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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저작인격권'… 구단 해법찾기 '동분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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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리그 '저작인격권'… 구단 해법찾기 '동분서주'

     

    KBO리그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응원이다. 좋아하는 구단과 선수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펼치는 응원은 야구장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경기 규칙은 몰라도 응원을 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올 시즌들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몇몇 구단이 응원가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팬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평소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응원가가 흘러나오니 따라부르는 이는 극소수다. 여기에 개막을 앞두고 10개 구단이 응원 시 사용하는 엠프 소리를 줄이기로 합의해 응원가의 소리는 더 작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저작인격권'으로 인해 일어났다. 10개 구단은 응원가에 사용되는 음원을 쓰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마케팅 자회사 KBOP에 약 3천만원에 달하는 저작권료를 냈다. 여기에는 응원가를 비롯해 치어리더 공연 시 나오는 대중가요 등 경기장에서 사용되는 음원이 포함 대상이다. 다만 저작권료는 관중 수를 대입해 매겨지기 때문에 구단마다 다소 차이는 있다.

    하지만 응원가가 편곡 작업을 거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응원가는 해당 구단 및 선수에 맞게 가사가 바뀐다. 흥겨움을 더하기 위해 박자가 빨라지는 곡들도 있다. 이런 편곡 작업이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가 자신이 작성한 저작물이 어떠한 형태로 이용되더라도 처음에 작성한 대로 유지되도록 할 수 있는 권리(동일성유지권)를 말한다. 즉 편곡 작업을 거친 야구 응원가 대부분은 원작자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KBOP는 저작인격권에 관한 문제는 10개 구단에 일임했다. 이는 원작자와 구단이 직접 협상해야 하는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구단들은 저마다 방침을 세우고 저작인격권 문제 해결에 나섰다.

    ◇ "자작곡 제작이 답이다!"

    KBO리그에 응원가 교체라는 바람이 불어닥쳤다. (사진=자료사진)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구단은 넥센 히어로즈다. 넥센은 지난해까지 사용한 응원가 대부분을 자작곡으로 대체했다. 팬들은 익숙하지 않은 음악에 당황했지만 구단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넥센 고경희 마켕팅커뮤니케이션 팀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곡을 개막전에 사용할 수는 없었다"며 "일단 법적으로 문제가 안되는 음원으로 곡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밝혔다.

    고 팀장은 이어 "자작곡 제작에 적잖이 힘을 쏟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직원 10명 이상이 곡 작업에 투입됐다. 음반 쪽 관계자를 만나 곡을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늘어나는 비용도 문제다. 고 팀장은 "팬들이 부르는 응원곡이 소중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원작자가 사용정지를 요청하거나 더 높은 금액을 요구하면 구단 입장에서는 난감해진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자작곡 제작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판단이다. 고 팀장은 "특정 선수의 곡만 살리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만의 음악을 가지고 싶었다. 분명 팬들이 어색함을 느끼겠지만 멀리 본다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구단 역시 궁극적으로는 자작곡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곡들의 원작자가 다르고 계약 기간, 금액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든 곡을 다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저작인격권으로 소위 '한탕'을 노리는 원작자들도 있는 상황이라 구단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노대권 KIA 타이거즈 마케팅팀장 역시 "팬들을 생각한다면 원작자와 협상이 원칙이다"라면서도 "하지만 너무 많은 비용이 발생하면 힘들어진다. 외국곡 같은 경우에는 원작자와 접근도 쉽지 않은 상태다"라고 털어놨다.

    응원가 교체라는 새바람을 맞이하는 KBO리그. 과연 이러한 변화에 팬들이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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