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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실화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학술

    감동 실화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상희 소설집 '바다, 소녀 혹은 키스' '청와대의 문' 등 소설 3권

     

    13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살다 기적적으로 깨어나 삶을 되찾은 마틴 피스토리우스의 실화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출간되었다. 제목은 오랜 간호생활에 지친 나머지 자살 시도까지 했던 엄마가 마틴이 듣지 못하는 줄 알고 내뱉은 혼잣말이자 절규다. 이 책은 식물인간이 된 지 4년 만에 의식이 되돌아왔지만 누구도 이를 발견하지 못해 그로부터 9년 동안 갇힌 몸으로 살아간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포, 자책감, 수치심, 절망, 무력감 등을 오가며 상상할 수조차 없는 지옥에서 분투한 마틴의 삶을 통해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인생의 반짝이는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열두 살의 마틴 피스토리우스는 어느 날, 목이 너무 아파 조퇴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그 이후,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뇌 스캔, EEG, MRI 촬영, 혈액검사 등을 했고, 결핵과 뇌막염 치료도 받았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서서히 죽어가던 4년 후 어느 날, 마틴은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는다. 마치 빛이 새어 들어오듯 어렴풋이. 하지만 눈짓조차 할 수 없었기에 그가 옆 사람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 감정을 느낀다는 걸 표현할 길이 없었다. 다른 자식들도, 일자리도 내팽개친 채 간호를 해온 부모님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마틴은 마치 유령 소년처럼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삶을 이어간다.

    나를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는 그저 일거리였다. 요양사들에게는 수년간 같은 곳에 머물러서 관심이 가지 않는 익숙한 붙박이 가구였다. 부모님이 집을 떠나 있어야 할 때 나를 보냈던 돌봄시설의 복지사들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환자였다. 나를 진료한 의사들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대상이었다. 어느 의사가 동료에게 엑스레이 촬영대에 누워 있는 내 모습이 마치 불가사리 같다고 말했듯이. _p.35

    온갖 비아냥과 인간 이하의 대접, 때로는 성폭력까지 당하며 살아남은 불행을 감당해내지만 마틴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부모님의 절망을 목격할 때였다. 자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다투고 온 가족이 불행해졌다고 느낄 때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냥 괴로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비틀린 손발을 가진 마틴을 향해 미소 짓는 낯선 사람의 따스한 눈빛, 마틴을 뿌리식물이나 일거리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간병인 버나, 항상 동생처럼 마틴을 챙겨주는 여동생 킴과 남동생 데이비드, 그리고 수많은 고비를 넘는 동안 언제나 울타리처럼 곁을 지켜주는 엄마와 아빠. 이렇듯 그에게는 버터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절망과 희망을 오가며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스물다섯이 되던 해에 또 다시 기적 같은 일들이 펼쳐진다.

    “아빠가 네가 떠내려가도록 놔둘 것 같니?” 아빠는 파도 소리에 맞서 큰 소리로 외쳤다. “지난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데 내가 여기서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게 둘 것 같아? 아빠 여기 있다, 마틴. 내가 널 붙잡고 있어. 아무 일도 생기게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무서워할 필요 없어.” 나를 꽉 붙들고 있는 아빠의 팔과 나를 굳건히 지탱하고 있는 아빠의 힘이 느껴진 순간, 나는 아빠의 사랑이 바다로부터 나를 지켜줄 뿐만 아니라 바다 위로 넘칠 만큼 강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_p.159

    이 책에서 우리는 미처 몰랐던, 혹은 외면하고 싶었던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다시금 목도한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할 수밖에 없는 희망과 사랑, 인간의 귀한 마음들을 확인하게 된다. 마틴은 사람들이 행동으로 보내는 신호만 잘 보면 속상하거나 외로운 그들의 속마음을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기 한 몸 건사하기에도 힘든 각박한 삶을 사는 우리는 그런 찰나의 외침을 볼 여유도, 의지도 없다. 오히려 마틴의 눈에는 우리 마음이 식물인간 상태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마틴 피스토리우스가 의식이 돌아온 걸 발견한 사람은 사려 깊은 간병인 버나였다. 버나는 마틴의 몸을 마사지하면서 편찮은 할머니를 위해 데려온 반려견, 데이트할 생각에 설레는 남자친구의 존재 등 온갖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이십대 친구들끼리 대화를 나누듯. 버나는 마틴을 환자가 아닌 동료로 대했다. 그녀는 이야기할 때 항상 마틴의 눈을 바라봤는데, 어느 날부터 마틴이 자기 말을 알아듣는다고 확신했다. 온갖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버나는 결국 마틴의 부모님에게 검사를 권한다. “최선을 다해, 마틴.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야. 난 널 믿어.”

    누군가 망가지고, 뒤틀리고, 쓸모없는 몸을 만져주며 내가 그저 끔찍하기만 한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나서야 타인들 하나하나가 내게 베푼 것들을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해주는 사람들은 가족들이지만 타인들도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음을. 비록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른다 해도 말이다. _p.258

    의식의 회복을 검사로 확인한 부모님은 적극적으로 마틴의 재활을 돕는다. 이로써 마틴은 휠체어를 타야 하지만 원할 때 이동할 수 있는 다리를 얻고, 컴퓨터 음성을 이용해 대화하는 능력을 키워간다. 나아가 의사소통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 일을 하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나중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웹디자이너로도 활동한다. 어엿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틴의 인생을 더욱 극적으로 변화시킬 만남을 갖는다. 평생을 짐스러운 기분으로 살아온 마틴의 마음을 새털처럼 가볍게 만드는 인생의 동반자, 조애나를 만난 것이다. 한 남자로서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었지만 이미 여러 번 여자들에게 상처를 받았던 마틴은 조애나에게 느끼는 설렘을 애써 눌렀다. 하지만 조애나는 마틴의 예전 일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재활에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마틴을 재촉하지도 않았다. 동정도 측은함도 아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자연스럽게 대해주는 조애나 덕분에 마틴은 단순하고 건강하게 삶을 사는 태도를 익힐 수 있었다.

    나는 일과 공부로 꽉 짜인 진지한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조애나가 나타나 나를 울리고 웃긴다. 사랑하는 여자를 결코 만날 수 없으리라 믿었는데 그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오르고 있다. 평소에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인데 조애나를 만나고서는 점점 무모해지고 있다. 그녀는 장애가 아닌 가능성을 본다. _p.274

    마틴이 처음 쓰러진 뒤 마틴의 부모님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다녔다. 온갖 검사가 이어졌지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캐나다, 영국에 있는 전문가들에게 간절한 편지도 보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재 의학 기술로 추정되는 마틴의 병명은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이다. 1,000,000명 중 1명 미만이 걸리는 불치병으로, 이 증상을 가진 사람을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는 “살아 있는 눈동자를 가진 시체”로 묘사하기도 했다. 감금증후군은 전신마비로 인해 외관상 혼수상태 같지만 의식은 정상인과 동일하고 운동기능만 차단된다. 그렇기에 마틴은 9년 동안 몸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틴 피스토리우스 , 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지음 |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368쪽 | 15,000원

     

    최상희 소설집 '바다, 소녀 혹은 키스'가 출간되었다. 여덟 편의 단편에는 예기치 못한 사고와 사건의 파장으로 고통받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돌풍에 떨어진 간판에 머리를 맞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엄마와 그 뒤에 남겨진 소년(「방주」), 교통사고로 십 년 동안 의식을 잃었다 스물다섯 살이 되어 기적적으로 깨어나 일상을 살아가는 ‘나’(「잘 자요, 너구리」), 또는 뭐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상황에서 불의의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나’(「아이슬란드」)처럼 과거로부터 갑작스럽게 단절된 현실은 이들이 어떻게든 적응하고 견뎌 내야 하는 막막한 고독과 외로움의 시공간이다.

    다행히 이들에게는 이 비극을 견디게 해 줄 동력이 나타난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세상의 모든 위험에서 아들을 보호해 주리라 믿은 완벽한 은신처, 방주를 지은 아빠의 무모함은 지하 감옥과도 같은 방공호에 오히려 그들 스스로를 유폐하고 만다.(「방주」) 그러나 방공호 안에 처음 들인 소녀 앞에서 소년은 굳건한 방주처럼 견고하게 숨겨 둔 두려움과 슬픔이 툭 하고 비어져 나오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털어놓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매일 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천재지변과 전쟁과 핵폭발, 외계인의 침공이 아니라 깊은 한숨 소리와 소리 죽인 슬픔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만큼이나 견디기 힘든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조금씩 무너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36~37쪽

    둘은 서로 이유도 묻지 않은 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바탕 울음을 쏟아 낸다. 소년은 외롭지만 자신만의 충만한 세계를 가진 소녀 ‘온세계’의 도움으로 세상에 발을 내딛는다.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가 결혼 안 한다에 십 만원을 걸고 그 결과를 모른 채 곧바로 스물다섯 살 ‘아저씨’가 된 나는 야생 너구리를 조심하라는 발레 소녀를 만나면서 잃어버린 십 년을 아름답게 떠나보낼 수 있게 된다.(「잘 자요, 너구리」)
    각각의 작품에는 이렇듯 소중한 것을 잃고 난 뒤의 일상을 새롭게 살게 해 주는 가슴 설레게 하는 존재, 소녀가 등장한다.

    이 책은 모두가 자신을 과장되게 드러내려고 필사적으로 애써야지만 비로소 존재감을 인정받는 요란한 세상에서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해지도록 조용히 다독인다. 비록 우리네 삶은 비극일지라도, 사건과 사고의 연속일지라도 내 안에 견고하게 숨겨 놓은 슬픔, 두려움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영롱한 빛으로 검푸른 바닷속을 조용히 떠다니는 아름다운 생명체, 아득한 우주를 고독하게 유영하는 별”(237쪽)이 되어 줄 누군가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어쩌면 이것은 작가의 소망일지도 모른다.

    최상희 지음 | 사계절 | 244쪽 | 12,000원

     

    술수학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인간에게 조금이나마 앞길을 내다볼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한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이나 대권을 잡은 사람 대부분은 암암리에 술수학을 이용했거나 이용하고 있지만, 이런 사실은 알려지지 않고 은밀하게 회자될 뿐이다. 소설 '청와대의 문' 저자 현등명은 이 술수학에 기대어 대권 주자들을 소상히 살펴보고, 곧이어 펼쳐질 대통령 선거에서 과연 누가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인지 픽션을 가미해 예측해본다.

    호랑이와 표범과 여우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2017년 대선! 이 셋이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을 할 것이다. 선거 초반에 여우는 꼬리를 내릴 것이고, 호랑이와 표범이 목숨 건 혈투를 벌여 호랑이가 최종승자가 될 것이라는데... 호랑이와 표범과 여우는 각각 누구인가. 그리고 호랑이는 어떤 근거로 차기 대선을 쟁취할 것인가.

    이와 더불어 이 책은 차차기 대선까지 내다보며 잠룡들이 대권을 잡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기를 전한다.

    현등명 지음 | 좋은옥토 | 283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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