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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여자는 없다'…여성 폄하 고정관념을 깨다



책/학술

    '그런 여자는 없다'…여성 폄하 고정관념을 깨다

     

    '그런 여자는 없다'는 페미니스트 활동가 그룹 게릴라걸스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여자들을 따라다니는 고정관념들의 역사와 숨은 이야기를 낱낱이 찾아내 분석했다. 우리의 ‘국민여동생’과도 닮아 있는 이웃집 소녀와 롤리타에서부터 '된장녀'와 닮은 밸리걸, '꼴페미'에 대응하는 '페미나치'에 이르기까지. 1985년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활동해 온 게릴라걸스는 이런 고정관념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대중매체와 언론을 통해 어떻게 확대 재생산되었는지 특유의 유머와 풍자를 통해 보여준다.

    '된장녀', '김치녀' 등 '○○녀'라는 이름짓기가 성행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여자들을 비좁은 상자 속에 가두고 폄하하고, 혐오하는 말들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도시 중산층 가정에 들어와 온갖 가사를 도맡아 하던 '식모'는 가정파괴범으로 몰리기도 하고, 남자 형제들을 위해 돈을 벌러 온 '공순이'들은 '쉬운 여자'로 소비되었다. 여자가 솥뚜껑뿐만 아니라 운전대까지 잡게 되면서 도로 위의 무법자 '김여사'가 탄생했으며, 이제 애들을 데리고 카페에 나타나 스펙 쌓기를 방해하는 젊은 엄마들을 ‘맘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왜 사회의 온갖 부조리와 대중의 원망은 늘 '그런 여자들'의 몫일까? '그런 여자는 없다'는 이와 같이 여자를 가리키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들, 여자들에게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으며 삶을 제약해 온 말들을 찾아내 그것이 내포한 과잉단순화된 생각과 여성 혐오적 특성들을 드러내고 그 뒤에 숨겨진 실제 여성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낸 책이다.

    책 속으로

    솔직히 난 여자 테니스 선수들에게 왜 몸에 딱 달라붙는 의상을 입히는지 모르겠다. 이런 걸로 관객을 끌 수 있다고 정말로 생각한다면 아예 벌거벗고 나가라고 하면 될 일 아닌가? 남자 선수들에게 꾸미라고 강요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왜 여자 선수들은 끊임없이 여성임을 증명해야 하는가?- 마르티나나브라틸로바 (43쪽)

    남자가 자기 의견을 내세우면 남자다운 게 되고, 여자가 자기 의견을 내세우면 잡년이 된다. - 베티데이비스 (77쪽)

    왜 우리말에는 ‘돈을 받고 몸을 파는 여자’를 가리키는 말이 넘쳐 날까? 〔우리는 과거에는 기생을 비유적으로 일러 노류장화(아무나 쉽게꺾을수있는길가의버들과담밑의꽃)라고도했고,현대에와서는 직업여성, 창녀, 창부, 매춘부, 호스티스, 접대부 등의 말이 사용돼 왔으며, 은어·속어로는 갈보, 냄비, 색시, 화냥년 등도 있다〕 이는 성매매가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이며, 세계적으로 가장 번창한 산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사 연구자들에 따르면, 19세기 중반 뉴욕에서 15~30세 여성들 가운데 열에 하나는 성매매를 해본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사회 개혁가들의 계산에 따르면, 네 명 중 한 명 이상은 성매매 여성이었다.당시 여자들이 차별로 인해 제대로 된 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성매매 여성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40쪽)

    나보코프는 독자들로 하여금 험버트의 변태적 영혼을 들여다보도록 유인함으로써 그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착각 속에 빠진 인간인지를 깨닫게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책에서 고정관념으로 남은 것은, 롤리타였다. 십대 소녀들이 나이 든 남자들을 '원한다'는 성인 남성들의 판타지에 기반을 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고정관념이 되어야 할 것은 징그러운 소아 성애자인 험버트가 아닌가.(250쪽)

    임원들은 오랜 시간 일한다. 트로피 와이프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법으로 그는 전처에게 지불해야 하는 이혼 수당과 양육비를 제외하고도 여전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남자는 이미 전처와의 사이에 자식이 있고, 여자는 그 자식들에게 받는 미움만으로도 충분히 벅차기 때문에 그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이 행복한 부부가 좋아하는 것은 자선 행사장이나 영화 시사회에 나타나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일이다.트로피 와이프와 남편은 떨어질 수 없는 한 쌍의 팀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렇듯 고정관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남자 역시 그녀의 트로피 허즈번드인데도 말이다. (288쪽) {RELNEWS:right}

    게릴라걸스 지음 | 우효경 옮김 | 후마니타스 | 35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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