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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평] 법불아귀(法不阿貴) 김수남 검찰총장의 선택



칼럼

    [오늘의 논평] 법불아귀(法不阿貴) 김수남 검찰총장의 선택

    • 2017-03-27 15:16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27일 오후 김수남 검찰 총장, 김주현 대검차장이 서초구 대검찰청사 구내식당으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검찰이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명제를 증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는 서울 중앙지검이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뒤 엿새 만이다.

    이로써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3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헌정사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남게 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그동안 찬성측과 반대 측의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법리적으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무엇보다도 '혐의의 중대성' 등을 무겁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게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기 때문"이라고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적용된 범죄 혐의는 뇌물수수 등 모두 13가지인데 이 가운데 일부만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중형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공모자로 지목된 다른 인물들이 다수 구속기소 됐으므로 '형평성' 차원에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하도록 대기업에 압박 심부름을 한 혐의를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이 줄줄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검찰은 "그동안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피의자(박근혜)가 대부분의 범죄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며 수사에 응하는 박 전 대통령의 불성실한 태도 역시 구속영장 청구 결정의 배경이 됐음을 강조했다.

    검찰이 예상보다 빨리 27일 일찌감치 박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를 결정한 것은 법리적인 자신감 외에도 대선(大選)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19대 대선일이 5월 9일로 확정됨에 따라 각 정당은 다음달 초 후보를 정하고 다음달 20일 이전에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게 되는 등으로 온 나라가 곧 대선 정국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모레 29일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될 경우 검찰은 보름여의 추가·보강 수사를 벌인 뒤 각 정당의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 전에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법원의 재판은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정치적 민감도를 고려해 대선 결과가 나온 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번이 역대 4번째이지만, 자신을 총장에 임명한 대통령에 대해 직접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처음이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27일 오후 서초구 대검찰청사에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처음부터 김 총장의 결심에 달렸던 사안이고 그만큼 김수남 총장의 고심이 컸을 것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자신을 임명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과연 '칼'을 들이댈수 있을까 하는 것을 놓고 그동안 많은 호사가들이 입방아를 찢곤 했다.

    그러나 김수남 총장은 지난 23일 출근길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와 관련한 첫 언급에서 그는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강조해 구속영장 청구를 가늠케했다.

    또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1기) 수사가 진행되면서 당시 대통령에 대한 수사 문제가 나오자 간부 회의에서 '한비자'에 나오는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인용했는데 그의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는 언행이 지탄받는 검찰 조직에 대한 이미지를 다소 쇄신하고 법 앞에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준엄함을 다시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사가 발전되는 듯 하나 반복되고 있고 중국 춘추 전국시대의 한비자의 가르침이 23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유효해 인간이 지닌 그 본질적 속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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