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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라면, 임금님 벌거벗었다고 말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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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영 "작가라면, 임금님 벌거벗었다고 말해야죠"

    단편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발표한 공지영 작가 인터뷰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공지영(소설가)

     

    이분이 벌써 데뷔 30년이 되셨네요. 소설가 공지영 씨가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라는 단편소설집을 발표했습니다. 언제나 우리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 가감없이 메시지를 던져온 분이라서 이번에는 또 어떤 메시지를 담아냈을지 궁금합니다.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소설가 공지영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공 선생님, 안녕하세요.

    ◆ 공지영>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니, '공지영 작가가 낸 소설이 얼마나 많은데 13년 만이란 거야' 하고 보니까…진짜 단편은, 단편소설집은 없었더라고요.

    ◆ 공지영> 10년 전서부터 썼던 거를 최근가지 해서 차곡차곡 모은 거예요.

    ◇ 김현정> 표제작이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일반적인 나약하고 인정 많고 푸근하고 그런 우리네 할머니 얘기는 아니네요?

    ◆ 공지영> 그러니까 갑 중에 갑인 할머니가 안 죽고 대신 죽을 고비를 넘길 때마다 옆에 있는 젊은 생명들이 계속 사라지는 이런 이야기입니다.

    ◇ 김현정> 무슨 얘기를 담고 싶으셨던 거예요, 어떤 메시지를?



    ◆ 공지영> 제가 결국은 제 소설 30년의 지향이 약하고 여리고 상처받은 것들에 대한 응원과 지지 이렇게 말할 수가 있겠더라고요. 거꾸로 얘기하면 갑질하는 것들 그다음에 늙은 사람들, 늙었다는 의미가 여기서 절대로 자연적 나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낡고 늙은 것들이 어리고 여린 것들을 말하자면 착취하는 과정들에 대한 분노. 이런 것들이 아마 이 소설에 좀 써있는데. 제가 이 소설을 10년 전에 쓴 것인데 요즘 세태랑 의외로 굉장히 많이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그것을 표제작으로 해서 작품집을 내놓은 겁니다.

    ◇ 김현정> 결국은 그 할머니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할머니가 아니라 가진 건 많은. 그러면서 그 기득권을 마구 흔드는 못된 기득권층을 상징하는데.

    ◆ 공지영> 그렇죠. 그리고 죽지도 않고.

    ◇ 김현정> 죽지도 않고? 옆에 사람을 죽이고.

    ◆ 공지영> 그렇다고 생명력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 김현정> 그런 것도 아니고.

    ◆ 공지영> 그러니까 그런 것들에 대한 분노 같은 것들을 제가 표현을 했어요.

    ◇ 김현정> 그러고 보면 사실 이번에 국정농단 사태도 말이죠. 기득권 가진 이들이 어떤 규제나 감시도 없이 그 힘을 마구 휘두르면서 벌어진 일 아니겠습니까?

    신작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출간한 공지영 작가 (사진=해냄출판사)

     

    ◆ 공지영> 그게 의외로 제가 10년 전에 쓴 소설인데 요즘 세태에 대한 알레고리라고 봐도 될 만큼 저도 약간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 김현정> 평행이론이네요, 평행이론.

    ◆ 공지영> 글쎄, 어쨌든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 과거와 미래가 다 있거든요. 아마 그런 측면이 혹시라도 좀 맞아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 사태가 없어야 될 텐데 빨리 해결되어야 할 텐데 좀…

    ◇ 김현정> 어쨌든 탄핵도 됐고 어느 정도 일단락은 됐습니다,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지금 이 사태가. 돌이켜보면 어떠세요? 가을부터 봄까지.

    ◇ 김현정>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그냥 가장 획기적인 일이 제가 4개월 정도 책을 거의 못 읽었다는 것.

    ◇ 김현정> 쓰는 거 말고 읽는 것도 못하셨어요?

    ◆ 공지영> 네, 읽는 것도 안 되더라고요. 10년간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는데 거의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고. 그러니까 말하자면 일상이 파괴된 것 같은 느낌이 심하게 있었는데 한 엊그제부터야 다시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엊그제서부터. 그러니까 TV 계속 보셨다는 건 뉴스 계속 보고 시사프로그램 보고 이러셨다는?

    ◆ 공지영> 그렇죠. 지금 시간 맞춰서 지금 뉴스 할 시간이다 하고.

    ◇ 김현정> 엊그제부터 보셨다고요, 책을?

    ◆ 공지영> 네, 이제 좀 마음이 편해지면서 약간 뉴스가 재미없어지더라고요.

    ◇ 김현정> 다행입니다. 뉴스가 재미없어져서 너무 다행입니다, 공 작가님.

    ◆ 공지영> 뉴스가 재미없는 나라에 살아야 되는데.

    ◇ 김현정> 공지영 작가가 다시 책을 손에 들기 시작했으니까 이제는 안정된 거예요, 나라가. 그나저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시작도 안 됐어요, 사실. 일단락이에요, 조그마한 일단락. 박 전 대통령 구치소에 가서도 특혜받고 있다 어쩐다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오지 않습니까?

    ◆ 공지영> 제가 구치소에 14년째 가고 있는데요.

    ◇ 김현정> 교정 봉사활동 많이 하셨잖아요.

    ◆ 공지영> 네. 그거 때문에 평범한 사람보다는 구치소 생활을 많이 알고 있어요.

    ◇ 김현정> 아시죠, 그럼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쓰셨고.

    ◆ 공지영> 네네. 그때 쓴 거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잘못했기 때문에 감옥을 간 건데 전직 대통령 예우로 이 사람이 그런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좀 놀랐습니다, 저로서는.

    ◇ 김현정> 놀라셨어요, 놀라셨어요?

    ◆ 공지영> 네. 보통 사형수 같은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인권침해까지 할 수 있는 그 사람들이, 예의와 법이 있다 하면서 어떤 사람은 또 대접해 주는 것이 저로서는 좀 화가 났죠. 왜냐하면 사실은 작년에도 사형수 하나가 처우문제 그것의 너무 엄격한 적용 때문에 자살까지 하는 사태도 있었거든요.

    ◇ 김현정> 사형수가? 그런 거 보면 너무 평등하지 않구나, 이런 생각하면 화가 나고 이러세요.

    ◆ 공지영> 그래도 단군 이래 가장 평등한 세상을 지금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좋게 생각해 봅니다.

    ◇ 김현정> 촛불 보면서 우리 희망도 봤으니까요.

    ◆ 공지영> 네.

    ◇ 김현정> 그런데 공지영 작가님 이렇게 거침없이 사회적인 발언하는 거 진짜 괜찮으세요?

    ◆ 공지영> 그런데 이런 생각도 해 봐요. 오르한 파묵이란 노벨문학상 받은 사람도 터키인들이 굉장히 미워한다고 합니다. 터키를 너무 비참하게 많이 묘사했다, 이런 이유로. 또 어제인가 하루키가 난징대학살을 다루면서 우리의 역사는 진실을 알려야 된다라고 정면으로 이야기를 했죠.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 공지영> 이분들이 크게 정치적인 사람들은 아니지만 현실 앞에서 진실을 이야기해야 된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은 미움을 받았고 작가라면 그냥 있는 거 있다고 임금님 벌거벗었다고 이야기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김현정> 맞네요. 임금님이 벌거벗었으면 벌거벗었다고 누군가 얘기해 줘야 하는데 그 얘기를 안 하고 있다가 나타난 게 이런 상황 아니겠습니까?

    ◆ 공지영>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더군다나 작가라면 여러분들이 책 한 권 팔아주실 때마다 제가 한 1000원씩 받아서 이렇게 살고 있는데 (웃음) 그분들에게 유리하고 좋은 이야기를 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군요. 멋집니다, 공 작가님.

    ◆ 공지영> 아닙니다.

    ◇ 김현정> 소설가 공지영 씨 만나고 있습니다. 데뷔 30년. 벌써 30년이 되셨어요.

    ◆ 공지영> 그러게 말이에요.

    ◇ 김현정> 정말 한국의 독자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온 꾸준히 받아온 작가. 이분이 다음에 내놓을 작품은 뭘까, 기다리는 분들도 참 많습니다.

    ◆ 공지영> 사실은 집필을 하다가 이 국정농단 때 TV를 보느라고 지금 집필이 중단됐는데 다음 작품은 아마 올해 안에 장편이고요. 제목은 <해리>. 생활 속에서 꾸준히 자기 자신의 양심을 외면하고 악을 행하는 어떤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한번 좀 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마 주제가 악에 관한 것일 거예요.

    ◇ 김현정> 악, 악인에 대한 이야기?

    ◆ 공지영> 네.

    ◇ 김현정> 그래요. 이거 쓰면서 좀 우울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악에 대한 이야기 쓰시다 보면.

    ◆ 공지영> 우울해요. 생각하기만 해도 우울해요.

    ◇ 김현정>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신 거예요, 그런데? 악인을 통해서.

    ◆ 공지영> 그냥 악에 대해서 한번 정면으로 다뤄보고 싶었어요. 예전에 도스토예프스키가 <악령>에서 말했던 것처럼 삶 속에서 악인의 이야기를 한번 다뤄보고 싶습니다.

    ◇ 김현정> 그것도 기대하겠습니다.

    ◆ 공지영> 감사합니다.

    ◇ 김현정> 끊어야 하는데 이 질문이 하나 들어왔어요. 뭐냐면 1080일 만에 세월호가 물에서 떠오르는 걸 보면서 공 작가님은 어떠셨어요, 그 세월호의 모습이 드러나는 거 보면서.

    ◆ 공지영> 저는 세월호에 대해서 사실 아직도 다 몰라요. 알 수가 없는 게 가슴이 너무 찢어져가지고 사실은 접근조차 못하겠어요. 이거 정말입니다. 그래서 생각만 하면 도저히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싶어서. 저 아직 그런 상태입니다.

    ◇ 김현정> 아직도… 사실은 세월호를 주제로 노래도 만들어지고 다큐도 만들어지고 영화도 만들어지고. 언젠가는 소설가 공지영 작가의 소설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거는…

    ◆ 공지영> 글쎄요, 제가 좀 더 강해지거나 시간이 좀 더 가거나 그래야 될 것 같아요. 아직 제가 영상 같은 것도 저는 못 봐요.

    ◇ 김현정> 그 정도시군요.

    ◆ 공지영> 너무 힘들어서요.

    ◇ 김현정> 언젠가는 시간이 좀 치유가 되고 나면 공지영 작가의 글로 한번쯤은 세상에 남겨주셔야 되지는 않나하는... 제 개인적인 부탁은 있습니다.

    ◆ 공지영> 한번 노력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공 작가님 힘내시고요.

    ◆ 공지영> 감사합니다. 잘 듣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13년 만에 단편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의 공지영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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