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홍준표 경남지사,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각각 만나 연정을 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자료사진)
바른정당이 자기 당의 대선후보가 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과의 단일화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 14일 한국당 유력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를 만나 양당 간 대선후보 단일화와 선거 후 통합 문제를 논의했고, 이에 앞서선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와 연정 문제를 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도 독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의원의 측근 의원은 2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홍 지사를 만난 다음에 안 전 대표와도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만남 사실을 부인했다.
안 전 대표는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위상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후보 단일화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반면 거의 반(半)공개로 타당 주자들을 만난 김 의원의 행보는 협상 상대방이 '자강론(自强論‧연대에 앞서 스스로 강해짐)'을 견지하는 상황과 대비된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안 전 대표가 각각 한국당과 국민의당 경선을 치르며 자기 기반을 다지고 있는 반면, 바른정당은 외부를 향해 구애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른정당 내부에선 홍 지사든 안 전 대표든 '이기는 사람이 우리 편'이라는 식의 '묻지마 연대' 기류도 감지된다.
한 재선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지지율 25% 이상 치고 올라가면 바른정당이 그를 지지해서 한국당의 충청권 의원을 포섭할 수 있다"고 한 데 이어 "홍 지사가 보수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면 이 또한 20% 이상 갈 수 있다. 우리가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가 대선의 주요 변수"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안 전 대표와 홍 지사 중 지지율이 잘 나오는 후보를 밀겠다는 얘기다. 바른정당이 독자 후보로 대선을 치르는 가능성을 이미 포기한 뉘앙스로도 읽힌다.
김 의원이 경선 후보 측과의 사전 조율 없이 단일화 논의를 한 것에 대해 유승민 의원 측은 당혹스러워 했다. 진수희 캠프 총괄본부장은 "단일화 문제는 각 당의 경선이 끝난 뒤 후보가 결정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한국당의 경우 진박(眞朴) 청산이, 국민의당은 사드(THAAD) 당론 폐지가 선행되지 않으면 각각 후보 단일화 대상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에 거부감이 강한 남경필 경기지사 측은 단일화 논의에 대해 "홍 지사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김무성 의원이 한국당과 단일화 문제를 논의치 않기로 한 남 지사의 입장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리 없다는 반응이다.
독자 세력화보다 세력 간 연대에 방점이 찍혀 있는 기조는 바른정당 창당 당시부터 예견됐던 결과다. 초대 당 대표를 역임한 정병국 의원은 "플랫폼이 정당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바른정당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외부에서 대선주자를 끌어오는 시도를 반복하다 실패했다.
인재 영입 실적이 사실상 전무하지만, 당 고문인 김무성 의원은 여전히 외연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김 의원은 대선의 경우 국민의당, 한국당, 바른정당 후보 간 '원샷 경선'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이 한국당과의 연대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커 당 안팎에선 김 의원의 방침에 대해 "한국당에 흡수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김 의원과 최근 만난 김종인 전 대표는 대선 전 개헌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대선 후 정당 간 연합을 통해 민주당을 국회의 소수파로 만들고 에워싸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방식은 다소 다르지만, 이들의 공동 목표는 '반(反)문재인' 연대를 만드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