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조기가 아니면 세월호를 옮길 수 없다며 선체 훼손도 불사하던 해양수산부의 강행일변도 작업진행이 결국 세월호 거치작업의 발목까지 잡았다.
해양수산부는 그동안 세월호 선체를 모듈 트랜스포터(M/T)에 실어 육상으로 이동하는 작업은 소조기에만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해수부 이철조 현장수습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세월호가 실린) 선박과 부두의 단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석간만의 차가 최소화되는 소조기인 4월 4일과 8일 사이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세월호의 육상 거치 작업이 각종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5일 M/T 시운전 △6일 세월호 선체 육상 이동 △7일 최종 육상 거치라는 일정을 고수해왔다.
심지어 세월호 선체 무게가 잘못 계산된 사실이 육상 거치 작업현장에 알려졌던 지난 4일 오전에도 이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오는 6일 (세월호 선체를) 육상으로 옮기고, 7일 완전히 거치한다는 개념은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해수부는 육상거치를 7일로 데드라인을 잡았는데 안 될 것 같다"며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7일 못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자 해수부는 하루만에 손바닥처럼 말을 뒤집었다.
다음날인 지난 5일 이 본부장은 "소조기가 끝나는 시점은 오는 8일로 보고 있는데, M/T 작업이 가능한 날짜는 10일까지로 본다"며 입장을 바꿨다.
긴박하게 진행되는 세월호 육상거치 작업 도중 변수에 따라 탄력적으로 일정을 조정하는 일은 일견 당연하다.
문제는 그동안 해수부가 소조기 안에 육상 거치를 끝내야 한다며 인양작업의 중요한 고비마다 무리수를 남발했다는 점이다.
지난 1일 무렵부터 일각에서는 그동안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가 준비했던 독일 '쉘레(Scheuerle)'사의 M/T를 다른 제품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해수부 측이 준비한 제품은 1축, 즉 2바퀴당 35t까지 들 수 있지만, 더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는 제품이 국내에 충분히 구비됐기 때문에 더 손쉽게 육상으로 세월호 선체를 옮길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해수부 측은 지난 3일 "상하이샐비지가 신속하게 계획된 기간 내에 (육상 이동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기간 내의 조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M/T를) 선정했다"며 기존 장비를 고집했다.
대신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선체에 수십개의 구멍을 뚫어 물 빼기 작업을 통해 선체 무게를 줄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러나 사실상 물빼기 작업은 실패로 돌아가며 곧 무리수로 드러났다.
장범선 선체조사위원은 "(세월호 선체를) 바지선에 올린 뒤 어느 정도 자연배수된 상태"라며 "남아 있는 곳에 물이 없다보니 주로 진흙이 있어 잘 빠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남아있는 펄 상태도 콘크리트처럼 단단히 굳어 구멍을 뚫어도 흘러내리지 않아 무게를 줄일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는 사이 1만 3462t으로 추정됐던 세월호 선체 무게는 선체 안에 쌓여있는 펄 비중 추정치가 높아지면서 1만 4592t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수부가 미수습자 수색과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보다 사태를 서둘러 마무리짓기 급급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4.16국민조사위 박용덕 상임연구원은 "인양과정에서도 해수부가 수차례 국민적 의혹을 빚어왔다"며 "해수부 입장과 계획이 계속 바뀌고 임기응변식으로 이어지면 향후 수색 작업 등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