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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떠오른 세월호 실체, 성큼 다가온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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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자 "떠오른 세월호 실체, 성큼 다가온 진실"

    [인터뷰] 중앙대 정태연 교수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확실성 해소 계기로 삼아야"

    23일 오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중국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재킹바지선 두척이 세월호 인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진도=사진공동취재단)

     

    1073일의 기나긴 기다림이었다. 세월호가 침몰 3년 만인 23일 드디어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세월호 인양으로 사고 원인 규명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그간 숱한 의구심을 낳아 온 한국 사회의 불확실성까지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대 심리학과 정태연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우리는 그 동안 언론 등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 피해 규모 등을 알고는 있었지만, 사람들의 사고는 세월호라는 실체가 없는 상태에서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며 "사건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채 숱한 의구심만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세월호를 인양한다는 것은 우리 안에 있던 불확실성, 의구심 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말과 같아요. 배의 실체를 두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해소를 가져올 겁니다. 인양을 하지 않았다면 세월호와 관련한 여러 의구심 등이 끊임없이 남아 확대 재생산될 수 있어요. 인양은 실체에 가깝게 접근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후 철저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한국 사회를 휘감은 하나의 단단한 매듭을 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 교수는 세월호 참사로 대변돼 온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분노' '좌절' '무기력' 등의 단어로 표현했다.

    "여러 사회 문제를 연구하다 보면, 어떤 사건에는 사람들이 분노하고, 또 다른 사건에는 좌절하거나 무기력을 느끼게 돼요. 그런데 세월호 사건의 경우 사람들은 굉장히 분노하면서도 좌절했고 무기력해지는 등 복합적이었죠. 이는 곧 세월호 사건이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우리 사회가 평소 잘 돌아가던 중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면 우리의 사고는 좌절, 혹는 분노에 국한됐을 겁니다. 하지만 세월호처럼 충격적인 사건들이 누적되면서 사람들의 감정은 분노, 좌절, 무기력, 불안 등 복합적인 형태를 띄게 됐어요. 전체적인 사회 인식이 안 좋은 상황에 와 있다는 방증인 셈이죠."

    이 점에서 "세월호를 인양하고 미수습자들을 수습하는 등 우선적인 일들을 해결한 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투명하게 들춰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지론이다. "선주의 잘못, 정부의 잘못 등을 밝히는 것도 물론 당연하지만, 더욱 포괄적인 측면에서 시스템을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재난이 발생하면 항상 개선 작업을 벌이지만, 그 다음에 어떻게 되고 있는지 추적을 안해요. 언론에서 추적해 보면 안 되고 있기 십상이죠. 국가, 정부 차원에서도 '안전 점검·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식으로 일시적 대응만 하다보니 극복이 안 됩니다. 결국 사회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말이죠. 우선적으로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요. 그래야만 유가족을 비롯한 상처받은 국민들이 위로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 "그간 국민 편 아니었던 정부, 이젠 적극적으로 진실 규명 나서야"

    세월호 선체가 참사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형물이 보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정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의 급선무는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이라며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것 만큼, 역사적인 측면에서 '왜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는가' '우리가 이러한 사건을 바라보는 인식 틀은 어떠한 형태를 띠고 있는가' '왜 그러한 인식 틀을 갖게 됐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개인적으로 한국 사회를 볼 때 가장 안타까운 점을 꼽는다면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해야 할 인식의 부재입니다. 한 예로 '다양성'은 어떠한 큰 틀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융합되고 통합될 때만 존재하는 개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합지졸에 불과하죠. 우리는 이 다양성과 오합지졸을 헷갈려 하는 것 같아요. 한 사회가 유지되는 데는 인식의 공유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세월호 사건을 보면, 선주·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일을 키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에요. 그런데 '좌파 때문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진실 규명 외치는 사람은 모두 빨갱이'라는 식의 시각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다양성이 아니라, 어떠한 사회적 사건·행위를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틀도 없다는 단적인 증거일 뿐입니다."

    이를 두고 그는 '무주공산' '혐오가 만연한 사회'라는 표현을 쓰며 "나와 다른 사람을 무조건 '빨갱이' '보수꼴통'이라는 식으로 치부할 경우 소통·협의가 없으니, 당연히 문제 해결을 위한 창조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소모적인 진흙탕 싸움 밖에는 안 되는 거죠. 세월호는 지금까지 인양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서 미완의 상태,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 있었어요. 이제 비로소 그동안 우리가 의문을 가졌던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겁니다. 이제는 무엇보다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정 교수는 "세월호는 박근혜 정부 탄핵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메웠던 촛불집회와도 연관성이 있다"며 "세월호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희생자들에 대한 마음과 그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행위 등이 국민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합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계속 국민들의 질타를 받아 온 데는 '국민 편이 아닌 것 같다'는 인식을 줬기 때문이에요. 정부가 국민의 적이 돼 버린 겁니다. 세월호 사건을 부정적으로 왜곡시키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한국 사회의 상처를 계속 아프게 하는 이러한 행위는 적대감에서 나오는 겁니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려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하니까요. 누구를 탓하고 비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해요. 이젠 머리를 맞대야 할 때입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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