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양자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사진=자료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5일 경선에서 선출된 뒤 첫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준비된 서류 없이 맨몸으로 토론해보자"며 양자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45분간 국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과 질답을 주고받으면서 "국민들이 이 짧은 30여일간 누가 제대로 준비된 사람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문재인 후보는 준비돼 있다, 인수위원회가 없어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후보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자기가 주장한다고 준비된 것은 아니다. 그 판단도 국민의 몫이다"며 "끝장 양자 토론도 필요하고 다자 토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본인 스스로가 이번 대통령 후보 검증이 필요하니 끝장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전문가가 만들어준 정책, 내용을 갖고 외우거나 읽거나 하면 검증이 안 되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 서류 없이 맨몸으로 미국 토론처럼 자유롭게 끝장 토론을 하게 되면 실제 갖고 있는 생각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39석 의원수로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협치 능력이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한 계파에 매몰되면 협치가 불가능하다. 한 정당 내에서 다른 계파를 적으로 돌리는데 어떻게 다른 당과 협치가 가능하겠냐"며 패권주의 지적을 받고 있는 문 후보 측을 공략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더 현명하다. 저 포함한 여의도 정치인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 있다. 그동안 아무도 안 보는 것 같아도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고 알고 있다"고 민심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다자구도 속에서 과반 지지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저는 객관적 사실과 흐름만 보고 이해타산과 전혀 상관없이 판단한다"면서 "이번에 다자구도로 갈 것이지만 국민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결선투표 때처럼 다자구도 아래에서도 50% 이상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제도적으로 결선투표가 안돼 다자구도에서 치러지지만 국민들이 결심해서 한 사람이 최고 많은 득표를 해서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이 될 수 있도록 집단 지성을 모아주실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신이 문 후보보다 인물과 정책면에서 비교하면 자신있다고 강조한 안 후보는 "제 스스로 납득되지 않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사람이다. 정책도 최근 급조한 것이 아니고 5년간 함께 논의하면서 다듬고 제 생각의 전부가 반영돼 있다"고 진정성을 내세웠다.
차기 정부의 개혁과제를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에 안 후보는 작정하고 재벌개혁과 검찰개혁에 대해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안 후보는 "검찰도 권한이 집중되고 견제를 안 받으면 부패하기 마련"이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 견제하고, 경찰 수사권 검찰 기소권으로 분리하는 문제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개혁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AT&T를 지역별로 쪼개고 회사를 분할하는 권한을 행사해 미국이 인터넷 강국이 됐다는 부분을 예로 들며 "공정위는 회사를 분할하는 권한까지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독일의 공정위가 베를린에 있는 경제부처와 떨어져 준사법기관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는 경제부처의 한 부서에서 시작해 개념이 같이 가고 있다며 "공정위를 준사법기관으로 만들고 임기를 더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정위 결정 과정도 모든 회의록을 공개해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이언주 의원의 탈당 소식에 "정치인들의 결정은 그 사람의 결단 아니겠느냐"고 했고, 김종인 전 대표의 출마 선언은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다. 사실은 굉장히 경험과 경륜이 많은 분들로 여러가지 생각하는 부분들이 잘 되기를 바랄 따름"이라고 해 말을 아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전에 출입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으며 모두발언으로 "그동안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다. 이제 데스크 앞에서 목에 힘줄 때가 돌아왔다"고 말해 장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날 이른 아침 노원구 수라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첫 대선 일정에 나섰다가 22살 젊은이에게 읽던 책을 선물받았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제가 꼭 이루고 싶은 나라가 바로 상속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자수성가한 사람이 성공하는 나라이다. 청년들이 꿈꾸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첫 대선주자 일정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에 대해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의 퇴임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기자 여러분들은 비판적인 태도로 대통령과 후보에게 질문하는 일을 하는 것 아니냐. 처음 시작하는 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면서 "국민만 보고 간다. 역사 흐름과 국민들의 집단 지성을 믿는다. 국민만 믿고 뚜벅뚜벅 가겠다"고 진정성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