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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 실천적·대안적 '논어' 읽기



책/학술

    이남곡, 실천적·대안적 '논어' 읽기

    신간 '논어: 삶에서 실천하는 고전의 지혜'

     

    인문운동가 이남곡이 '논어, 삶에서 실천하는 고전의 지혜' 개정판을 냈다. 그는 사회변혁 운동을 시작으로 8년간의 교사운동, 4년간의 투옥생활을 지나 새로운 사회와 문명에 대해 모색해 왔다.

    이 책은 논어 전문을 열 가지 범주(탐구, 처세, 정치, 중도, 군자, 품성, 조직, 경제, 인생, 깨달음)로 분류하고, 그것을 다시 세부 주제별로 엮었다. 책에 담긴 공자의 지혜와 저자의 실천적·대안적 인생 강의는 크게 다섯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여러 사람이 미워하여도, 좋아하여도 반드시 살핀다. 사람들은 보통 상대의 출신, 부모, 고향, 학교 등을 통해 판단하고, 과거의 꼬리표를 붙여 재단한다. 공자는 사람을 평가할 때 “여러 사람이 미워하여도 반드시 살피며, 여러 사람이 좋아하여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사람을 평가하는 데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진리를 일깨우고 있다. 공자의 이 말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뿐만 아니라, 자신을 살펴볼 때도 매우 중요하다.

    둘째, 바른 정치의 요체인 인사人事가 바로 인仁이다. 아무리 제도를 잘 갖춰놓아도 그것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이상적인 세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여러 가지 왜곡된 형태로 변질되기 쉽다. 공자는 “인은 바른 정치의 요체인 인사人事다”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곧은 사람을 등용하여 굽은 사람 위에 놓으면 굽은 사람도 능히 곧게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즉 인이란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실현되는 것인데, 그 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올바르게 배치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벗하지 말라. 보통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기가 대하기 쉬운 사람과 사귀려는 경향이 강하다. 사람을 사귈 때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배우려는 자세로 사귀어야 자신의 허물을 지적받고 그것을 고치기 쉽다. 공자는 이 점을 지적했다. 요즘 “스승이 없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살펴보면 스승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배우려고 하지 않는 완고한 마음 때문이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넷째, 쓰이면 행하고, 안 쓰이면 간직한다. 세상에 ‘쓰임’을 구하는 이들은 이 구절을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선거든 임용이든 취직이든 창업이든 뜻대로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고, 잘 나가다가도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이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내면으로 돌아가 진실한 힘을 키우는 것, 즉 ‘사지즉장舍之則藏’이 필요하다. 실제로 자신의 쓰임새는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다섯째, 세상을 구하고자 지혜를 감추고 속세에서 산다. 마음속에 이상향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본문에 나오는 장저나 걸익 같은 사람들의 삶과 공자의 삶이 고금을 통해 대표적이다. 공자는 현실과 이상을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결합하려 한 점에서 대단히 뛰어난 성현이었다. ‘유유자적하며 사는 것도 좋겠지만, 저 민중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심정이'논어'전편에 흐르고 있다. 결국 무도한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그를 현실 참여로 이끈 것이다.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을 회피하지 않으면서 주류사회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세상을 바꿔보려는 공자의 보편적이며 현실적인 태도가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다.저자는 말한다. “옳은 방향이라고 확신한다면 공자의 지혜를 등불 삼아, 누가 오해하고 비판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 현실 속에서 이상을 실현하라”고.

    책 속으로

    서恕는 자기와 다른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태를 말한다.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삶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서다. 충과 서는 소아小我를 넘어서는 세계에서 발현된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경우에 어떤 사람이 설거지를 하면서 ‘왜 저 사람들은 나처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현재 상태를 즐길 수 없다. 그러나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恕 혼자 설거지하는 상황을 불편해하지 않고, 설거지에만 집중忠할 수 있다면 그 행위를 즐길 수 있다. 서와 충은 이렇게 함께 가는 것이다.
    _(166쪽, 6장 ‘충忠과 서恕가 있을 뿐이다’)

    스스로 덕이 있는 사람인가 알아보려면 ‘내 마음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들어와 있는가’를 자문해보면 된다. 덕이 있는 사람은 이미 자기 안에 수많은 사람이 들어와 있다. 그처럼 많은 이웃이 있기에 결코 외롭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덕성은 홀로 수행을 통해 길러지는 측면도 있지만, 보통은 올바른 사회관계와 사회적 실천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공자는 “덕은 고립된 상태에서 존재할 수 없고, 반드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립한다”고 했다. 덕은 개인의 수양과 사회적 실천이 조화를 이룰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_(215쪽, 7장 ‘지혜로운 사람은 인심이 후한 마을을 가려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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