거세다.
20일 기자회견을 연 정의당 경남도당은 "법을 쓰레기 취급한 것이며 이성을 상실한 발언"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법 위에 군림하려는 쿠데타적인 발상이며, 의도적인 보궐선거 방해 행위"라고도 했다.
정의당은 특히 "현재 상황에서 대선과 함께 도지사 보궐선거를 치른다면 자유한국당은 승산이 없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도 이날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참으로 치졸한 행태, 꼼수"라며 "선관위가 이런 행태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에는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이 기자회견을 열어 "공직선거법 규정의 불명확성을 악용한 정말로 지저분한 꼼수"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홍 지사의 '의도적인' 보궐선거 중단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현재로선 없어보인다.
중앙선관위도 공직선거법에 따라 4월 9일까지 사임 통지서를 접수받아야만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당 경남도당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최호영 기자)
4월 9일 밤 늦게 사퇴를 하고 다음날인 10일 사임 통지서를 제출해도 통지 시점에 대한 규정이 없어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법에는 사퇴와 관련해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지방자치법 제98조와 시행령 65조 등에는 도지사가 사임하려면 열흘 전에 서면으로 도의회 의장에게 알려야 하고, 행정자치부 장관에게도 즉시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행정자치부와 선관위가 이 문제를 논의해 입장을 정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방자치법에는 10일 전 사임 의사를 밝히도록 되어 있고, 어쨋든 법의 취지가 경선 과정에서는 단체장 직 유지를 허용하고 있지만 정당의 후보로 확정되면 사퇴를 하도록 되어 있다"며 "행자부와 선관위가 강제할 필요가 있어 보이고, 정확한 입장을 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공직선거법을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이 궐위 됐을 때 권한대행이 지체없이 중앙선관위에 통보하도록 돼 있는 것처럼 도지사도 관할 선관위에 언제, 어떻게 통보하는 지, 법적 처벌 규정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영국 정의당 도당 위원장은 "법적 처벌 규정이 없어 이를 악용해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며 "법의 취지로 보자면 법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상급식이 중단되면서 홍준표 방지법이라 불리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는데 마찬가지로 이 문제가 구체화되면 제2의 홍준표 방지법 형식으로 지방자치법, 공직선거법 개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