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심벌 마크 (사진=국민연금관리공단)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에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이 회사의 과거 '분식 회계' 문제를 거론하며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30일 낸 보도참고자료에서 "구조조정 방안과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측과의 면담에서 분식회계 관련 사측의 입장과 함께 출자전환 및 채무 재조정의 정당성, 당위성, 형평성, 실효성과 관련한 제반 자료를 요청하고 연관 질문을 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이날 면담에서 '정당성'이나 '형평성'과 관련해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5조 7천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진행되던 시점에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결국 국책은행에서 빌린 돈의 원리금을 갚은 것 아니냐며 이런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게 정당하냐고 반문했다.
또 '당위성'이나 '실효성' 측면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계속 기업으로 존속될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고 대규모 채무조정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 측은 또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찬반 입장을 결정하는데는 정부의 구조조정안 설명 자료 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외부기관의 실사보고서, 그간의 차입금 상환 내역, 사측에서 제시하는 손익의 세부근거 그리고 자율적 구조조정 세부계획 및 P플랜(사전회생계획)안 등을 추가 자료로 요청했다.
이와 함께 삼일회계법인이 2016년도 대우조선해양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 한정 의견을 낸 데 따른 영향과 분식회계 기간의 관리 쟁점 및 향후 경영 계획 등에 대해 질의했다고 국민연금은 전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앞으로 추가 자료 요청이나 질의가 이뤄질 수 있으며 제출 자료와 답변 내용 등을 살펴 신중하게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금운용본부는 "투자 증권의 원리금 전부 또는 상당 부분 회수가 곤란하다고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 해당 투자 자산의 처리에 관해 투자관리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뒤 심의/의결 기구인 투자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본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대우조선해양 측은 "재무담당 임원이 면담에 참석해 잘 설명드렸다"고만 밝히며 함구하고 있으나 산은 측과 함께 이날 면담에서 국민연금 측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측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전력이나 2016년 재무제표에 대한 '한정' 의견에 따라 도산시 피해액이 57조 원(거제대학교 보고서) 또는 59조 원(삼정KPMG 실사보고서)이라는 추정 수치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국민연금 스스로 판단하겠지만 채무재조정에 동의 못하면 P플랜을 가야 하는데 이 경우 연금채권 손실이 더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잘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국민연금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채무재조정을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이라며 "결국은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연금은 다음달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1조 3500억 원 어치 중 3900억 원 어치를 갖고 있어 4월 17일과 18일 열리는 채권자 집회에서 50%를 출자전환하고 50%에 대해 만기연장을 해주는 방안에 동의해 주지 않을 경우 '자율협약' 형식의 정상화 방안은 폐기될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