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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러려고 교회에 다녔나 자괴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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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러려고 교회에 다녔나 자괴감이 든다"

    감신대 총여학생회, 감리교 여성지도력개발원 지난 30일 공개강좌 열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의 현실을 신학생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30일 서울 감신대에서 열린 공개강연 '루터씨, 낄끼빠빠'에서는 '내가 이러려고 교회에 다녔나' 자괴감이 드는 순간에 대한 토의가 진행됐다.

    강연에 참석한 50여명의 신학생들은 조를 나눠 서로의 견해를 나눴다.

    교회 안에 남아있는 가부장적 문화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건 물론이고,

    "지금 감리교에서 공고문을 보면 항상 여성사역자 구하는 건 유치부나 아동부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여성 사역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청년이라는 이유로, 예배보다 봉사를 강요당한다고 말한다.

    "10시까지 교회에 도착해서 성도님들을 제가 사모님과 같이 맞이하고 PPT 맨날 제가 돌리고,.. 오후예배에도 반주 제가 하고, PPT도 제가 돌리고 이런단 말이예요. 그래서 제가 이러려고 교회를 다녔나 싶어요."

    정작 힘들게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쏟아 봉사하고 나면, 청년들의 수고는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교회의 모습에 종종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시간을 쪼개가면서 했는데, 행사 다 끝나고 나면 목사님이나 장로님이 나오셔서 이번 행사는 정말 하나님의 도움으로 훌륭하게 끝난 것 같다 라고 할 때 내가 왜 이런 걸 했나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모든 문제는 예수님을 통해 해결된다는 만사형통의 문화 탓에 괴롭고 고통스러운 이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한국교회의 현실도 꼬집었다.

    "우리는 즐겁고 평안하고 아무 문제 없이 교회를 다녀야 된다는 이런 분위기에서 사실은각각 가지고 있는 고통이라든가 아픔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표현하면 뭔가 신앙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깁니다."

    이같은 교회의 문제들이 과연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으로 극복될 수 있을까.

    감신대 총여학생회와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등이 공동 주최한 공개강연에서 신익상 교수(성공회대 신학연구원)는 루터 시대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지금은 사회개혁을 통해 교회의 변화를 모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교회의 변화는 사회 변화와 연동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교회가 변한다고 사회가 바뀌길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사회변화가 교회 변화를 견인할 수 있다면 교회는 사회 변화에 투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특히, 교환과 거래가 강조되는 자본주의가 교회작동 원리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터가 말한 '오직 성서'는 하나님 말씀 앞에 모두가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이었고, '오직 믿음'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깔려있는 기복신앙이 아닌 하나님의 정의 실현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 정의는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서 실현되는데, 교회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오직 은혜' 입니다."

    신 교수는 "교회가 '은혜'로 운영됐는지, 아니면 아니면 '교환'이라는 세상 기준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는 걸 방치하거나 방조하진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대안으로 나타나고 있는 교회의 대안공동체들이 지금보다 더 확산돼야 한다면서, 우리사회의 구조적 사고방식을 깨뜨려나가는 교회적 노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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