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태준 (사진=황진환 기자)
21일 오후 1시,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최태준을 만났다. 좋은 '사람들'을 남겼고, 배우 인생에도 오래도록 남을 선명한 캐릭터를 얻었다는 그는 '연기'라는 자신의 일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한 번 경험했다 다시 돌아온 길이니만큼, 누군가에게 '선택'받는다는 것을 감사해했다.
(노컷 인터뷰 ① '미씽나인' 최태준 "태호는 지금도 죄 뉘우치고 있을 것")◇ '피아노' 조인성 아역 그 애, 바로 최태준이었다
아직 얼굴을 낯설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태준은 2001년 SBS 드라마 '피아노'에서 조인성의 아역으로 데뷔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그는 아역 연기자로서의 길을 걷지 않았다. 2011년 JTBC '빠담빠담'으로 연기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너무 어렸다. 또래 친구들이 저를 다르게 보는 시선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친구들처럼 학교 다니고 싶어서 쉬었다가 다시 (연기가) 궁금해지고 하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꾸준히 해 왔더라면 이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망각했을 것 같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아역 이후 연기활동을 잠시 중단했던 시간은 그에게 오히려 '득'이 되었다. 충분히 꿈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가졌고, 또래 친구들과 부대끼며 겪은 일들이 다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최태준은 특히 다시 연기자의 길을 걷는다고 했을 때 이를 지지해 준 부모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연기자라는) 꿈에 부딪쳐서 좌절하는 분들도 있는데 (부모님께) 지지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것 같다"
다시 연기의 길을 택한지 6년 만에 최태준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자연히 여러 가지가 달라졌다. '작품을 보아주는' 대중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선물이다.
"가장 재미있으면서 감사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제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같이 하고 있으니까 (실제 성격이) 태호랑 비슷하지 않다는 걸 아는 분들이 '저도 좀 죽여주세요' 하며 뒤에서 목졸라서 (사진) 찍어달라고 한다든가 (웃음) 그런 것들이 재미있었다. 알아봐주시고 작품하는 걸 알고 계시면 너무 힘이 된다."
지난 9일 종영한 MBC '미씽나인' (사진=SM C&C 제공)
'미씽나인'을 배우 최태준의 터닝포인트로 소개하는 것에도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한 장면 한 장면을 결코 편하게 찍어서는 절대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확 깨달았다. 육체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굉장히 쉽지 않은 드라마였는데, (공들여 찍으면) 영상으로 봤을 때 (그게) 고스란히 담겨져 나오더라. 그런 부분들에 되게 놀랐고 앞으로 작품을 할 때 '아, 절대 몸사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늘 열정에 가득 차 있었겠지만 열정의 차이가 어떤 건지 조금 배운 것 같아서 이 다음 작품할 때 좀 더 몸사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미세하더라도 작품 끝낼 때마다 한 걸음씩 나가는 사람 되고파"빡빡한 촬영 일정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최태준은 빨리 다음 작품을 하고 싶어했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좋은 작품이 있으면 빠른 시일 내에 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연기의 '재미'를 맛보고 있기 떄문이다.
"배우란 직업은 분명 힘든 것도 있지만 좋은 부분이 더 크다고 본다.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뭘할 수 있을까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더라. 또, 너무 좋은 건 정말 많은 걸 해 볼 수 있다는 거다. 스물 두 살에 검사, 스물 세 살에 결혼하고 불임 고민하고 고부갈등을 경험하기도 하고 때로는 조선시대에 가서 살아보기도 하는 게 되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일'로만 생각하지 않고 제 삶과 접촉해서 생각하면 너무 재미있지 않나. 신나고 가슴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뎌지거나 감사함을 잃으면 절대 안되겠지만 현재까지는 너무 즐겁고 재밌다. 또 무슨 작품을 할지 기대도 되고 잘하고 싶다."
MBC '미씽나인'에서 연쇄살인범 최태호 역을 맡은 최태준 (사진='미씽나인' 캡처)
똑같은 대본을 가지고도, 똑같은 장면을 보고도 반응과 표현방식이 천차만별인 것 역시 이 일이 '재미있는' 이유다. 같은 상황이 주어진 오디션에서 나오는 연기가 제각각인 것도, 촬영장에서 한 장면을 보고 배우와 각 스태프들이 드러내는 감상이 다른 것도 최태준에게는 "너무 재미있는" 부분이다.
작품 선택 기준을 묻자 "기준을 정하지는 않는다. 기회가 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크게 한다"는 답이 곧바로 나올 만큼, 최태준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 했다. 중앙대 연극학과 출신인 그는 실력도 외모도 좋은 친구들에게조차 기회가 잘 오지 않는 '만만찮은' 현실을 가까이서 목격해 왔고, 웬만하면 쉬지 않고 일을 하려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물론 '선택받아야 한다는 불안감'만으로 일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너무 재밌어요, 일단 하는 게."
최태준은 쉴 때에도 언제나 다음 작품에 투입될 수 있게 나름대로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기에 자기관리를 꾸준히 하고, 국내·국외, 장편·단편 가리지 않고 많은 작품을 보면서 왜 사랑받고 사랑받지 못했는지를 살폈다.
스쿠터를 좋아하는 인연으로 뭉친 선배들에게 듣는 연기 조언도 최태준에겐 큰 힘이다. 그는 "곁에 좋은 분들이 있다. 김명민 선배님, 래원이 형(김래원), 가까운 나이대로는 창욱이 형(지창욱)도 그렇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멋진 분들께 (제가)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더라"라며 "모니터해주시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연기적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열심히 잘하고 싶었고, 연기로 주목받고 싶어 했던 최태준은 '미씽나인'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6년차 배우가 된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작품 끝날 때마다 뒷걸음질치지 않고 정착돼 있지 않고, 큰 한 걸음이 아니더라도 미세하더라도 작품 끝날 때마다 한 걸음씩 나가서 보시는 분들도 '한 걸음 나가고 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품을 할 때 기대가 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