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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대를 꽃피운 열정과 저력 통찰하기



책/학술

    문화시대를 꽃피운 열정과 저력 통찰하기

    '한국대중문화 예술사', '한국 고대사 산책' 전면개정판 등 신간 2권

     

    '한국대중문화 예술사'는 대중문화예술을 축으로 삼아 한국 근현대사를 들려준다.문화부 기자를 거쳐 예술대 교수로 재직 중인 지은이 김정섭이 문화계를 가까이 관찰하며 연구해온 경험을 살려 가요, 연극, 영화, 방송, 패션, 스타일, 풍속 등 한국 대중예술의 안팎을 버무렸다.

    저자는 일제의 통치가 막바지로 치닫던 1938년 발표된 「오빠는 풍각쟁이야」의 노랫말에서 ‘오빠’가 당시 신랑감으로 인기가 높았던 명동 샐러리맨이자 중산층 이상의 남성이라고 유추한다. 한국전쟁 이후 1954년부터 연재되어 돌풍을 일으킨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에서는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 등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자유와 욕망을 점차 중시하게 된 시대 분위기를 읽어낸다. 1994년 배우 이정재와 신은경 주연의 영화 <젊은 남자="">에서는 당시 사회적 주목을 받았던 ‘오렌지족’과 ‘야타족’의 세태를 들여다본다.

    이 책은 정치적·사회적 배경을 포함한 시대의 전체적 흐름 속에서 대중문화의 역사를 파악하도록 이끈다. 그래서 각 장에 덧붙인 시대별 ‘정치·사회 미리보기’와 ‘대중문화예술 연표’에도 공을 들였다. 이를 통해 나운규가 제작해 1926년 개봉된 영화 <아리랑>은 해방을 염원하는 정서가 강렬하게 표현된 작품이라는 점, 조용필의 ‘오빠부대’는 1981년 컬러 TV 방송이 시작되면서 가수와 팬의 거리가 좁아진 시기에 형성되었다는 점, 시나리오 검열 폐지가 1987년 민주항쟁의 여파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 2000년대에 대중문화가 전반적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배경에는 주 5일 근무제 실시가 있었다는 점 등 정치적·사회적 사실과 문화적 사실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 최근 국정 농단이 불거지며 수면 위로 떠오른 ‘문화계 블랙리스트’ 또한 격동의 근현대사 속에서 전개된 표현의 자유와 그에 대한 통제·억압 간 오랜 줄다리기의 연장선이라는 점, 그러한 줄다리기가 이제는 상업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문화사가 포함된 한국 근현대사는 입체적인 역사 읽기를 자극한다.

    책 속으로

    「목포의 눈물」은 1934년 가사 모집 대회에서 입선한 문일석의 작품에 손목인이 곡을 붙이고, 순회 극단 출신의 가수 이난영이 불러 대히트했다. 일제는 가사 중 “삼백 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라는 부분을 문제 삼아 삼백 년 쌓인 원한의 대상이 일본을 지칭하는 것 같다는 이유를 들어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사실 “삼백 년 원한”이란 1592년 임진왜란 때부터 1910년 한일병합으로 국권이 강탈될 때까지 300년간 쌓인 민족의 한을 상징한다. 당시 일제의 조사 과정에서 검열을 통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가사를 “삼백연의 바람이 목포항 앞 세 개 섬으로 이뤄진 삼학도를 거쳐 유달산 노적봉 쪽으로 분다”라는 뜻의 “삼백연(三栢淵) 원안풍(願安風)”으로 바꿨으나 해방 이후 되돌렸다. _ 93쪽(제2장 일제강점기)

    가수 윤복희는 우리나라에 월남치마가 유행하던 시대인 1967년 1월 6일 미국에서 귀국하며 미니스커트를 여러 벌 챙겨왔다. 미국에서 자유로운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았기 때문에 종종 미니스커트를 입고 생활할 수 있었다. 그는 귀국 몇 개월 뒤 디자이너 박윤정의 패션 발표회에서 여섯 벌의 미니스커트를 입고 무대에 선 것을 계기로 ‘미니스커트의 창시자’로 불렸다. 앨범 재킷에도 미니스커트 입은 사진을 사용했다. 일반인이 먼저 들여왔다는 기록이 아직까지 제시되지 않고 있어 그가 처음으로 미니스커트를 들여온 것으로 회자된다. 그러나 귀국 당시 미니스커트를 입고 김포국제공항의 항공기 트랩을 내려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1996년 유통 기업인 신세계가 다른 모델을 써서 윤복희가 실제 트랩에서 내려온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미쳤군, 미쳤어. 신세계가 온다”라는 카피의 CF를 기록영화 형태로 찍은 뒤 스틸 사진을 유포해 벌어진 혼란이다. _154쪽(제4장 1960~1970년대)

    김정섭 지음 | 한울아카데미 | 296쪽 | 30,000원

     

    '한국 고대사 산책'은 고대사의 입문서, 아니 더 나아가 한국사의 입문서, 역사학의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시대사로 충족되지 못했던 고대 영역과 인물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유적과 유물에서 추리해내는 고대인의 삶과 사상 등, 이 책에 서술된 다양한 주제는 고대사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 코스이다.

    이 책은 기록, 공간, 소속(출신), 인물, 함정, 흔적의 6개 대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Ⅰ. 기록 : 신화와 설화’는 사료 및 신화·설화에 다가서는 방법론이다. 유사 역사학자들이 『환단고기』를 통해 내세우는 황당한 주장을 비판하고, 필사본 『화랑세기』의 위작 논란 등을 다룬다. 특히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하면서 발견된 사리봉안기를 통해 미륵사를 창건한 주체가 선화공주가 아닐 수도 있음을 말하면서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를 재해석해본다.

    ‘Ⅱ. 공간 : 그때와 지금’에서는 오늘날의 영토나 국경선 개념으로 재단할 수 없는 고대
    의 공간 개념에 대해 알아본다.

    ‘Ⅲ. 소속 : 출신과 국적’도 ‘공간’의 문제와 함께 오늘날의 ‘국적’ 개념으로 치환해 바라볼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고대인의 출신과 관련하여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볼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Ⅳ. 인물 : 이상과 현실’에서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한 개인이 품는 꿈과 야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불교적 이상 사회를 꿈꾼 원효와 의상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웅과 독재자의 면모를 보인 연개소문, 신라의 엄격한 신분제인 골품제의 벽을 뛰어넘은 장보고 등 고대인의 이상과 욕망을 살펴볼 수 있다.

    ‘Ⅴ. 함정 : 역사와 사실’은 우리가 막연히 갖기 쉬운 오해나 빠지기 쉬운 함정에 대해 말한다. 예컨대 전사로서 충용의 상징인 화랑도가 풍류를 즐긴 놀이집단이기도 했다는 사실, 민주주의의 원형이라고만 알고 있던 화백회의는 그 시대 귀족을 대변했으며 오늘날의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운용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이다.

    ‘Ⅵ. 흔적 : 유적과 유물’에서는 고대인이 남긴 자취와 흔적을 통해 그들의 사회, 삶, 일상생활, 사고방식을 알아본다. 목간을 통해 신라의 문서 행정 시스템과 궁궐 경비 시스템, 그리고 고대인의 문자 체계를 알아볼 수 있으며, 천문 관측대로만 알고 있던 첨성대가 여러 가지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구조물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역사연구회 지음 | 역사비평사 | 464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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