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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차별받는 '외'할머니…육아도움 더 많지만 차별

인권/복지

    죽음도 차별받는 '외'할머니…육아도움 더 많지만 차별

    • 2017-03-25 06:00

    외가 차별하는 대기업…인권위 의견은 '모르쇠'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자료사진)

     

    첫째 딸의 16개월 된 손녀를 돌보는 김 모(62) 씨는 요즘 손목이 아파 한의원에 다닌다. 쑥쑥 크는 손녀가 행복과 함께 관절염을 준 탓이다.

    30여년 전 딸을 낳고 "아들은 언제 낳느냐"는 소리를 듣는 게 고역이었다는 김 씨는 이제 "시어머니보단 엄마가 도와줘야 하지 않냐"는 맞벌이 딸에게 시달리는 중이다.

    "요즘에는 아들보다 딸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손주 키워줄 생각을 하면 아들 엄마가 좋다"는 주위 친구들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고 한다.

    실제로 외할머니들은 워킹맘의 자녀를 주로 맡아 키우고 있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외조부모가 아이를 맡아주는 경우가 8.5%로 조부모가 맡는 경우 7.5%보다 높다.

    외조부모는 기관에 맡기거나 직접 돌보는 것을 제외할 경우 가장 높은 비율로 보육을 담당하고 있다.

    외조부모, 특히 주로 육아를 담당하는 외할머니들은 젊어서도 늙어서도 육아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외가라는 이유로 경조사 휴가 등에서 외할머니를 차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CBS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10대 기업 10개 대표 계열사의 경조사 휴가 일수를 조사한 결과, 절반에 해당하는 5개 기업이 외조부모상을 차별 하고 있었다.

    적게는 하루, 많게는 이틀의 차이가 났다. LG 디스플레이의 경우 외조부모 상에 따른 휴가가 아예 하루도 없다.

    앞서 이들 기업은 2013년 인권위원회로부터 차별을 지적 받았지만 "노조와의 합의사항"이라며 아직까지 차별을 고수하고 있다. 사기업은 차치하고 한국공항공사 같은 공기업에서조차 관련 차별이 여전한 경우도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외할머니 손에서 컸다는 임 모(32) 씨는 "최근 동료가 외조부모상을 당했는데 경조사휴가가 없어, 개인 연차를 쓸까 고민하다 안 가는 것을 봤다"며 "아흔이 넘은 외할머니가 미국에 혼자 살고 계신데, 하루 참석도 어려우니 만약 돌아가신다고 해도 장례식에는 못갈 것 같다"고 속상해 했다.

    기업의 복지 정책이 지금처럼 시장 영역인 이상, 경조사 휴가 차별에 대해 시정하라는 '의견 표명' 이상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인권위의 입장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실제로 공무원법은 경조사 휴가를 조부모상과 외조부모상을 각각 2일식으로 동일하게 두고 있다"며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장'이라는 헌법 37조의 관점에서 기업에 대해서도 관련 내용이 법으로 강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가부장적 사고와 제도 때문에 외할머니들은 평생을 고생하고 심지어 죽어서까지 차별을 받는 상황이다.

    외손주 넷을 도맡아 키웠다는 임 모(75) 할머니는 "딸에 손주에 애만 키우다 한 세월을 다 보냈다"고 한다. "인생이 허무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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