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40년 동안 성문 밖에 선 사람들



종교

    40년 동안 성문 밖에 선 사람들

    창립 40주년 맞은 노동자들의 벗, 성문밖교회

    서울의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 홍대 앞, 바삐 오가는 사람들 속에 노란 피켓을 들고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매일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내 가족이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있습니다’, ‘제발 인양부터 하자고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세월호 인양과 미수습자 수습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성문밖교회 교인들은 2015년 세월호 1주기가 다가올 무렵부터 시작해 매 주 토요일 이곳을 찾고 있다.

    성문밖교회 교인들이 홍대 앞에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위한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성문밖교회 여혜숙 집사는 “다윤이(세월호 미수습자) 어머니께서 교회 집회에서 ‘본인도 유가족이 되고 싶다’고 애끓는 말씀을 해줘서 아직 배 안에 남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며, “아직도 물 속에 가족들을 두고 있는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해 세월호 선체를 속히 인양할 수 있도록 알리기 위해 피케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성문밖교회 김희룡 목사는 “21세기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비극은 세월호 사건이라고 생각하기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말씀이 육신이 된 것처럼 우리들의 신앙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지 표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나서고 있다.

    광화문에서 2년 넘게 노숙 농성을 이어가는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을 위한 금요기도회에 교인들이 함께 참석하고 예배를 주관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에 함께 연대하고 있다.

    성문밖교회 김희룡 목사는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기독교인들이 아닌데도, 교인들이 찾아가서 기도하고 예배드리는 모든 것들을 환대하는 마음으로 받아주신다”며, “그냥 가서 ‘예수 믿으세요, 교회 다니세요’ 했을 때에는 그런 반응을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난의 현장에 기꺼이 동참했을 때, 따뜻한 환대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문밖교회는 과거에도 정치·사회적으로 억압받는 노동자들의 친구 같은 존재였다. 1977년 도시산업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영등포산업선교회에 뿌리를 둔 ‘노동교회’로 시작해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앞장서왔다.

    영등포산업선교회에 뿌리를 둔 성문밖교회는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에 앞장서왔다.

     


    교회는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40년이라는 세월 동안 뚜렷한 주관으로 교회 밖의 소외된 이들과 연대해 온 교회는 비정규직 노동센터와 협동조합, 노숙인 보호센터와 교육공동체 등 영등포산업선교회를 비롯한 여러 공동체들과 한 건물에서 연대하며 공생해가고 있다. 시대와 사회 속에 소외된 이들을 찾아 같이 하는 것에 교회의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성문밖교회는 여러 공동체들과 한 건물에서 연대하며 공생해가고 있다.

     


    교회는 ‘그러므로 예수도 자기 피로써 백성을 거룩하게 하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느니라 그런즉 우리도 그의 치욕을 짊어지고 영문 밖으로 그에게 나아가자’는 히브리서 13장 12-13절 말씀을 토대로 이름을 지었다.

    성문밖교회 김희룡 목사는 “성안에 있는 사람들이 이너서클(권력조직)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성문밖에 사는 사람들은 소외된 사람들”이라며, “성문밖교회는 그 이름에 걸맞게 성 안이 아닌 성문 밖의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교회의 존재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주님이 계신 곳이 바로 성문 밖이기 때문에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보다 앞서 계신 주님을 만나려는 신앙고백이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교회는 간판 대신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교회는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며, 신앙공동체를 넘어선 생활공동체로의 발전을 위해 논의해 갈 계획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교회, 건물에 걸린 간판은 없지만 소외된 이들의 간판이 되어주는 교회가 불혹을 넘어 앞으로도 성문 밖 그 자리를 계속해서 지켜주길 바라본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