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모하여….' 박영수 특검팀이 작성한 최순실씨의 뇌물죄 관련 공소장에는 이런 문구가 무려 200여 차례나 등장한다. 특검팀은 최씨가 무언가 요구하면 박 전 대통령이 실행에 옮기는, 이른바 '국정농단 공식'을 찾아냈다.
특검팀이 박 전 대통령을 최씨 뇌물죄의 공범으로 적시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이 뇌물죄로 기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씨의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어떤 '히든카드'를 꺼내들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얼마전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마치고 신병처리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검찰의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특검 "崔-朴 재단 공모…확실한 증거 있다"이번 국정농단의 시작점이자 뇌물죄 입증의 핵심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이다. 특검은 대기업들이 양 재단에 낸 거액의 출연금을 두 사람에 대한 뇌물로 봤고, 그 성과로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시켰다.
아울러 특검은 최씨 공소장에 두 사람이 양 재단의 사실상 공동운영자임을 못박았을 정도로 확실한 증거들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검팀 한 관계자는 "(최순실 공소장에) 최씨가 대통령에 재단 설립을 제안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쓴 건 모두 확실한 증거가 있어서"라며 "두 사람이 계속 부인하면 법정에서 모두 밝힐 것"이라고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태껏 공개되지 않은 보다 확실한 증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줄곧 공모 관계에 대해 부인해 온 박 전 대통령과 최씨와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에 대해 "공모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지난 1월 16일 법원에 출석해 재단과 관련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여론을 많이 듣고 보라고 했을 뿐"이라며 사익 추구의 의도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통령 측도 문화융성과 경제발전을 위해 재단 설립을 지원했을 뿐, 재단 출연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뇌물 혐의에 대해선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최씨와의 공모 의혹에 대해서도 "재단과 관련해 살펴봐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으며 설사 부탁했다 하더라도 최씨가 마음대로 재단을 운영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최씨가 재단을 통한 사익 추구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검의 기소로 열리는 뇌물죄 관련 최씨의 2차 공판준비기일(27일)과 이 부회장 등의 3차 공판준비기일(31일)에 양측이 어떤 공방을 펼칠 지 주목된다.
◇ 특검이 넘긴 '비장의 카드', 손에 쥐고도 고민하는 檢
이같은 상황은 조만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검찰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검이 밝히지 않고 있는 '비장의 카드'를 검찰이 넘겨받지 않았을 리는 없다.
검찰이 영장 청구를 미루는 와중에 뇌물죄를 다투는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를 밝히는 결정적 증거들이 쏟아져 나온다면, 검찰은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검찰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만으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유는 차고 넘친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검찰은 이번 주중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